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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N수학]'내사랑 철인3종 경기' 남다른 취미생활에 푹빠진 수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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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N수학]'내사랑 철인3종 경기' 남다른 취미생활에 푹빠진 수학자들

2020.07.18 12:00
장거리 달리기가 취미인 프랑수와 로저 교수. 알프스산맥의 최고봉인 몽블랑 정상에서 촬영했다. François Loeser 제공
장거리 달리기가 취미인 프랑수와 로저 교수. 알프스산맥의 최고봉인 몽블랑 정상에서 촬영했다. 프랑수와 로저 제공

여름하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위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즐거운 방학과 휴가가 있어 설레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올해는 코로나19로 멀리 여행을 가지는 못 하겠지만 며칠 푹 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항상 방에서 수학책만 들여다 보고 있을 것 같은 수학자들도 다양한 취미생활로 휴가를 즐깁니다. 수학자들은 어떤 취미를 즐기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수학자는 책상 앞에만 앉아있는 사람이라는 편견

 

저는 축구를 보는 것만큼이나 하는 것도 좋아해서 학창 시절에는 항상 축구팀에 있었습니다. 물론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요. 수영과 테니스도 매우 좋아해서 열심히 했습니다. 


많은 사람의 인식과 달리 운동을 좋아하는 수학자가 많습니다. 생각보다 ‘체력’이 중요한 직업이이기 때문입니다. 온종일 앉아 컴퓨터 모니터만 보면 거북목증후군이나 복부비만 같은 고질적인 직업병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학자들은 공동연구자와 가볍게 산책하며 의견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당한 운동과 야외 활동은 머리를 맑게 합니다. 


가벼운 조깅이나 수영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 마라톤이나 철인3종경기 같은 취미를 즐기는 수학자도 있습니다. 수학을 연구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건지, 운동하다 심심해서 수학을 연구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몰두합니다. 

 

 

대표적인 수학자가 프랑수와 로저 프랑스 소르본대 교수입니다. 로저 교수는 일반 마라톤 경주 구간인 42.195km 이상을 뛰는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나온 기록을 모두 본인 홈페이지에 올려놨습니다. 오르막을 합친 누적 상승고도가 9.2km, 총 달리는 구간이 151km인 대회에도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집니다. 


1974년 필즈상 수상자인 엔리코 봄비에리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역시 젊은 시절에는 야생 난초와 신비한 식물을 찾아다니는 게 취미였습니다.


좀 더 신기한 운동을 하는 수학자도 있습니다. 조합론과 정보이론의 대가 로널드 그레이엄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입니다. 그레이엄 교수가 수학만큼 잘하는 운동은 바로 ‘저글링’입니다. 그레이엄 교수의 저글링 실력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국제저글링협회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수학자로서도 미국수학협회장을 맡았을 만큼 탁월했던 분인데 이쯤 되면 그냥 ‘사기캐(릭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저글링은 수학과 밀접합니다. 공이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 1초, 2초, 3초처럼 자연수로 나타난다고 가정하면 ‘333’이라는 수열에 맞춰 공 3개를 던지면 저글링을 할 수 있습니다. 333 외에도 다양한 저글링 수열이 있으며, 어떤 수열로 저글링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수학적인 방법도 있습니다. 저글링에 관한 수학 연구가 지금도 종종 나오고 있는데, 저도 저글링을 시작하면 수학을 좀 더 잘할 수 있을까요?

 

저글링 중인 그레이엄 교수. 실제 최고 기록은 공 7개로 저글링을 하는 것이다.(사진에 보이는  12개의 공은 딸이 합성한 사진이다)  Che Graham  제공
저글링 중인 그레이엄 교수. 실제 최고 기록은 공 7개로 저글링을 하는 것이다.(사진에 보이는 12개의 공은 딸이 합성한 사진이다) 체 그레이엄 제공

