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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공감·AI]④ 게임은 AI 기술 연구하기에 가장 좋은 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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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공감·AI]④ 게임은 AI 기술 연구하기에 가장 좋은 실험실

2020.06.28 11:07
김경중 광주과학기술원(GIST)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팀은 게임 인공지능(AI)를 연구한다.  게임은 현실보다 문제와 규칙이 명쾌하고, 평가도 쉽다. 때문에 현실 대신 AI를 대입해 연구하기 좋은 플랫폼으로 꼽힌다. 게임 자체를 개선하거나 게이머의 행동을 분석하기 위해 AI를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게임 AI의 기술과 요소를 이용해 발달장애인 등 소통약자를 위한 도우미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동아사이언스
김경중 광주과학기술원(GIST)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팀은 게임 인공지능(AI)를 연구한다. 게임은 현실보다 문제와 규칙이 명쾌하고, 평가도 쉽다. 때문에 현실 대신 AI를 대입해 연구하기 좋은 플랫폼으로 꼽힌다. 게임 자체를 개선하거나 게이머의 행동을 분석하기 위해 AI를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게임 AI의 기술과 요소를 이용해 발달장애인 등 소통약자를 위한 도우미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동아사이언스

“인생에는 점수라는 게 없지만, 게임에는 있습니다. 문제와 규칙도 명확히 정해져 있고 평가도 확실합니다.  인공지능(AI) 연구자들이 게임에 주목한 이유입니다. 구글의 AI회사 딥마인드가 바둑 다음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지목한 것도 현명한 선택이었어요.”


2016년 전세계에 충격을 안겨준 딥마인드의 ‘알파고’ 개발 소식은 세계 곳곳에 많은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AI라는 말과 함께 딥러닝과 신경망이라는 기술 용어가 일상적으로 쓰일 만큼 보편화됐다. 또 숨어 있던 인물을 발굴하는 계기도 됐다. 알파고가 바둑에서 인간 챔피언 이세돌 9단을 이기자 AI 반도체 개발 경험이 있고 바둑을 잘 두는 공학자가 주목받았다. 대국 뒤 알파고가 다음 도전 목표로 게임, 특히 스타크래프트를 도전 종목으로 지목하자 게임 AI를 연구하는 또다른 국내 학자가 관심의 주인공이 됐다.


김경중 광주과학기술원(GIST)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는 그렇게 발굴된, 국내 보기 드문 ‘게임 AI’ 전문가다. 기존에는 진지한 ‘학문’의 영역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게임을 2000년대 중반부터 연구해 AI가 ‘현실의 축소판’인 게임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연구해 왔다. 게임 개발이나 게임 회사에서 게이머의 성향을 분석하는 데 AI를 응용하는 연구를 하기도 한다. 

 

●게임은 뛰어난 AI 연구 플랫폼


4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GIST 공학관의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인생에는 점수가 없지만, 게임에는 점수가 있다”는 철학적인 말로 AI 연구 대상으로서 게임이 갖는 매력을 설명했다. 측정을 통해 다양한 상황을 분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AI를 연구하던 대학원생 시절 보드게임에 매료돼 협회 활동도 하고 대회에도 출전하는 등 활발히 활동했다”며 “때마침 게임이 AI 학문 분야에 편입되면서 연구 주제가 됐다”고 말했다. GIST에 오기 전 재직하던 세종대 컴퓨터공학과에서 게임을 잘 하는 연구원이나 프로게이머들을 만나면서 연구 활동은 더 깊어졌다.

 

