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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리포트]호랑이를 길들이지 못하는 세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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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리포트]호랑이를 길들이지 못하는 세 가지 이유

2020.06.27 06:00

괜히 ‘초막장’이란 수식어가 붙은 게 아니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호랑이, 사자, 표범 등 대형 고양잇과 동물 200마리를 기른 사설동물원 운영자와 동물보호단체 대표의 갈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 무법지대(타이거 킹)’ 얘기다. 

타이거 킹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콘텐츠지만 보기 드문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업 닐슨에 따르면 3월 20일 첫 공개 후 10일 만에 미국에서만 3400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 중 등장하는 엽기적인 사연은 논외로 두고, 맹수 사육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호랑이를 개인이 키워도 될까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G.W. 동물원에서는 고양잇과 동물 200여 마리를 마치 반려동물처럼 키운다. 가령 사육사가 호랑이의 목줄을 매 데리고 다니며 머리를 쓰다듬고, 장난감을 입에 물린 뒤 힘겨루기를 한다. 얼굴에 새끼 호랑이의 털을 부비며 행복해하는 관람객도 등장한다. 호랑이를 개인이 키워도 되는 걸까. 


세계자연기금(WWF)이 201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사육되는 호랑이 수는 5000여 마리에 이른다. 반면 야생 호랑이 수는 3890마리에 불과하다. 야생 호랑이 수는 1900년대 초 10만 마리에 이르렀지만 밀렵과 도시화로 그 수가 급격히 줄었다. 9종 중 3종은 멸종했고, 6종은 멸종위기다. 


이들 6종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사이테스)’의 적용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렇게 사이테스에 등재된 종 중 포유류는 오직 연구, 전시 목적으로만 수입할 수 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도 멸종위기종 사육에 등록 요건을 두고 있어 사실상 국내에서는 개인이 호랑이를 사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외국은 사정이 다르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의 신수경 변호사는 “사이테스는 멸종 위기종의 국제 거래를 제한하는 법으로, 협약이 이뤄지기 전에 이미 미국 내에 호랑이가 유통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미국은 멸종위기종보호법(ESA) 외에는 별다른 연방법이 없고 주마다 다른 법령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30개 주가 호랑이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캐롤라이나주, 위스콘신주 등 6개 주에서는 허가를 받지 않고도 호랑이를 사육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호랑이들의 사육 환경이다. 호랑이는 고양잇과 중 크기가 가장 크며(가장 큰 아무르 호랑이는 몸길이가 평균 194cm), 하루에 최대 60km를 이동한다. 호랑이의 활동 영역은 500~4000km2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물원은 이보다 훨씬 좁다. 타이거 킹의 무대인 G.W. 동물원은 전체 면적이 0.065km2다. 한 마리당 활동 영역이 0.000325km2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주랜드 동물원에서도 2018년까지 0.0001km2 면적에 호랑이 3마리가 함께 살았다. 


활동량이 부족해지면 근골격계 질병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청주랜드 동물원에서 사육하던 세 마리 중 한 마리는 근육량이 부족해 척추 추간판 탈출증(흔히 ‘디스크’로 부르는 질병)이 발병했고 수술 도중 사망했다. 김정호 청주랜드 동물원 수의사는 “최근엔 호랑이의 활동량을 늘려주기 위해 일부러 먹이를 기둥에 올려놓고 유인한다”며 “올 가을 완공을 목표로 호랑이 사육 공간을 4배로 확장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육장이 위치한 지역의 기후도 섬세하게 고려해야 한다. 타이거 킹의 배경인 오클라호마주는 여름 최고 기온이 39도를 웃돈다. 러시아 연해주, 중국 만주, 백두산 등에 살던 아무르 호랑이에겐 견디기 힘든 더위다. 다큐멘터리 중간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눈표범을 사육하는 장면도 나온다. 눈표범은 눈 덮인 티베트 고원이 서식지인데, 플로리다주의 연중 기온은 17~32도다. 


반면 2002년 한국임상수의학회지에 게재된 에버랜드 동물원(현재의 주토피아) 대형 고양잇과 동물의 폐사 통계를 살펴보면 한겨울인 1월 폐사율이 39.6%로 가장 높았다. 품종별로는 벵갈 호랑이가 42.2%로 가장 많이 폐사했고, 사자가 29.9%로 뒤를 이었다. 벵갈 호랑이는 태국과 인도 등 열대 지방, 사자는 아프리카 대륙에 산다. 


