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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산혁협동에서도 연구윤리를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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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산혁협동에서도 연구윤리를 지켜야

2020.07.22 14:36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구리 이온을 넣었다는 ‘항균 필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런데 뒤늦게 또 새로운 ‘항균동 필름’을 개발했다는 중소기업이 등장했다. 역시 구리를 사용한 모양인데 기존의 항균 필름과 무엇이 다른지는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유명 대학의 연구를 통해서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력을 상실시키는 불활화 효능을 확인했다는 것이 제조사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정작 효능을 실험했다는 대학의 입장은 어정쩡하다. ‘예비실험 수준의 결과가 와전됐다’고 밝혔다고 한다. 섣부른 산학협동이 만들어낸 민망한 일이다.

 

되살아난 은나노 젖병

 

플라스틱으로 코팅한 금속 소재가 놀라운 살균력을 발휘한다는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05년에 등장해서 인기를 누렸던 ‘은나노 젖병’이 그 시작이었다. 2007년 한국소비자원이 은나노 젖병에서 어떠한 살균력도 기대할 수 없다고 확인해주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은나노 젖병이 자랑하는 ‘99% 이상의 살균력’은 객관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는 허위·과장 광고라고 판단해서 제조사들에게 광고를 금지 시켰다.


구리 이온이나 항균동 필름도 은나노 젖병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것이다. 플라스틱으로 코팅한 구리 이온이나 구리 금속이 플라스틱 표면에 묻어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일 가능성은 상식을 벗어난 것이다. 화학물질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파괴하려면 직접적인 접촉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닐장갑에 화학물질이 묻어도 손에는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환경부가 뒤늦게 ‘항균 필름’의 효능을 확인하겠다고 밝힌 모양이다. 그런데 성분 분석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결과는 올해 말에나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제야 항균 필름의 효능을 점검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우스운데, 연말까지 기다려야 한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환경부의 진짜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공산품의 품질관리를 전담하는 국가기술표준원과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한국소비자원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환경부가 어설프게 나서는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쉽지 않은 산학협동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엉터리 광고에 대학 연구실이 등장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실 고도의 전문성을 상징하는 대학 연구실이 광고에 나오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대학이 기술력이 부족한 기업을 도와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소비자를 설득하는 일에 나서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정부가 권장하는 산학협동의 목표가 바로 그런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세상은 결코 만만치 않다. 세상 물정 모르는 교수들이 어설픈 산학협동 때문에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기업들이 모두 대학과 교수의 명예를 훼손해서라도 이익을 챙기겠다는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자신들이 개발하고 싶어 하는 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해서 엉뚱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과학자의 입장에서 산학협력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 지원을 요구하는 기업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절대 쉽지 않다. 기업의 경영 상태도 파악하기 어렵고, 경영자의 신뢰도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자칫하면 두 눈을 멀쩡하게 뜨고 있는데 코를 베어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구윤리’를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게 지키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물론 뜻밖의 사고가 일어날 수는 있다. 그런 경우에도 연구윤리를 철저하게 지킨다면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대학의 행정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교수와 기업의 ‘직거래’는 어떤 경우에도 절대 금물이다. 자칫하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용역이라도 대학과의 공식 계약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에 따른 행정절차와 행정비용(간접비)은 적극적으로 감수해야 한다. 논문을 발표할 때도 기업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밝혀야 한다. 산학협력 참여를 학생 ‘교육’의 일부라는 주장은 이제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철지난 억지다. 


산학협동의 결과가 직접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경계심이 필요하다. 유해물질이나 제품의 효능과 관련된 ‘분석’ 실험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법률에 따른 규제가 시행되고 있는 분석의 경우에 교수의 전문성이나 권위는 아무 쓸모가 없다. 아무리 좋은 장비와 인력과 능력을 갖췄더라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정해놓은 ‘인증’을 받지 않은 대학 연구실에서의 분석 결과는 행정적으로 의미가 없다.


기업의 광고와 홍보자료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엄격해야 한다. 기업의 광고와 홍보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과장이 일상적이다. ‘세계 최초’, ‘99% 살균력’, ‘인체 무해’처럼 정부기관조차 용납하지 않는 표현도 서슴치 않는다. 아무리 어설픈 예비실험의 불확실한 결과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하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다. 


자칫하면 섣부른 산학협동이 교수는 물론 대학에게도 낯 뜨거운 일이 될 수 있다. 자신의 명예와 권위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지킬 수밖에 없다. 산학협동은 두 번 세 번 두들겨 보고 나서 건너야 하는 위험한 돌다리와 같은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다.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교육‧에너지‧환경‧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5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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