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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은 작은 바이러스가 900년 묵은 대학교육의 근간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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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은 작은 바이러스가 900년 묵은 대학교육의 근간을 흔들었다

2020.06.24 16:00

  '온라인' 맞은 대학 "실습 중심·개인 맞춤화로 900년 대학 강의 혁신"

 "온라인은 대면 강의 대체 수단 아냐...독자적 장점 살려야"

KAIST가 전세계 대학교육 전문가와 함께 코로나19 시대의 대학교육 변화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참여자들은 비대면 온라인화하는 대학 강의가 결코 대면 강의에 비해 열등하지 않으며, 많은 장점이 있어 대학교육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KAIST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재 유일한 예방책인 사회적 거리두기 등 비대면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급격한 사회의 비대면화 및 온라인화가 수백 년 동안 변화하지 못하던 보수적인 대학 교육을 혁신할 기회라는 주장이 나왔다. 일방적인 기존의 대면 강연에 비해 학생 개개인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고, 컴퓨터과학과 데이터 등 최근 기업과 학생 모두에게 수요가 높은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실습 중심으로 교육할 기회를 온라인 강의가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강의는 급조돼 부실해 대면강의보다 못하다"는 현재의 통념과 배치되는 주장이라 주목된다. 


전세계 대학 교육 전문가와 정책가들은 KAIST 글로벌전략연구소와 한국4차산업혁명정책센터가 24일 오전 개최한 온라인 국제포럼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사회의 교육혁신’에 참여해 대학의 미래에 대해 이 같이 전망하고 “온라인강의 등 비대면 수업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적절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포럼은 KAIST가 지난 4월 개최한 ‘코로나 시대의 국제협력’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한 코로나 관련 온라인 국제포럼이다.


●세계 대학교육 전문가들 “온라인 강의는 대면 강의 대신할 임시 수단 아냐…장점 풍부”


참석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전세계 대학이 코로나19 사태로 어쩔 수 없이 갑작스럽게 온라인 강의를 도입했지만, 온라인 강의는 절대 기존 비대면 교육에 비해 열등한 대체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외에서 부실한 온라인 강의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일부 대학에서는 등록금 반환 요구가 나오는 것과 다소 다른 분위기다. "제대로 된 온라인 강의는 다르다"는 것이다.


우선 전문가들은 기존 대면강의가 지식 습득을 위한 최적의 형태라는 기존의 ‘믿음’에 의문을 제시했다. 온라인 강의를 해 ‘캠퍼스 없는 대학’으로 유명한 미국의 혁신대학 미네르바스쿨의 벤 넬슨 최고경영자(CEO)는 “기존의 대면 강의의 경우, 세계 최고 명문대에서 학생에게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을 가르쳐줘도 6개월 뒤까지 기억하고 있는 지식의 비율은 10% 수준에 불과하다”며 “기존 대학은 강력한 정부의 지원을 통해 수백년간 유지되고 있을 뿐 단점이 없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봄에 이뤄진 각 대학의 온라인 강의는 ‘끔찍했다’”면서도 “이는 오프라인에서 하던 것을 온라인에서 했기 때문일 뿐, 온라인 강의만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면 훨씬 효과적인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강의는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을 넘어 듣고 싶은 강의를 수요자에 맞춰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단순히 교수로부터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수업을 듣는 방식 대신, 다양한 온라인 툴을 이용한 실습이 가능해진다. 이 장점은 최근 분야와 관계없이 많은 사람이 배우고 싶어하는 컴퓨터과학 등 분야에 유리하다. 

 

5월 4일 오후 대구시 남구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에서 사진 미디어학과 학생들이 사회적 거리를 충분히 두고 대면 방식으로 실기강의를 듣고 있다.  계명대학교는 지난 3월 16일부터 온라인으로 개강하고 온라인으로 이론 강의를 진행해왔으며 이날부터는 실기 수업이 필요한 사진 미디어학과, 음대, 공대 등 일부 학과의 수업을 대면 방식으로 처음 시작했다.  대학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을 의무화하고 강의실 또한 사회적 거리 유지가 가능한 곳에서만 수업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제공
5월 4일 오후 대구시 남구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에서 사진 미디어학과 학생들이 사회적 거리를 충분히 두고 대면 방식으로 실기강의를 듣고 있다. 계명대학교는 지난 3월 16일부터 온라인으로 개강하고 온라인으로 이론 강의를 진행해왔으며 이날부터는 실기 수업이 필요한 사진 미디어학과, 음대, 공대 등 일부 학과의 수업을 대면 방식으로 처음 시작했다. 대학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을 의무화하고 강의실 또한 사회적 거리 유지가 가능한 곳에서만 수업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제공

