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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 백신 개발의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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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 백신 개발의 뒷이야기

2020.07.11 06:00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최초의 백신 개발자는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다. 제너는 소 젖을 짜던 사람들이 천연두와 비슷하지만 증상은 훨씬 약한 우두에 쉽게 걸리고 이후에는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1798년 우두바이러스를 접종해 천연두에 대한 면역력을 얻게 하는 우두법을 발표했다. 우두법은 천연두를 완전히 박멸한 천연두바이러스 백신의 시초로 불린다. 


하지만 우두법 이전에도 백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역사 속에서 백신이 처음 등장한 건 15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에서는 천연두 예방을 위해 천연두 환자의 피부에서 각질을 긁어 건강한 사람의 코에 묻히는 인두법(人痘法)이 시행됐다. 환자에게서 얻은 시료를 백신처럼 활용한 셈이다. 


이런 방법은 현대 생물학의 관점으로 보면 위험천만한 일이다. 병원성이 온전한 바이러스를 체내에 접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두법으로 천연두를 예방하려다 되려 천연두에 걸려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오랜 백신 개발 역사에는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사연이 존재한다. 우리가 해마다 맞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도 마찬가지다. 인플루엔자의 정체가 밝혀진 것은 1931년이다. 인플루엔자를 앓고 있던 돼지를 연구하던 미국의 세균학자 리처드 쇼프는 인플루엔자의 원인이 바이러스라고 처음으로 주장했다. 


쇼프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주입하면 숙주가 인플루엔자에 걸린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돼지에서 채취한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다시 돼지에게 주입하자 경미한 증상만 나타날 뿐, 인플루엔자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없었다. 


쇼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영국의 윌슨 스미스 등 3명의 과학자는 새로운 동물 실험을 결정했다. 이 동물은 바로 페럿(ferret)이었다.


페럿에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주입하자 페럿은 콧물을 흘리고 고열이 나는 등 인플루엔자 증세를 나타냈다. 


심지어 연구자에게 인플루엔자를 옮기는 양상을 보였다. 어느 날 인플루엔자에 걸린 페럿이 스미스를 향해 재채기를 했는데, 그만 스미스에게 인플루엔자가 옮아버린 것이다. 


이 사건 이후 페럿과 스미스의 이름은 백신 개발 역사에 길이 남게 됐다. 연구팀은 스미스에게서 분리한 바이러스를 이용해 다양한 실험을 하며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을 크게 앞당겼다. 


스미스에게서 분리한 바이러스는 그의 이름을 따 ‘A/WS/1933’으로 불리며, 오늘날에도 실험에 사용된다. 


또 이때부터 페럿은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호흡기 감염병 연구를 위한 실험동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최근 호흡기 감염병 백신 연구에도 페럿이 주로 사용된다.


험난한 백신 개발 과정은 때론 음모론에 휘말리기도 한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유발하는 후천성면역결핍증 (AIDS·에이즈) 백신이 대표적인 예다. 1981년 미국에서 에이즈 환자가 학계에 처음 보고된 이후, 세계적으로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약 3790만 명에 이른다. 최근 50년간 창궐한 바이러스성 감염병 중 사망자가 가장 많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각국의 연구기관과 제약회사는 에이즈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에이즈 백신 개발은 대중의 많은 관심과 지지도 받았다. 하지만 그 어떤 연구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감염자만 늘어날 뿐이었다. 그전까진 면역체계를 공격하는 감염병이 없었던 터라 백신 개발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1999년 영국에서 ‘더 리버(The River)’라는 제목의 책 한 권이 출판됐다. 영국 언론인 에드워드 호퍼가 쓴 이 책에는 중앙아프리카에서 소아마비 백신을 대량 배포하는 과정에서 에이즈가 퍼져나갔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러자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의 기원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00년 런던에서 열린 영국 왕립학회(Royal Society) 회의에서 이 사안이 논의될 정도로 여론이 들끓었다. 1660년 창립된 왕립학회는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등 내로라하는 과학자들도 회원으로 활동한, 영국 과학계 최고 권위를 가진 기관이다.


왕립학회는 소아마비 임상시험은 1950년대에 시작됐으나 HIV가 처음으로 인간을 감염시킨 것은 1930년대라는 점과, 당시 배포된  소아마비 백신에서 HIV 등에 대한 오염이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소아마비 백신 임상시험이 에이즈 확산의 원인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음모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남아있다. 


음모론을 소수의 일방적인 주장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음모론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한 예로 책 ‘더 리버’가 출판되기 1년 전인 1998년 영국의 의사 앤드류 웨이크필드는 국제학술지 ‘랜싯’에 MMR 백신(홍역바이러스, 멈프스바이러스, 풍진바이러스에 대한 혼합 백신) 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백신 음모론과 관련된 다큐멘터리 ‘백스드(Vaxxed)’를 제작하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백신 효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비판하는 등 지속적으로 백신의 유해성을 주장했다. 


