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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사업자 나름 명분 있지만…서귀포 전기버스 운행중단 앞두고 팽팽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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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사업자 나름 명분 있지만…서귀포 전기버스 운행중단 앞두고 팽팽한 신경전

2020.06.24 15:15
2016년 원희룡 제주도지사(오른쪽)와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서귀포에 처음 도입되던 전기버스에 탄 채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다. 제주도 제공
2016년 원희룡 제주도지사(오른쪽)와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서귀포에 처음 도입되던 전기버스에 탄 채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다. 제주도 제공

제주 서귀포시 전기 시내버스가 이달 29일부터 충전서비스 중단으로 운행을 멈출 위기에 놓인 가운데 충전 요금을 둘러싼 제주도와 충전서비스 사업자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한국전력이 제시한 충전서비스 단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충전서비스 사업자가 제공하는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충전사업자는 대기업인 한국전력과 중소기업인 사업자의 상황이 다른데도 단가를 훨씬 낮게 제시한 한전과 같은 수준으로 맞추라는 것은 중소기업 찍어내기라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한전 측은 이와 관련해 제주도 측에 별다른 제안을 하지 않았는데도 왜 중소기업에 충전서비스 단가를 자신들 수준에 맞추라고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6월 17일자 서귀포 명물 전기 시내버스 이달 29일부터 '올스톱')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귀포에서 전기 시내버스에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넥토’는 이달 9일 제주도에 시내버스에 충전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 제주도가 최근 제시한 전기 시내버스 충전단가로는 사업 수행이 사실상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제주도는 앞서 서귀포에서 시내버스를 운영하는 동서교통에 공영차고지에 충전설비 건설 허가를 내주는 과정에서 1kWh당 400원대인 전기버스 충전단가를 낮출 것을 요구했다. 동서교통은 커넥토에 충전서비스를 제공받는 계약을 맺고 있다.

 

커넥토 측은 제주도가 버스업체에 제시한 충전단가를 현실적으로 맞추기 어렵다며 이에 따라 이달 29일부터 충전서비스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도 측 역시 이달 26일까지 충전원가에 대해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아 답변을 주겠다며 별다른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제주도는 시내버스 충전 요금이 한국전력의 전기버스 충전서비스 사업에서 제안하는 요금 단가인 1kWh당 213.7원으로 낮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커넥토를 비롯한 충전업계에서는 제주도가 한전 요금 단가를 제시한 것을 두고 기존 서비스 업체를 버리고 한전 설비를 도압하기 위해 사전에 포석을 깔아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실제로 제주도 관계자는 “전기버스 충전에 한전의 충전설비를 들여오려고 했다”며 "이런 이유로 업체 측에 한전이 제시한 단가를 맞추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전은 전기버스 충전기 설치가 필요한 차고지에 인프라를 설치해주고 대신 요금을 받는 충전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본요금으로 충전설비 1킬로와트(kW)당 월 1만 139원의 기본요금에 사용 요금을 1kW당 109원으로 책정했다. 다른 하나는 기본요금 없이 1kWh당 213.7원을 받는 옵션요금제다. 제주도는 이를 근거로  커넥토 측에 공급 단가를 더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커넥토는 요금 단가에 충전인력 제공과 전기버스 관리 서비스 등이 포함됐다고 반발했지만 결국 제주도가 제시한 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대신 한전이 전기차 충전요금의 할인율을 올해 7월 50%에서 30%로 낮출 계획이고 내년엔 할인율을 없앨 계획인 만큼 그때 가서 인상 요인이 생기면 요금을 조정해달라고 제주도에 요청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를 거절했다. 한전이 요금을 올릴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제주도가 동서교통에 이달 8일 발송한 공문에 따르면 제주도는 “(업체가) 제시한 충전서비스 과금단가는 한전 기본요금 및 전력요금 할인적용이 안 된 요금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라며 “할인율 감소에 따른 충전단가 인상은 불가함에 따라 한전 전기요금 할인율 감소에 따른 충전단가를 조정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전력요금 할인이 끝나는 2022년 7월 이후 전기버스 충전을 위해 한전에 내야 하는 요금은 1kWh에 최소 161원이 들어간다. 충전요금을 현실화하지 못하고 213.7원이 될 경우 원재료비 비율이 76%까지 올라가는 셈이다. 커넥토 측은 “이 경우 매년 수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전에 확인했을 때 당분간 요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했다”며 "요금을 조정해 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전은 충전단가를 인상할 계획은 있지만 현재로선 전기버스 충전서비스의 요금을 올릴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 한관계자는 “전기차 충전요금을 인상해도 전기버스 충전서비스 요금은 올릴 계획이 없다”며 “두 요금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기버스 충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전기차 충전요금이 올라가면 서비스 요금을 올려야하는 상황이지만 제주도가 한전이 제시한 전기버스 충전서비스 요금을 고집할 경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제주도가 제시한 한전이 내놓은 요금제는 충전기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비용만 포함됐다. 커넥토가 제주도에 설명 근거로 내놓은 충전 인건비와 전기버스 유지보수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업체가 제시한 비용은 준공영제의 영향을 받는 동서교통이 제시할 때만 고려할 수 있는 사안들”이라며 “도의 입장에서는 민간사업자의 이윤을 보전해 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전은 자신들이 다른 민간사업자들에 비해 낮은 비용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충전요금은 자율로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다”며 “이윤을 남기든 손해를 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전 역시 지금으로선 전기버스 충전요금 인상에 대한 계획은 없지만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환경이 변하거나 하는 상황에 따라 요금은 언제든지 조정 가능하다”며 “전기버스 충전서비스 제공에 대한 협약을 맺어도 요금을 동결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전 측은 제주도와 아직까지 전기버스 충전서비스 사업에 관한 논의를 공식적으로 진행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서비스 사업자에게 한전 요금에 맞추라고 제안한데 대해서도 한전과는 관계 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전 관계자는 “제주도가 지역 충전서비스 사업자와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자신들에게 구도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한전을 끌어들인 것 같다"며 "지역 사업자들과 갈등을 일으킬 일도 없고 사업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제주도가 서귀포 시내버스는 차량 운행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전해주는 준공영제이다보니 세금을 아끼기 위해  충전서비스 요금 인상을 제한하려는 노력 역시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자칫 일방적으로 밀어부칠 경우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육성했던 중소 규모의 지역 민간사업자들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측의 입장은 여전히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제주도는 이달 29일부터 시내버스 파행 운영으로 전세버스를 투입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면 구상권을 청구하고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커넥토 관계자는 “지자체가 나서 버스운영 업체와 하청인 충전서비스 업체끼리 맺은 계약까지 변경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공정한 정책인지 모르겠다”며 “제주도민 17명을 고용한 도내 기업을 도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되면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불편이 뻔히 예상되고 운행 중단에 따라 운전사들 임금 지급이 안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는 등 불필요한 피해를 낳을 수 있다"며 "양측이 현재의 긴장 상태에서 한발짝씩 물러나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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