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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불법 조업 주범 中 '암흑선단' 국제-위성-AI 공조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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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불법 조업 주범 中 '암흑선단' 국제-위성-AI 공조로 찾는다

2020.07.24 06:00
2016년 12월, 북한의 동해 수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다 악천후를 피해 울릉도에 머무르고 있는 중국 어선을 촬영했다. 50m 길이의 대규모 오징어잡이배와 30m 길이의 쌍끌이어선이 보인다. 울릉군청 제공
2016년 12월, 북한의 동해 수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다 악천후를 피해 울릉도에 머무르고 있는 중국 어선을 촬영했다. 50m 길이의 대규모 오징어잡이배와 30m 길이의 쌍끌이어선이 보인다. 울릉군청 제공

중국의 어선들이 유엔 제재로 다른 나라 선박의 조업이 불가능한 북한의 동해로 몰래 들어가 약 2년간 불법조업으로 5200억원어치가 넘는 오징어를 남획했다는 인공위성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한국인 데이터 과학자와 국제 비정부기구가 주도한 국제 연구가 밝힌 결과다. 중국의 불법조업 선단 때문에 영세한 북한 어민이 더 위험한 먼 바다로 밀려났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비영리민간연구단체 ‘글로벌어업감시’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일본수산연구교육기구, 미국 캘리포니아대는 2017~2018년 북한 동해에서 중국 어선들이 이같은 세계 최대 규모의 불법조업을 벌였다는 인공위성 정밀 분석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22일 공개했다. 

 

● 중국 암흑선단 추적하는 국제공조

 

중국 정부는 수년째 자국 어민의 남획으로 각국 정부와 환경단체의 비난을 듣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농업부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해양 보호단체인 오세아나, 비영리 위성정보 분석단체인 스카이트루스, 구글은 급기야 2016년부터 인공위성을 동원해 세계 바다를 운항하는 어선 3만5000척을 추적하는 ‘글로벌어업감시’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인공위성과 선박 정보를 이용해 남획을 일삼는 대형 어선을 추적하겠다는 의도다. 


박재윤 글로벌어업감시 수석데이터과학자를 포함한 연구팀은 2017~2018년 북한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진입한 오징어잡이 선박을 집중 감시했다. 이들 선박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 앞바다에서 활동하던 불법조업 어선들(암흑선단)이 남해를 거쳐 동해로 진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을 지속적으로 추적 감시할 방법이 마땅히 없는 실정이다.

 

박 수석과학자는 e메일 인터뷰에서 “한반도 동해 북측 수역은 암흑선단 활동이 심각하지만 인접국간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불법 어로활동이 제대로 감시되지 않고 있다"며 “인공지능(AI)과 여러 위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암흑선단의 조업을 종합적으로 밝혀낼 곳을 동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어선이 북한 동해에 진출해 불법 조업을 하는 과정을 인포그래픽으로 그렸다. 길이 30m 이상의 대형 쌍끌이 기선이 매년 수백 척씩 이동해 조업을 하고, 길이 50m 이상의 대형 오징어잡이배가 매년 100여 척씩 활동하면서 길이 20m 이하의 영세한 북한 어선은 러시아 배타적경제수역까지 밀려나 위험한 조업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글로벌피싱워치 제공
중국의 어선이 북한 동해에 진출해 불법 조업을 하는 과정을 인포그래픽으로 그렸다. 길이 30m 이상의 대형 쌍끌이 기선이 매년 수백 척씩 이동해 조업을 하고, 길이 50m 이상의 대형 오징어잡이배가 매년 100여 척씩 활동하면서 길이 20m 이하의 영세한 북한 어선은 러시아 배타적경제수역까지 밀려나 위험한 조업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글로벌피싱워치 제공

연구팀은 네 가지 위성 관측 기술을 조합해 어떤 환경에서도 불법 어선을 추적 감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먼저 미국의 위성 영상 서비스 기업 플래닛랩스가 보유한 군집위성을 이용해 두 척의 배가 그물로 어류를 포획하는 쌍끌이 어선을 찾아 AI를 이용해 식별했다. 


