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인터뷰]"코로나19 취약계층 보듬기, '나'와 사회' 위한 일"

통합검색

[인터뷰]"코로나19 취약계층 보듬기, '나'와 사회' 위한 일"

2020.07.11 09:00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김승섭 교수가 고려대학교 강당에서 강의 중이다. 김승섭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으로 빈부 격차나 사회적 취약계층의 건강 불평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가난하다고 더 아프고 더 많이 죽는 것은 부당한 일입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습니다. 사회역학은 취약계층만을 위한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일입니다."

 

코로나19가 장기전으로 가고 있는 가운데 사회역학자로 유명한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 교수를 만났다. 2017년 출간된 도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인 김승섭 교수는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사회역학자'다. 김 교수는 책에서 인종, 빈부, 성별 등 사회적 차별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결과를 통해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고 있다. 코로나19로 현실화한 '질병의 사회적 불평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지난 5월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건물에 들어서자 열화상카메라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발열 체크를 하고 만난 김 교수는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용어인 ‘사회역학’을 먼저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고 ‘역학’, ‘역학조사’ 같은 단어를 들어 본 적 있을 겁니다. 역학조사는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의 원인을 찾고 이를 막는 방법을 밝히는 일입니다. 사회역학자는 질병의 원인을 사회 속에서 찾고 이를 막을 방법을 밝히는 일을 합니다.”

 

김 교수는 사회역학을 설명하기 위해 최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를 소개했다. 그는 "미국의 코로나19 사망률을 분석해 봤더니, 부유한 지역보다 불법이민자나 흑인, 히스패닉계 등 유색인종이 사는 지역에서 사망률이 더 높았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가 있었는데 어떤 이유로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지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사회역학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5월 13일자 "바이러스는 불평등하다" 코로나19가 제기한 윤리 논쟁들


워싱턴포스트가 분석한 원인은 가난한 흑인이나 이민자는 재택근무가 어려운 공장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미국의 값비싼 의료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어 사망률도 높다. 실제로 5월 초 미국의 고기 공장에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공장이 폐쇄됐는데, 노동자 대부분이 흑인이나 이민자들이었다. 질병의 원인은 바이러스지만,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건강 불평등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며 "건강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계층간 격차를 줄이는 게 사회역학자에게 주어진 몫"이라고 말했다. 

 

 

주말마다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관련 진료를 보고 있는 김승섭 교수는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뒤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학 시절 사회역학 분야를 접하게 됐고 이 분야로 진로를 바꿨다.

 

김 교수는 "한국에 있을 때 진료를 보며 무력감을 느낀 적이 많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허리 디스크 환자에게 “좀 쉬세요!”라고 말하면 환자가 “쉴 수 없다”고 했다. 가정폭력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치료해도, 다음에 또다시 폭력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병원을 찾는다. 김 교수는 "단순히 진료만으로 환자의 건강을 해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단 생각에 힘이 빠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람들이 예방할 수 있는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고 싶다"며 "질병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을 통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데 문제를 진단해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승섭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사회적 약자의 건강 문제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나.

 

지난해 가을, 김승섭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사회학과 데이비드 윌리엄스 교수(왼쪽)와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 경제학자 리 배지트 교수(오른쪽)와 만나 사회적 약자의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해 가을, 김승섭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사회학과 데이비드 윌리엄스 교수(왼쪽)와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 경제학자 리 배지트 교수(오른쪽)와 만나 사회적 약자의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권이란 말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평생 한국에만 머물면 차별받을 일이 별로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일본은 물론, 유럽이나 미국 등에 가면 당장 아시아인, 한국인에 대한 차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 나도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차별은 언제든 나의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약자에 대한 관심은 자신의 안전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감염에 가장 취약한 분들은 사회적 약자입니다. 이분들이 코로나19에 걸리면 한국 사회에서 누구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누구든 걸릴 수 있고, 이로 인해 금세 사회적 전파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감염병의 확산을 막고, 효과적으로 방역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은 인권이라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나'와 우리 사회의 이익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Q 사회역학에서 질병은 사회적인 것이라고 규정하는데 질병에 걸리는 것은 다양한 원인이 있는 것 아닌가. 


"20세기 내내 질병의 원인을 두고 ‘유전이냐, 환경이냐’는 논쟁이 계속됐습니다. 이런 이분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환경의 영향을 받는 질병이라도 몸이 유전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순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유전적 요인이 아주 강한 질병이라고 해도 그 질병이 발생하는 시점이나 증세가 우리 몸이 살아가는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질병의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각각 몇 %인지 계산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무척 복잡한 상황이 뒤엉킨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요인을 모두 가정하고  정확한 원인을 계산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극단적인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질병은 유전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것이라고 봅니다."

 

Q.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렸던 사람’이란 낙인과 차별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코로나19는 누구나 자기 잘못과 상관없이 걸릴 수 있습니다. 완치 후엔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코로나19에 걸렸다 나은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가졌으니 나중에 이 병이 재유행하더라도 바이러스의 전염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장벽이 되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과학적으로 생각하면 막연한 공포로 인한 낙인과 차별을 피할 수 있는 셈입니다.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생각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Q. 과학적 사고와 합리성으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인가.

 

"과학을 물리나 화학 같은 좁은 의미의 과학으로 보기보다는 어떤 대상을 합리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데이터를 모아 가설을 세우고 근거에 기반해 사고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 근거가 잘못됐다면 내가 틀렸다는 반대 주장에 대해서도 열려 있는 태도로 임해야 합니다. 이같은 과학적 태도는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Q. 사회역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회역학을 하기 위해 꼭 의학을 전공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회역학은 치료보다는 예방에 더 관심을 많이 갖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통계 등 수학 능력은 필요합니다. 사회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사회역학자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연구 가설을 세우려면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 질문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 중요합니다. 


 

 

 Q.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당부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불편하겠지만 마스크를 끼고, 생활 속 거리두기를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백신이 나올 때까지 건강하게 잘 버텼으면 합니다. 작아 보이지만 나와 가족, 내 이웃을 함께 지키는 중요한 일입니다. 어려운 시기는 분명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김승섭 교수의 책《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표지
김승섭 교수의 책《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표지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13호 (7월 1일 발행) [JOB터뷰] 따뜻한 사회역학자, 김승섭 교수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3 + 2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