이항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개체마다 폐사 원인을 면밀히 살펴봐야겠지만, 열대 기후에 살던 동물들은 겨울에 극심한 기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친족 교배가 유전자 풀 오염시켜 

 

호랑이와 같은 멸종위기종은 다른 포유류에 비해 유전적 다양성이 낮은 편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박종화 교수가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포유류 11종의 단일 염기서열 변이(SNV) 비율을 분석해 유전적 다양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고양이가 0.002 이상으로 유전적 다양성이 가장 높았으며, 아무르 호랑이는 약 0.0005로 9위, 치타는 약 0.0003으로 11위를 차지했다. doi: 10.1186/s13059-015-0837-4 유전적 다양성이 낮을수록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이 교수는 “유전적 다양성이 낮으면 유전자 풀(pool)이 오염될 확률도 높다”며 “근친 교배가 흔하고 족보가 정립되지 않은 사육 호랑이들이 야생에 나온다면 호랑이 유전자 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자 풀은 어떤 생물 종이나 개체 속에 있는 고유한 대립형질의 총량이다. 근친 교배를 무차별적으로 반복하면 야생이라면 도태됐을 결함 유전자가 계속 축적돼 유전적인 문제가 후대에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벵갈 호랑이의 황색 털은 우성, 흰색 털은 열성인자다. 부모 모두에게 열성인자를 물려 받을 경우에만 백호가 태어난다. 호주 연구팀은 이렇게 태어난 백호 중 상당수가 선천적으로 내사시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doi: 10.1111/j.1751-0813.1999.tb11220.x 내사시는 두 눈의 시선이 코쪽으로 몰리는 질병으로, 방치하면 시력이 점점 나빠진다.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는 2011년부터 공식적으로 백호의 번식을 금지했다. 


한편 고양잇과에 속하는 종들은 서로 염기서열이 비슷하고 염색체 수가 38개로 같아 이종간에도 교배가 가능하다. 호랑이와 사자를 이종교배해 탄생한 라이거, 타이언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런 잡종은 대부분 생식 능력이 없으며 수명이 길지 않다. 

 

호랑이가 공격하진 않을까

 

타이거 킹에서 호랑이를 반려견처럼 다루는 모습을 보면 공포심에 털이 쭈뼛 솟는 느낌이 난다. 맹수라도 새끼 때부터 키우면 공격성이 덜할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김 수의사는 “인공 포육을 한 호랑이도 주사를 놓는 등 자신의 몸에 위해를 가하면 공격성이 살아난다”며 “암컷이 새끼를 기를 때도 이전과 달리 사람이 자신의 영역에 침범하면 공격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호랑이 사육사인 민경록 주임도 “대형 맹수인 호랑이를 사육하는 국내 모든 시설은 울타리와 관람객들 사이에 공간을 둬 호랑이가 사람과 직접 접촉할 수 없도록 짓는다”며 “호랑이를 만지거나 호랑이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경우 호랑이를 자극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생 고양잇과 동물들이 바이러스 등 병원체를 옮길 가능성도 있다. 올해 4월 5일에는 미국 뉴욕시에 있는 브롱크스동물원에서 호랑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4월 23일 함께 생활하던 호랑이와 사자 등 7마리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지 언론은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 직원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바이러스의 확산과 변이에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동물과 인간이 접촉할 기회가 늘수록 미지의 병원체가 출연할 가능성은 높아진다”며 “호랑이가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바이러스를 보유하거나 전파하는 중간숙주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인간과 접촉하는 야생동물이 많으면 전염병을 박멸하기도 어려워진다. 원숭이두창은 1970년대부터 아프리카 중부와 서부 지역을 끊임없이 위협하는 전염병이다. 원숭이두창바이러스(MPV·monkeypox virus)는 원숭이뿐만 아니라 인간, 영장류, 생쥐, 다람쥐, 토끼 등 다른 포유류까지 감염시킨다. 


이 교수는 “이런 바이러스의 경우 인간 사회에서 잠잠해져도 동물과의 접촉으로 재유행할 수 있다”며 “야생동물은 야생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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