여기에 구름이 낀 날에도 어선을 찾고 추적할 수 있는 위성 레이더(SAR) 3기를 동원해 선박 크기와 위치, 이동경로를 추적했다. 마지막으로 선박 이름과 속력 등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 추적해 충돌을 감시하는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을 통해 선박의 공식적인 움직임을 추적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2017년 796척, 2018년 588척의 쌍끌이 어선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오징어잡이 어선이 밤에는 불을 켜고 오징어를 유인해 잡는다는 점에 착안해 고감도적외선감지기(VIIRS)를 장착한 위성을 동원해 이를 추적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방식으로 2017년에는 108척, 2018년에는 130척의 오징어잡이 선박을 찾아냈다.

 

공동연구팀이 2년간 수집한 위성 정보를 분석해 찾아낸 중국 불법 선박은 총 1600척이 넘는다. 잡아들인 오징어는 16만4000t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4억4000만 달러(5263억 원) 어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적으로 가장 많은 오징어 어획량을 올린 일본과 한국의 전체 어획량을 더한 것과 맞먹는 양이다. 박 수석과학자는 “이런 규모의 불법 선단은 중국 전체 원양어선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라며 “한 국가의 상업 선단이 다른 나라 수역에서 저지른 불법 조업 사례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말했다. 

 

● 영세한 북한 어민 삶의 터전 빼았기고 먼 바다로 밀려나


연구팀은 선체 길이가 10~20m에 불과하고 전구 몇 개만 달고 조업하는 작고 영세한 북한 어선들이 러시아 연안에서 오징어를 잡고 있는 상황을 포착했다(아래 사진). 2018년에만 이런 활동은 약 3000회 이상 포착됐다.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은 “길이가 50m에 첨단 장비로 무장한 중국 쌍끌이 어선과의 경쟁에 밀려 북한 어민들이 인근 러시아 해안까지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타고 있는 소형 목선은 작고 열악해 이처럼 먼 바다로 나가는데 적합하지 않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영세한 오징어잡이배가 러시아 배타적경제수역까지 진출해 오징어를 잡고 있는 모습이다. 길이가 20m가 채 안 되고 오징어를 유인하기 위한 전구도 5~20개 정도밖에 없어 매우 장비가 열악하다. 중국 어선이 북한 동해에 진출해 오징어를 불법적으로 잡기 시작하면서 먼 바다까지 밀려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승호 씨 제공
북한의 영세한 오징어잡이배가 러시아 배타적경제수역까지 진출해 오징어를 잡고 있는 모습이다. 길이가 20m가 채 안 되고 오징어를 유인하기 위한 전구도 5~20개 정도밖에 없어 매우 장비가 열악하다. 중국 어선이 북한 동해에 진출해 오징어를 불법적으로 잡기 시작하면서 먼 바다까지 밀려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승호 씨 제공

실제로 최근 북한 어선 수백 척이 러시아나 일본 해안을 표류하고 일부 어민들이 숨진 채로 발견되고 있는 것도 중국 어선들의 북한 수역 진출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2018년 러시아 해역에서 북한 어선의 어로 활동이 2015년에 비해 약 6배 늘어났다는 사실도 이번에 드러나 해가 갈수록 중국 암흑선단의 횡포가 더욱 극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수석과학자는 “중국의 대규모 상업 어선단 조업으로 영세 어민이 피해를 받는 사례는 라이베리아 등 어로활동 모니터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서아프리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며 "위성 데이터와 AI를 이용해 국가 어업감시기구에 기술을 지원하면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어로 활동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불법조업 행위가 지나친 남획으로 이어져 동해의 어류 자원을 고갈시키고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3년 이후 한국과 일본의 오징어 어획량은 각각 80%와 82% 줄어든 상태로, 배후에는 중국의 불법 조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 수석과학자는 “오징어와 같이 국가간 경계선을 넘나드는 어종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려면 국가간 협력과 지역내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며 “역내 국가들이 데이터와 과학적 접근을 바탕으로 지역 어업을 협력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 동해 수역의 불법 조업 과정을 정리한 인포그래픽이다. 글로벌어업감시 제공
북한 동해 수역의 불법 조업 과정을 정리한 인포그래픽이다. 글로벌어업감시 제공

 

*아래는 박재윤 글로벌어업감시 수석데이터과학자와의 e메일 일문일답이다.