김경중 GIST 교수가 게임 조종기를 손에 들고 포즈를 취했다. 국내 보기 드문 게임 AI 전문가로 인간 프로게이머를 이기는 AI 기술을 개발하기도 하고 게임을 개선하거나 게이머를 분석하기 위한 AI 기술도 연구한다. 그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때문에 아직 게임 자체를 연구하는 과제는 흔하지 않다″며 ″게임 AI를 응용하거나, 의사결정이나 판단 등 게임AI 고유의 특징을 보다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김경중 GIST 교수가 게임 조종기를 손에 들고 포즈를 취했다. 국내 보기 드문 게임 AI 전문가로 인간 프로게이머를 이기는 AI 기술을 개발하기도 하고 게임을 개선하거나 게이머를 분석하기 위한 AI 기술도 연구한다. 그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때문에 아직 게임 자체를 연구하는 과제는 흔하지 않다"며 "게임 AI를 응용하거나, 의사결정이나 판단 등 게임AI 고유의 특징을 보다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게임이 AI를 연구하기 위한 최적의 대상 중 하나인 이유는 현실의 ‘축소판’이라는 점이다. 인간이 다양한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을 내리는 과정이 간략한 룰 속에 담겨 있다. 1990년대에 IBM이 딥블루라는 체스 AI를 개발해 인간 챔피언에 도전하고,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바둑이라는 게임으로 역시 인간 최고수에 도전해 승리한 것은 이런 게임의 현실 재현성을 활용해 AI의 능력을 평가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 다음 도전 목표로 딥마인드가 보다 복잡다단한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를 지목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AI는 인간과의 대결에서 파죽지세다. 알파고 등장 이듬해인 2017년에만 해도 인간이 우위였다. 말 당시 세종대에 재직하던 김 교수팀은 자체 개발한 게임 AI ‘MJ봇’을 이용해 프로게이머 송병국 선수와 대결을 펼쳤다. 당시에는 인간 프로게이머의 승리로 끝나며 인간의 우위를 알렸다. 하지만 불과 1년 남짓 뒤 구글 딥마인드의 게임 AI 알파스타가 유럽 프로게이머와의 대결에서 11전 10승을 거두며 상황을 역전시켰다. 같은 해 말에는 게임서버 배틀넷에서 90경기를 치러 유럽 상위 0.15%의 성적을 거뒀다는 논문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스타크래프트에서 이미 프로게이머를 이긴 상태에서 최근 AI 연구는 보다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며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는 게임으로 대상을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상에는 단지 자원을 획득하고 세를 확보하는 식의 게임만 있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여러 명이 참여해 서로 협력해야 하는 게임도 있고, 내가 쥔 패의 정보가 내가 아닌 타인에게만 공개되거나 점수을 잃어야 이기는 ‘역발상’의 게임도 있다. 글만 활용해 상황을 제시하고 답하는 게임도 있다. 이런 게임은 아직 AI가 능숙하게 하지 못한다. 

 

●'스타'는 인간 프로게이머 멀찌감치 따돌렸지만...아직 복잡한 현실 반영한 게임엔 약점

 

김 교수는 “사람은 상상을 하고 여러 명이 협력하는 일도 잘 하지만 AI는 아직 이런 능력이 부족하다”며 “한두 번 해보면 금세 새로운 규칙을 파악하고 익히는 사람과 달리 너무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배워야 한다는 점, 유사한 게임이라도 그림이 조금만 달라도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파악해 처음부터 다시 학습하는 것도 AI가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팀 연구실에는 다양한 게임이 구비돼 있다. 게임도 종류에 따라 다양한 형식과 룰(규칙)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런 다양성과 복잡성에 대응하는 AI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게임도 연구가 필수다. 동아사이언스
김 교수팀 연구실에는 다양한 게임이 구비돼 있다. 게임도 종류에 따라 다양한 형식과 룰(규칙)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런 다양성과 복잡성에 대응하는 AI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게임도 연구가 필수다. 동아사이언스

예를 들어 그는 “게임 AI는 널리 연구되는 비전 인식(시각) AI 등과 달리 ‘판단’이나 ‘의사결정’을 다룬다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며 “세계의 게임 AI 연구자들은 게임 AI 연구를 통해 AI의 효율성과 판단 능력을 개선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결정은 자율주행차나 의료 현장의 진단보조 등에 반드시 필요한 AI 연구 주제다. 김 교수는 “의료 영상을 분석해 암 조직이 있다고 단순히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등 보다 고차원적인 AI를 위해서도 게임을 이용한 의사결정 연구는 유용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게임 회사도 AI에 주목하고 있다. 아예 대규모 AI 전담 팀을 꾸려 AI를 연구하고 있다. NC소프트의 경우는 150명 규모의 AI팀을 운영하고 있고 넷마블 역시 AI 팀을 운영하고 있다. 