수학자도 벗어날 수 없는 음악 매력


‘음악은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라는 오글거리는 문구가 한때 인터넷에서 화제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인류에게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취미이자 생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취미에 축구보다 노래를 먼저 적었을 만큼 음악, 특히 노래를 듣는 것과 부르는 것 모두 좋아하는데, 언젠가 무대에서 제대로 노래를 불러보는 게 지금도 인생 목표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음악과 수학은 이미 여러 면에서 많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기원전부터 이미 현악기의 음의 옥타브가 올라가고 듣기 좋은 화음이 생겨나는 것이 현의 길이의 비가 유리수일 때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는 ‘모든 자연은 수로 이뤄져 있다’는 피타고라스의 믿음을 더욱 확신시켜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음악 관련 취미를 가진 수학자가 유난히 많습니다. 2014년 필즈상을 받은 만줄 바르가바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수학 연구가 막힐 때마다 인도 전통악기인 ‘타블라’를 연주하며 마음을 다스린다고 합니다. 


미국 수학자 레이먼드 스멀리언은 수리논리학을 연구해 미국 뉴욕시립대에서는 수학과 교수로, 미국 인디애나대에서는 철학 교수로 일했는데, 요한 바흐와 프란츠 슈베르트의 피아노곡을 앨범으로 낼만큼 피아노 연주를 좋아했습니다. 

 

수학 잘하는 사람이 게임도 잘하네

 

알파고의 아버지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게임이 좋아 게임 개발자로 일하다가 인공지능에 눈을 떠 알파고를 개발했다.  Royal Society 제공
알파고의 아버지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게임이 좋아 게임 개발자로 일하다가 인공지능에 눈을 떠 알파고를 개발했다. 로열소사이어티 제공

21세기의 취미에서 게임을 빼놓을 순 없습니다. 저도 중학교 때 잠시 프로게이머를 꿈으로 삼았을 만큼 게임을 좋아했는데, 전설의 스타크래프트 게이머 임요환 선수의 현역 시절 결승전 경기를 직관한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게임을 좋아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제하며 살고 있습니다.


꼭 컴퓨터 게임이 아니더라도 체스, 바둑, 스도쿠, 퍼즐, 보드게임 등 각종 게임을 좋아하는 수학자가 매우 많습니다. 1994년 필즈상 수상자인 장-크리스토프 요코즈는 시간이 날 때마다 동료 수학자와 체스를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학원 시절에는 지도교수가 걱정할 정도로 체스에 심취했었다고 합니다. 요코즈는 2011년 수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수학과 체스는 다양한 계산과 계획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밝혔습니다.


고전적인 의미의 수학자는 아니지만, 알파고의 아버지인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창업자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너무 좋아해 게임 회사에서 일하다 독립해 게임 회사인 ‘엘릭서 스튜디오’를 세웠습니다. 실제로 하사비스는 게임을 개발하면서 NPC들의 상호작용을 고민하다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느끼고 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게임이 아니었으면 알파고가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보다 좀 더 ‘수학자’스러운 게임을 즐긴 수학자도 있습니다. 2020년 4월 아주 안타깝게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존 콘웨이는 어렸을 때부터 원주율을 외우는 게 취미였습니다. 한창 몰두했을 때는 몇천 자릿수까지 암기하고, 사람들이 원주율을 쉽게 외울 수 있는 노래까지 만들었습니다.


물론 수학자라고 모두 특별한 취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특이한 사례들을 모아 소개했을 뿐입니다. 취미는 자기 자신이 즐거우면 그만이죠. 독서, 음악 감상, 드라마, 영화 감상 같은 취미가 ‘평범한’ 이유는 그만큼 재밌고 확실하게 힐링이 되기 때문이겠죠? 


수학과 상관 없이 인생에 즐거운 취미생활이 있다는 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즐거운 취미생활이 있길 바랍니다. 

 

※관련기사 

수학동아 7월호, [옥스퍼드 박사의 수학로그] 제7화 수학자의 슬기로운 취미생활

 

※필자소개

이승재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현재 독일 빌레펠트대 수학과에서 박사후연구원(포닥)으로 일하고 있다. 노래와 축구, 게임에 관심이 많다. 수학자의 삶을 지극히 개인적인 1인칭 시점으로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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