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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폭발시 가장 위험한 것은 용암? 아니 ‘잿빛 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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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폭발시 가장 위험한 것은 용암? 아니 ‘잿빛 폭풍’

2014.02.19 18:00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인해 화산재에 덮여 멸망한 고대 도시 폼페이의 마지막 날을 담은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달 들어 두 차례나 화산이 폭발해 수십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보통 ‘화산 폭발’하면 불붙은 채 날아다니는 돌덩어리와 이글이글 타오르는 용암을 연상한다.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포스터에도 이들의 이미지가 담겨있다.

 

  화산이 폭발했을 때 정말 용암이 가장 무서운 것일까. 정작 이들로 인한 사망자 수는 전체의 5%에 불과하다. 화산 폭발시 용암이나 날아다니는 돌덩어리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는 말이다.

 

●용암보다 잿빛 폭풍, 화산 홍수 피해 커

 

  화산이 폭발하면 화산 구름 기둥(분연주)이 수 km에서 최대 45km까지 치솟는다. 높이 올라간 것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 기후 변화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인체에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진 않는다.

 

  화산 폭발시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구름 기둥이 1~5km 올라가다가 와르르 무너지면서 산비탈을 타고 주변으로 흩어지는 현상이다. 바로 용암과 기존 암석이 크고 작은 파편으로 부서진 채 화산 가스와 한 덩어리가 된 ‘화산쇄설류(화쇄류)’다. 시속 130~180km로 빠르게 주변을 덮치기 때문에 피하기가 어려워 화산 폭발에서 가장 무서운 현상으로 꼽힌다.

 

  온도도 500~700도에 달해 이들이 닿는 곳에는 화재가 발생하고 생물들은 심각한 화상을 입고 만다. 특히 뜨거운 재가 코로 들어가면 호흡기 점막이 손상돼 숨을 쉴 수 없다. 이 때문에 화쇄류는 화산 폭발로 인한 사망 원인의 70%를 차지한다. 폼페이에서 발굴된 시신들이 모두 웅크린 채 발견되는 것도 화쇄류의 뜨거운 열기 때문이다.

 

  화쇄류 다음으로 위험한 현상은 분출물들이 물과 함께 흘러내리는 화산성 홍수인 ‘라하르’. 경사면을 따라 시속 100km로 흐르기 때문에 주변을 휩쓸어 버린다. 특히 기존 분화구에 고여 있는 물이 많을수록 위협은 더 커진다.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 20억 t에 달하는 천지의 물이 흘러내려 북한 양강도와 중국 지린성 일대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이 때문이다.

 

  이산화황과 같은 유독성 화산 가스도 위협적이다. 가스가 골짜기를 덮치면서 이곳에 머물던 원주민들이 진폐증을 일으키거나 질식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다량으로 나온 화산재가 지붕에 수십 cm 두께로 쌓이면서 전통가옥들이 무게를 못 이기고 붕괴되면서 사상자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과거 폼페이처럼 연안에 위치한 도시에서는 화산 폭발과 함께 발생한 지진 해일의 피해도 심각했다. 다행히 20세기 들어서는 해안의 방파제가 잘 갖춰지면서 해일로 인한 피해는 크게 줄었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정작 사람들이 위협적으로 여기는 불덩어리 암석은 분화구 근처가 아닌 이상 궤적이 예측 가능해 피할 수 있으며, 용암도 경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점성 때문에 속도가 시속 20km에 불과해 큰 위협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984년 필리핀 마욘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 산비탈을 타고 흘러내리는 잿빛의 화쇄류는 화산 폭발의 가장 큰 위협이다.
1984년 필리핀 마욘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 산비탈을 타고 흘러내리는 잿빛의 화쇄류는 화산 폭발의 가장 큰 위협이다.

●백두산 분화 예측 시스템 구축하라

 

  화산 재해 소식을 해외 뉴스로만 접하던 국내에서 최근 백두산의 분화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 학자들이 백두산은 1000년에 한 번씩 크게 분화했는데 969년 대분화 이후 작은 분화만 31차례 가량 거듭하고 있어, 조만간 대분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12년부터 ‘백두산 화산대응기술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윤성효 교수는 관련 연구에서 ‘화산재해 피해 예측 기술 개발’ 부분을 맡고 있다. 윤 교수는 백두산 폭발 시, 화쇄류나 라하르의 영향을 입는 범위를 예측하고 화산재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만큼 쌓일 것인지 등을 연구하고 있다.

 

  실제로 백두산이 분화할 경우, 남한에 직접적으로 미칠 수 있는 현상은 화산재로 국한된다.

 

  현재 정부는 윤 교수의 연구를 토대로 화산 분출량과 풍속 등의 정보를 알면 화산재의 경로와 도달 시간을 3차원으로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내년에는 화산이 폭발했을 때를 대비한 국민 행동 요령도 배포할 계획이다. 지난 달 21일에는 ‘지진·화산의 관측·경보에 관한 법률’을 제정·공포하면서 시행에 따른 법적 근거도 마련한 상태다.

 

  윤 교수는 “백두산이 겨울철에 분화할 경우, 화산재로 인해 국내 수출이 약 2조 6000억 원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화산 피해 예측 연구가 산업 시설이나 운송 업계가 화산재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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