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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실패는 '집단면역' 아니라 어르신들 보호 못한 것" 스웨덴에서 배우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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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실패는 '집단면역' 아니라 어르신들 보호 못한 것" 스웨덴에서 배우는 교훈

2020.06.24 18:34

가짜뉴스로 집단면역 정책 실패 국가로 오명

의료진 39% 육아로 못나올 것 우려해 학교 유치원 문 안닫아

집단면역보다 고령환자 치명률 관리 신경 못쓴 게 진짜 실패

실패 교훈삼아 GDP 1%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개발 투자

 

 

야곱 할그렌 주한스웨덴대사. 연합뉴스 제공

야곱 할그렌 주한스웨덴대사. 연합뉴스 제공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운영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현황판에 따르면 전 세계 확진자가 900만명을 넘어섰다. 치료제나 백신 상용화가 아직 가시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곳곳에서 확진자가 하염없이 늘고 있다.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서는 백신과 치료제를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 구성원들 다수가 면역력을 갖는 방법이 있다. 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이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가지면 그만큼 바이러스가 확산될 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후 집단면역이 자주 언급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스웨덴은 이런 집단면역을 통해 코로나19 종식을 추진했지만 실패한 국가로 국내외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다. 스웨덴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 유럽의 다른 국가와는 달리 전면적 봉쇄 대신 한국처럼 제한적 거리두기만 시행하며 국가 전체의 면역력을 높이는 집단면역 정책을 펼쳤지만 지난 4월말까지 항체 형성률이 7.3%에 머물면서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스웨덴 정부는 4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집단면역 정책을 펼친 적이 없다고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기존 잘못된 보도는 다른 언론 보도을 타고 더욱 확산했다.  스웨덴 사례를 전하는 언론 보도에는 스웨덴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인체 실험을 한 게 아니냐는 댓글들이 많이 눈에 띈다.  국민의 목숨으로 도박을 벌인거 아니냐는 오명까지 얻었다.

 

야콥 할그렌 주한스웨덴대사는 이달 18일 이뤄진 인터뷰에서 "스웨덴은 코로나19를 겪는 다른 국가들처럼 동일하게 국민의 생명을 살리고 공중보건을 보호하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주진해왔다"며 "이는 전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보도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말했다. 


할그렌 대사는 "스웨덴은 처음부터 집단면역 정책을 추진하지도 않았고 추진한 일이 없다”며 고 말했다. 스웨덴은 2월까지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하루 한 자리수를 유지하다 3월부터 급격히 늘었다. 스웨덴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사회적 거리두기, 취약계층 보호하기, 코로나19 진단검사 시행, 대유행(판데믹)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공중보건 시스템 강화를 시행했다. 다만 다른 유럽 국가와는 달리 학교나 유치원을 닫지 않았고 시민들을 집에 머물도록 강요하는 규정을 만들지 않았다.

 

CNN과 US투데이 등 일부 외신들은 3월부터 이를 두고 스웨덴이 집단면역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외신은 스웨덴은 전면적 봉쇄를 취하지 않은 유럽 국가 가운데 유일한 나라이며 집단면역 정책을 펼친 것이라 봐야한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언론이 외신을 따라 같은 내용의 보도를 이어갔다. 

 