여러 목적이 있다. 김 교수는 “게임은 종합 예술 장르로 가장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는 작업은 프로그래밍이 아니라 그래픽”이라며 “게이머가 늘 새로운 것을 원하는 데 반해 그래픽은 반복작업이 많이 필요해 매번 디자인하기 어려운데, 이 때 배경 등 일부를 자동화하는 데 AI가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외에 게이머의 행동을 분석해 심리 상태를 추정하고 그에 걸맞는 적절한 아이템을 제안하는 데에도 활용하고 있다. 그는 “게임은 클릭 한 번까지 데이터로 정밀하게 측정이 가능하다”며 “어디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 등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쇼핑몰 등에 활용되고 있는 추천 알고리즘과 비슷하지만, 훨씬 정교하다. “인생에는 점수가 없지만 게임에는 있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게임 AI 응용 발달장애인 창작 돕는 대화형 플랫폼 연구중"


최근 김 교수는 이런 게임의 속성을 공익적 연구에 응용하고 있다. 자폐스펙트럼증후군(ASD)이나 지적장애를 앓는 발달장애인의 음성과 행동 등을 데이터로 측정하고 이를 통해 이들의 감정과 의도를 AI로 재현해 작품으로 제작하는 대화형 도우미 플랫폼을 만드는 연구다. 만든 작품은 이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공유까지 할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문화기술연구개발지원사업 과제에 지난해 10월 선정됐다. 같은 학교 김승준, 홍진혁, 신종원 교수와 서울대, 솔루게이트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며 3년간 19억 원을 지원받는다.

 

김경중 교수팀이 개발하고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인공지능 도우미 서비스의 개요다. 발달장애인의 의도와 감정을 음성 및 행동을 통해 읽고 AI로 분석, 파악해 이를 작품으로 쉽게 완성하도록 돕는다. 완성된 작품을 다른 사람과 쉽게 공유하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소통 약자를 적극 지원하고 독립을 돕는 게 목표다. GIST 제공
김경중 교수팀이 개발하고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인공지능 도우미 서비스의 개요다. 발달장애인의 의도와 감정을 음성 및 행동을 통해 읽고 AI로 분석, 파악해 이를 작품으로 쉽게 완성하도록 돕는다. 완성된 작품을 다른 사람과 쉽게 공유하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소통 약자를 적극 지원하고 독립을 돕는 게 목표다. GIST 제공

기존에도 AI 스피커를 이용해 노인 등을 돕는 기술은 있었지만, 발달장애인을 위해 소통이나 창작을 보조하는 기술은 처음이다. 김 교수는 “발달장애인은 집에 혼자 있거나 부모가 함께 있어야만 활동이 가능할 때가 많은데, 창작을 통해 독립을 도울 목적으로 새로운 창작 도구를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에게 그림 교육을 시키는 경우, 옆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소통해주기만 해도 발달장애인이 뛰어난 영감과 색감을 보이며 좋은 창작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부분을 AI로 대신하도록 해 발달장애인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다. 


김 교수는 “비장애인은 쉽게 사용하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조차 발달장애인에게는 접근이 어려울 때가 많다”며 “특히 정교한 마우스 조작이나 키보드 입력이 필요한 경우 어려움이 더 커지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나 행동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는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발달장애인 전문단체와 음성 챗봇 기반 도우미를 만들고 음성 명령어 기반 도우미, 행동 및 센서 기반 도우미 등 3가지를 개발한다. 여기에 AI 그림판과 소셜네트워크 연계 플랫폼도 제공한다. 김 교수팀은 이 기술을 통해 발달장애인 등 소통약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김 교수 연구실은 수평적 연구실 문화로 유명하다. 이날 오후 촬영을 위해 대학원생이 몰려 있는 연구실에 지도교수가 들어갔다. 교수가 기자와 출동’했으니 연구원들이 긴장할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게임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낳은 분위기일지도 모르겠다. 동아사이언스
김 교수 연구실은 수평적 연구실 문화로 유명하다. 이날 오후 촬영을 위해 대학원생이 몰려 있는 연구실에 지도교수가 들어갔다. 교수가 기자와 출동’했으니 연구원들이 긴장할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게임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낳은 분위기일지도 모르겠다.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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