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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막을 최전선은 '주거지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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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막을 최전선은 '주거지와 도시'

2020.07.13 19:00
탄자니아의 도시 므완자에서 여자 어린이들이 새롭게 지어진 화장실을 살펴보고 있다. 전세계에는 위생시설이 열악하고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주거지에 거주하는 인구가 10억~18억에 이른다. 이들이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만큼 주거지 및 도시 환경 정비를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UN해비타트 제공
탄자니아의 도시 므완자에서 여자 어린이들이 새롭게 지어진 화장실을 살펴보고 있다. 전세계에는 위생시설이 열악하고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주거지에 거주하는 인구가 10억~18억에 이른다. 이들이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만큼 주거지 및 도시 환경 정비를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UN해비타트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이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감염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주로 감염자와 비감염자의 접촉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 정책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장기적인 감염 확산을 줄이기 위해 주거 안정과 도시 계획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소한의 주거·위생도 갖추지 못한 도시 코로나19에 취약…개선 필요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한 지원사업을 계획하고 시행하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유엔인간주거계획(UN해비타트)는 주거 및 도시 개선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대표적 국제기구다. 유엔해비타트는 5월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감염자의 95% 이상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며 “팬데믹은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공격하며 그들은 대부분 불법 주거와 도시 슬럼에 거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부분 열악한 주거지에서 고밀도로 밀집해 생활하며, 과밀한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한다. 상하수도 등 위생시설은 갖춰지지 않았거나 취약하다. 소득이 불안정하고 의료 처치에서도 소외돼 있으며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크고 가짜뉴스 전파 속도는 빠르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 쉬운 조건이 모여 있다. 전세계적으로 약 10억~18억 명이 이런 곳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UN해비타트는 “규칙적인 손씻기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 권장되는 방역 조치들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들은 봉쇄 조치 등 감염병 대응 정책이 실행될 경우 당장 소득이 사라지면서 피해를 직격으로 입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개발도상국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선진국 중에서도 소수인종 등은 열악한 주거에 노출돼 있고, 실제로 코로나19 감염률 및 사망률이 높다고 보고돼 있다. 싱가포르에서 벌어진 외국인 노동자 집단거주시설 감염 사태가 대표적이다. 4월 21일 영국 레스터대 연구팀이 영국 내 소수인종의 코로나19 감염 실태를 조사해 영국의학저널(BMJ)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선진국의 소수 인종은 백인 등 주류 인종에 비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해 밀집 주거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바이러스 전파에 더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위생도 열악하며 거주자는 저임금의 필수 근무 일자리에서 일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바이러스 감염을 피할 방역조치에서 소외됐을 가능성이 높다.


UN해비타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거가 불안정한 인구 비율이 높은 개발도상국 64개국에 주택을 공급하고 상하수도 등 위생 시설을 개선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단순히 환경만 개선하지 않고 도시 데이터와 지역의 지식을 수집하는 활동 등을 병행할 계획이다. 7200만 달러(866억 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레일라니 파르하 UN적정주거특별서기관은 “기존에도 세계는 주거 위기가 심각했지만, 코로나19 확산은 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며 “주거정책이야말로 코로나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최전선”이라고 말했다.

 

탄자니아의 도시 므완자에서 어린이들이 동네를 걸어가고 있다. 전세계에는 위생시설이 열악하고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주거지에 거주하는 인구가 10억~18억에 이른다. 이들이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만큼 주거지 및 도시 환경 정비를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UN해비타트 제공
탄자니아의 도시 므완자에서 어린이들이 동네를 걸어가고 있다. 전세계에는 위생시설이 열악하고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주거지에 거주하는 인구가 10억~18억에 이른다. 이들이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만큼 주거지 및 도시 환경 정비를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UN해비타트 제공