문제는 스웨덴 스톡홀름을 중심으로 면역형성을 조사한 결과 7.3% 시민이 면역력을 얻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터무니 없는 비율을 두고 스웨덴의 집단면역 정책이 실패했다는 보도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가 지난 5월 4일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도 “스웨덴은 집단면역 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직접 해명했고 CNN과 가디언 등이 스웨덴이 집단면역 정책을 펼친 국가가 아니라고 보도했지만 이미 집단면역 정책에 실패한 나라라는 가짜뉴스가 기정사실화된 뒤였다. 한국에서도 최근까지도 스웨덴이 집단면역에 실패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할그렌 대사는 "스웨덴에서는 ‘락다운’이라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지만 스웨덴 사회 많은 부분을 봉쇄됐으며 다른 나라와 유사한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는데도 왜 이런 보도들이 나온지 정확히 알 순 없다"면서 "스웨덴이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매우 높은 수준의 봉쇄정책을 펼친 국가가 아니었다는 데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할그렌 대사는 “대다수 스웨덴 국민은 정부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정부의 조언을 따랐다”며 “실제로 정부가 사회적 접촉을 줄이라는 조언을 하자 부활절 기간 스톡홀름에서 교통량이 90%가 줄었던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할그렌 대사는 그럼에도 학교와 유치원을 닫지 않고 집안에 머물도록 강요하지 않은 이유는 "학교를 폐쇄하는 것이 공중 보건적 측면에서 필요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할그렌 대사는 "감염병 전파 속도를 늦추려면 정부와 관련 기관이 내린 조치가 사회와 공중 보건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고 했다. 할그렌 대사에 따르면 스웨덴 정부는 사태 초기 학교에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 코로나19가 퍼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 판단했다. 만에 하나 학교를 폐쇄할 경우 공중보건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봤다. 할그렌 대사는 "학교가 문을 닫을 경우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스웨덴 의료진의 39%가 직장에 나올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며 "만에 하나 학교를 폐쇄하면 공중 보건 시스템이 코로나19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웨덴은 맞벌이 부부 비율이 높은 국가로 손꼽힌다. 전체 가정의 80%가 부부가 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만 폐쇄할 경우 공중보건시스템은 물론 노인요양시설, 경찰서, 소방서 등 여러 사회 시설의 마비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다. 할그렌 대사는 “학교를 닫는 것은 결국 사회를 취약하고 위험한 상태에 두게 된다는 점이 많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스웨덴 정부는 또 유럽에서 코로나19가 번지는 상황을 봤을 때 모든 감염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가 공중보건시스템에 가해지는 부담을 적절히 받아안으면서 신규 감염자를 줄이는 정책을 펼쳤다. 할그렌 대사는 “코로나19 사태 기간 중 스웨덴의 집중치료시설은 20~30% 정도 여유를 유지하고 있다” 며 “집중치료가 필요한 사람에게 관련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데르스 텡넬 공공보건청장이 이달 3일(현지시간) 스톡홀름에서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EPA 제공
안데르스 텡넬 공공보건청장이 이달 3일(현지시간) 스톡홀름에서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EPA 제공

스웨덴 정부는 다만 감염자 가운데 고령 코로나19 환자의 치명률이 높다는 점에 대해서는 실패를 인정하고 있다. 이달 23일(현지시간) 통계자료사이트 '스태티스타' 에 따르면 스웨덴 60세 이상 사망자는 4945명이다. 스웨덴의 전체 사망자 5161명 중 95.8%가 60세 이상이다. 90세 이상 사망자는 1318명, 80~90세 사망자는 2135명, 70~79세 사망자 1130명 순이다. 

 

할그렌 대사는 “스웨덴은 다른 국가들처럼 고령자들이 머무는 요양원들이 초기 큰 타격을 입었다”며  “우리의 실패는 고령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데 있지 집단면역에 있지 않다"고 했다. 스웨덴 보건당국자는 한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알고 있는 것을 기반으로 과거로 돌아가 방역 조치를 취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조금 더 강력한 조치를 통해 치명률을 낮췄어야 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할그렌 대사는 "현재는 여러 정책적 수정 과정을 거쳐 요양원 치명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할그렌 대사는 "스웨덴 정부는 앞으로도 코로나19 상황을 살펴보며 항간에 알려진 ‘집단면역 정책’이 아닌 상황에 맞는 방역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극복하려면 협력과 연대의 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했다. 스웨덴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국민 6만명 이상이 감염되고 이 가운데 5100명 이상 숨지는 등 큰 타격을 입고 국내총생산(GDP)의 약 1%에 해당하는 520억크로나(약6조6976억원)을 관련 연구에 쏟아붓기로 했다. 


스웨덴은 이미 카롤린스카의대와 스웨덴 생명과학연구소(SciLifeLab) 등 세계적 의학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이미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할그렌 대사는 “지난 4월 스웨덴 정부는 곧바로 1억 크로나(약128억8000만원)을 코로나19 연구에 투입했다”며 “목적은 백신과 치료제, 진단법, 역학 등과 관련된 구체적 연구결과를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스웨덴 간 공동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할그렌 대사는 "스웨덴 정부는 한국의 방역체계가 혁신적이고 흥미롭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를 겪으며 중요한 교훈을 얻었고, 새로운 감염병 발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법률과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매우 효과적인 대책을 결단력 있고 신속하게 내놨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방역정책과 관련 지원 시스템을 K-방역(한국형 방역)으로 브랜딩한 것도 매우 참신하다"며 “최근 다소 감염자가 늘고 있지만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정책은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할그렌 대사는 스웨덴 외무부 다자개발협력국 인도지원정책과 국장과 UN인도자원조정국 기금실무그룹 공동위원장을 거쳤다. 지난 2012년부터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부소장을 역임하고 2018년부터 주한스웨덴대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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