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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젖달라고 우는 출연硏, 방치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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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젖달라고 우는 출연硏, 방치하는 정부

2014.02.18 18:00

 

 

  낯선 상황인데도 이미 경험한 듯 익숙함을 느끼는 현상을 ‘데자뷰(기시감)’라고 한다.

 

  요즘 국내 과학기술계 돌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예전에 있었던 상황이 그대로 반복되는 듯한 데자뷰를 자주 느끼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출연연구기관 기관장 선임 문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지난해 11월 25일 문길주 원장이 퇴임한 뒤, 3개월째 원장 자리가 비어있다. 이달 10일 열린 48주년 기념식도 직무대행 체제로 진행됐다. 전 원장의 퇴임 전인 11월 21일부터 원장 공개모집을 시작해 12월 26일 3배수 후보까지 선정했지만 두 달이 다 돼가도록 최종 선임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윗선에서 내정한 후보가 있는데, 결격 사유가 발견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풍문은 출연연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출연연 원장을 역임한 한 과학계 원로는 문제 있는 후보를 제외하고 남은 후보 중에서 순위를 매겨 선임하면 될 텐데 도대체 정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한국기계연구원 상황도 KIST와 다르지 않다. 지난해 10월 2일 최태인 원장이 임기를 1년 2개월이나 남기고 돌연 사임한 뒤, 11월 초 3배수 후보 선임까지 마쳤지만 후보 중에 청와대 윤창번 미래수석의 친인척이 포함돼 있다는 풍문이 돌아, 원장 선임이 한없이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출연연이 겪고 있는 상황은 왠지 익숙한 느낌이다. 1년 전인 지난해 2월 17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김종훈 씨를 내정했지만 각종 논란으로, 3월 4일 김 씨가 내정자 신분에서 자진 사퇴하기까지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열흘 뒤 최문기 현 장관을 내정했지만, 한 달 간의 진통 끝에 4월 17일에야 인선이 마무리됐다.

 

  언론에서 허술한 인사 검증과 안일한 대처를 지적했지만, 1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에도 변하지 않고 허탈한 데자뷰에 직면하고 말았다.

 

  기관장의 부재는 출연연의 목표 부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 시스템상 출연연은 해마다 기관 목표를 세워야 하는데, 원장이 없는 출연연은 그저 넋놓고 허송세월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전에 했던 연구나 이어갈 뿐 새로운 연구를 시작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융복합 연구 강화는 기관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종 결정권자가 부재한 기관에서는 책임 여부 때문에 새로운 협력이나 투자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출연연에게 창조경제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면서도, 정작 출연연이 필요한 것에는 나몰라라 하는 모양새다. 창조경제의 주역이 돼야할 출연연이 정부의 느긋한 인선 ‘관행’에 발목 잡힌 형국이 애처롭다 못해 안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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