●도시 밀도는 감염병 확산·사망률 증가와 관련 적어…주변 도시와의 ‘연결’이 위험


최소한의 주거와 최소한의 위생을 갖추지 못한 곳에는 적절한 주거와 위생시설을 갖추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존 도시는 코로나19에 어떻게 변모해야 할지 의문이 나온다. 기존에는 아파트 등 밀집 주거를 통해 좁은 지역에 많은 인구를 수용했는데, 이런 방식의 고밀도 개발이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자주 발생하는 미래에는 위험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단지 인구밀도가 높다고 해서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취약해지지는 않는다. 인구밀도가 높으면 의료시설 접근성도 높아져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가능성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변 도시와의 잦은 접촉과 이동이 코로나19처럼 감염률이 높은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드 에윙 미국 유타대 석좌교수와 미사 하미디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대 교수팀은 도시의 인구밀도가 코로나19 팬대믹을 가속화시키는지 여부를 수학 모델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연구했다. 그 결과 인구밀도가 높은 것은 코로나19 환자 및 사망자 발생과 관련이 없고, 대신 주변 행정구역(카운티)과의 교류가 활발할수록 감염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 결과는 ‘미국계획협회저널’ 지난달 18일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미국 내 대도시권역 913곳을 선정해 5월 25일까지 인구 1만 명 중 코로나19 환자 및 사망자 발생수를 수집해 수학 모형을 이용해 도시 밀도와 감염률 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대도시 권역의 인구는 감염률과 상관 관계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인구밀도는 큰 관련이 없었다. 연구팀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정책 덕분에 높은 인구밀도에도 감염이 널리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코로나19에 의한 사망률은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 낮은 곳보다 훨씬 낮았다. 연구팀은 의료시설에의 접근성이 높아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5일 뉴욕타임스가 미국 내 약 1000개 카운티의 인종별 코로나19 환자 발생률을 지역별로 조사 비교한 탐사보도 결과를 보도했다. 상당수 카운티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라틴계 미국인의 코로나19 환자 발생률이 백인보다 높았다. 전체적으로는 아프리카계가 백인의 2.7배, 라틴계는 백인의 3.2배에 이르렀다. 뉴욕타임스 기사 캡쳐
5일 뉴욕타임스가 미국 내 약 1000개 카운티의 인종별 코로나19 환자 발생률을 지역별로 조사 비교한 탐사보도 결과를 보도했다. 상당수 카운티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라틴계 미국인의 코로나19 환자 발생률이 백인보다 높았다. 전체적으로는 아프리카계가 백인의 2.7배, 라틴계는 백인의 3.2배에 이르렀다. 뉴욕타임스 기사 캡쳐

연구팀은 “도시에서 감염병 확산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인구밀도가 아니라 사회,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된 다른 행정구역의 수”라고 주장했다. 통근자가 많고 주변 지역과 사업 등으로 왕래가 잦은 행정구역들이 감염병 전파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따른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고밀도 개발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또 지역간 이동을 줄일 수 있도록 주거와 직장이 근접하도록 도시를 계획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중교통 중심 도시가 감염병에 취약 '도시의 역설' 도시 패러다임 바꾸나


이런 결론은 국내 도시계획가들의 주장과 일부 겹친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3월 31일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주최한 온라인 토론회 ‘도시와 감염병’에서 “코로나19 환자 발생 지도를 보면 주로 교통수단이 집중된 대중교통 중심축을 따라 환자가 발생했다”며 ”이른바 ’도시의 역설’이 관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대중교통 체계를 구축한 친환경 도시가 역설적으로 감염병에는 취약한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이에 따라 미래에는 이렇게 교통을 통해 인구 이동과 교류를 촉진하는 도시보다는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어지간한 활동이 한 곳에서 이뤄지고 지역 내부에서는 자전거 등 개인교통수단 등을 이용해 이동하는 도시가 각광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재승 KAIST 교수는 “유럽 도시들처럼 용도혼합제를 채택해 개인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근처에서 필요한 활동을 하면 이동을 줄일 수 있다”며 “여기에 소형 개인 이동수단을 이용하면 대중교통 이용에 따른 감염병 위험도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은 현대 도시의 대명사다. 특히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를 지니고 있어 자동차 중심의 다른 미국 도시와도 다른 특징을 갖는다. 하지만 뉴욕주는 현재 코로나19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고 있다.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도시의 공간구조와 교통체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미국 뉴욕은 현대 도시의 대명사다. 특히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를 지니고 있어 자동차 중심의 다른 미국 도시와도 다른 특징을 갖는다. 하지만 뉴욕주는 현재 코로나19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고 있다.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도시의 공간구조와 교통체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일부 도시학자와 건축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도심 내에서 기본적인 물건을 제조하는 도심제조업을 부활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애덤 프리드먼 미국 뉴욕 프랫커뮤니티 디벨롭먼트센터장은 서울시립대 세운캠퍼스 베타시티센터와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이 지난달 18일 주최한 2020년 글로벌 온라인 포럼 '로컬리콜' 온프닝 이벤트에서 "수많은 기업이 (코로나19에 따른 봉쇄조치로) 문을 닫고 일을 못 하는 상황에서 가구 공장이 마스크를 공급하고 3D 프린터 기업이 개인 안면보호구를 제작하는 등 활동을 한 사례가 있다"며 "이를 자료화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활동을 통해 2차 유행과 잠재적 위험을 막는 데 동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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