온라인 공개 교육 기업인 코세라의 제프 마기온칼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전공을 가리지 않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강의를 듣고 싶어하는 분야는 컴퓨터과학과 데이터과학 그리고 머신러닝 등 인공지능(AI) 분야와 비즈니스”라며 “온라인 강의는 이런 분야를 많은 사람에게 실습 중심으로 교육하게 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미래는 교실이 아니라 실습에 달려 있는데, 데이터를 직접 보고 도구를 사용해 지식을 응용하는 데 코세라 등 온라인 교육이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의 참여도도 높일 수 있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타임스하이어에듀케이션(THE)의 필 배티 최고지식책임자(CKO)는 “전세계 53개국 200개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특히 동아시아에서 온라인 강의가 학생의 참여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수줍음이 많아 발표가 활발하지 않았지만, 온라인 강의에서는 오히려 활발하게 발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개인 맞춤형 교육에 최적…수백년 간 이어진 ‘일방적 강의’ 탈피할 기회


새로운 비대면 강의는 개인의 수요에 맞춘 새로운 맞춤형 교육을 이끌 것으로 예상됐다. 폴킴 미국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은 “과거보다 학생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진 시대”라며 “개인적 관심사와 기술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만이 실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데, 기존의 대학에서는 어려운 일인 만큼 변화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시기는 미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시기로 기억될 것”이라며 “소중한 기회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바람 베크라드니아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은 행사에서 ″코로나19에 의해 비대면 강의가 는 현실에서 온라인 강의의 장점을 살려 기존 대학 교육의 한계를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포럼 장면 캡쳐
바람 베크라드니아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은 행사에서 "코로나19에 의해 비대면 강의가 는 현실에서 온라인 강의의 장점을 살려 기존 대학 교육의 한계를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포럼 장면 캡쳐

물리적 한계 때문에 배우는 강의의 수와 종류 등에 제한이 많았던 기존 강의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배티 CKO는 “반면 온라인 강의 시대에는 시공간 유연성이 높아진다”며 “이에 따라 개개인의 요구에 맞춘 맞춤 교육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극단적으로는 다양한 온라인 대학의 온라인 강의를 듣고 수강 학점을 축적해 학위를 받는 경우도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전통적인 대학의 ‘서열’이 무너지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넬슨 CEO는 “차별화된 맞춤 교육을 받은 사람과 기존의 강의식 고등교육을 받은 명문대 졸업생을 비교하면 맞춤형 교육을 받은 사람이 훨씬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기업도 더 이상 대학 이름만으로 인재를 뽑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티 CKO도 “대학의 브랜드 파워는 변화할 것”이라며 “글로벌 브랜드 대학도 더 이상 브랜드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실제 교육 콘텐츠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대면 교육은 질적 향상 통해 온라인 강의 보완할 것


대면 교육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온라인 교육에서 담을 수 없는 부분을 다루기 위해 질적 향상을 이루는 방식으로 변해갈 것으로 공통적으로 내다봤다. 바람 베크라드니아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은 “강의실에서 배우는 전통적인 강의는 융합형으로 바뀌어 새로운 창의적 교육과정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앤서니 살시토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이 병행되면서 보완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주어진 교육 환경에 따라 적합한 교육 도구(툴)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티 CKO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해 각자의 장점을 활용하는 혼합 교육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교육에도 단점은 있다. 온라인 비대면 강의로 대학 교육의 축이 이동하면서 일부 대학은 불가피하게 재정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배티 CKO는 “200개 대학 총장 조사 결과, 정부의 지원보다 등록금에 주로 의존하는 대학은 등록금이 줄면서 대학이 파산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많았다”며 “영국과 유럽, 북미 대학들은 정부 지원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북미나 영국 대학은 80%가 장기적으로 대학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동아시아 대학은 정부지원이 줄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 나선 이탈리아 대학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이탈리아의 각급 학교가 2주 동안 문을 닫게 된 가운데 밀라노에 있는 폴리테크니코 대학의 한 교수가 5일(현지시간) 빈 강의실에서 웹캠을 이용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밀라노 AP/연합뉴스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 나선 이탈리아 대학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이탈리아의 각급 학교가 2주 동안 문을 닫게 된 가운데 밀라노에 있는 폴리테크니코 대학의 한 교수가 5일(현지시간) 빈 강의실에서 웹캠을 이용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밀라노 AP/연합뉴스

프로그램 끝까지 마치는 비율이 낮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됐다. 베크라드니아 소장은 “영국 오픈대의 경우 과정을 수료하는 학생 비율이 36%, 피닉스대는 28% 등으로 낮다”며 “대부분이 호기심에 참여했다가 끝까지 완수하지 않기 때문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는 이번 코로나19에 의해 대학 교육의 지평이 바뀌면서 서양 대학이 갖던 주도권이 동양의 대학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제기했다. 배티 CKO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정부 지원이 줄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며 “지식의 대세가 동아시아로 넘어가 미국이나 영국에 유학했던 아시아 학생이 굳이 유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국제무대의 주도권이 서방국가에서 동양으로 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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