그의 논문이 발표된 뒤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MMR 백신 접종률이 크게 감소했다. 해당 기간에는 홍역 청정국이었던 국가들에서 홍역이 재유행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이에 맞서 백신의 안전성을 증명하기 위한 연구를 발표하고 결국 ‘랜싯’은 2010년 2월 웨이크필드의 논문을 철회하기로 결정했지만, 12년 동안 그의 논문은 백신 반대론자들의 공식 근거로 쓰였다.  


백신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우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개발 초기 실험동물을 이용한 실험에서 안전성을 확보한 뒤, 인체를 대상으로 세 차례의 임상시험을 수행한다.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백신 개발이 긴급한 경우 등 특별한 사례를 제외하면, 이 모든 단계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백신을 인체에 접종할 수 있다. 


안전성과 효능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대표적인 사례는 신종플루 백신이다. 일부 인플루엔자는 이미 백신이 개발된, 인류에게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은 질병이었다. 하지만 동물이 가진 인플루엔자바이러스와 결합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 신종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일으킨 신종플루는 기존 백신으로는 예방 효과가 전혀 없었다.


다행히 신종플루 백신 개발은 빠르게 이뤄졌다. 과거 인플루엔자 백신을 개발하는 데 70년이 걸렸던 것과 달리, 2009년 3월 미국에서 첫 환자가 보고되고 6개월만인 9월, 두 종류의 백신이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한국의 제약회사인 녹십자도 같은 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종플루 백신인 ‘그린플루-에스’에 대한 사용승인을 받았다. 기존의 인플루엔자 백신을 개량해 신종 감염병에 대응한 성공사례였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거졌다. 당시 독일 정부가 일반인에게는 영국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한 ‘팬덤릭스(Pandemrix)’를, 정치인과 정부 인사들에게는 미국의 백스터 인터내셔널이 개발한 ‘셀바팬(Celvapan)’을 준비하면서부터다. 


팬덤릭스는 셀바팬과 달리 면역반응을 촉진하기 위한 항원보강제를 포함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항원보강제가 포함된 백신의 경우 경미한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이 더 높다. 항원보강제의 영향인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캐나다에서 팬덤릭스 접종 후 미열 등 부작용이 나타나 일부 생산품에 대해선 접종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독일 국민 사이에서 ‘2등 백신’을 준다는 항의와 불만이 크게 일었다.


이는 단순한 한 가지 사례일 뿐이지만, 백신 허가에 필요한 안전성과 효능을 우선 고려할지, 최소한의 부작용을 검증해 접종부터 할지는 신종 감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반복되는 고민이다. 현재 대부분 연구자는 부작용과 효능에 대해 충분한 검증이 이뤄진 뒤 백신을 허가하고 접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때로는 단호한 결단이 감염병으로부터 많은 이들을 구하기도 한다. 에볼라 백신이 그 주인공이다. 2013년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병이 본격적으로 확산되자 GSK와 미국 존슨앤드존슨 등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너도나도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제약회사 머크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백신 개발은 녹록지 않았다. 개발은 수년째 이어졌고, 다행히 발병 사례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였다. 그런데 2018년 갑작스럽게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다시 한번 에볼라가 폭발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의료종사자와 감염 접촉자 수가 총 10만 명에 이르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태를 진정시킬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임상시험의 최종관문인 3상 임상시험을 마치고 결과 분석 중인 머크의 백신 ‘어베보(Ervebo)’를 긴급 접종하는 것이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다행히 WHO의 전략은 성공했다. 백신을 접종받은 약 9만 명 중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71명에 불과했다. 그중 사망자는 9명에 그쳤다. 에볼라의 치사율(60%)과 비교하면 대단한 선방이었다. 이후 발표된 3상 임상시험 결과에서도 어베보의 감염 예방 효과는 100%에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어베보는 2019년 최초의 에볼라 백신으로 승인받았다. 


다사다난한 백신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증식과정에서 수시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큰 도전 과제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경우 유행하는 유형을 일부 예측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코로나바이러스는 같은 바이러스가 반복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유행을 예측하기도 불가능하다. 


백신 후보물질을 찾았더라도 바이러스 중요 부위에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면 백신 개발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2002년 사스 코로나바이러스(SARS-CoV)로 인해 발병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2년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 (MERS-CoV)로 인해 발병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백신이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이유다. 


2019년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라는 이름으로 다시 찾아왔다. 벌써 세 번째 돌연변이의 등장이지만 백신 개발 연구는 원점부터 진행되는 상황이다. 앞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떤 모습으로, 얼마나 자주 찾아올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처럼, 백신 개발의 역사를 돌아본다면 끝내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를 해결할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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