 


Q. 북한 동해 EEZ중에서 군사경계수역 부분을 제외한 부분과 이 주변을 주요 연구 장소로 정하셨습니다. 이 지역에 주목하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글로벌어업감시는 인공지능과 다중의 위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암흑선단의 조업을 종합적으로 밝혀내는 시험 지역을 찾고 있었습니다. 북한 동해 수역은 인접국 간 협력 부족으로 어로 활동이 제대로 모니터링되지 않고 있으며 정보 공유도 부족한 지역입니다. 특히 암흑선단에 의한 조업은 지역 내 어로 활동의 종합적인 분석을 더욱 어렵게 합니다. 이러한 다중의 장애물에도 암흑 선단의 어로 활동을 과학적으로 밝혀낼 수 있다면 불법 조업에 노출되어 있는 세계 여러 지역에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Q. 위성으로 불법 어로 행위를 감시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과거부터 있던 것으로 압니다. 이것을 이번에 성공적으로 구현한 게 핵심 성과일텐데요. 기술적으로 이를 가능케 한 핵심적인 진전은 무엇일까요. 
-이번 연구에 사용된 네가지 위성 기술 각각은 이전부터 선박 탐지에 사용돼 왔습니다. 하지만 이 위성 데이터들을 여러 연도에 걸쳐 한 국가 수역 대부분을 커버하는 규모로 사용하여 암흑 선단의 조업 활동을 과학적으로 밝혀낸 것은 처음입니다. 각각의 데이터들은 조업 활동의 단편적인 부분만을 보여주지만, 이들을 모두 융합할 때 종합적이고 완전한 활동 내용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상이한 위성 데이터를 융합하고 분석하는 기술, 인공신경망을 통해 어선을 식별하는 알고리즘, 그리고 방대한 양의 이미지 자료를 처리하는 빅데이터 능력이 핵심 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연구 내용 중 북한 영세 선박이 러시아 영해까지 밀려나 조업을 하는 상황이 흥미롭습니다. 이처럼 어두운 선박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식별하는 데 기술적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이번 연구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어업과 관련된 공개된 자료의 부족이었습니다. 위성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의 어업권 거래나 규모, 조업 시기, 혹은 조업 지역 등 배경(context)이 되는 자료가 필수적입니다. 역내 여러 국가에서 이러한 어업 관련 자료를 모두 찾아 위성 데이터의 정량적 분석의 정확성을 높이는 일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었습니다.  

 

플래닛랩스의 위성이 촬영한 중국 불법 쌍끌이 기선의 모습이다. 두 척이 짝을 이뤄 이동하는 모습이 선명히 보인다. 플래닛랩스 제공
플래닛랩스의 위성이 촬영한 중국 불법 쌍끌이 기선의 모습이다. 두 척이 짝을 이뤄 이동하는 모습이 선명히 보인다. 플래닛랩스 제공

Q. 북한 선박의 이동을 두고 북한 어민의 인권과 연결 짓는 언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터전을 빼앗기는 지역민이 나타난다는 고발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사례가 다른 지역에서도 관찰되는지요. 또 감시를 통해 이를 해결한 사례가 있는지요.
-대규모 상업 어선단의 조업으로 인해 영세 어민들이 피해를 받는 사례는 라이베리아를 비롯한 서아프리카에서 종종 관찰됩니다. 이러한 지역들의 공통점은 어로 활동에 대한 모니터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글로벌어업감시는 다중의 위성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국가 어업 감시 기구들에 기술적인 지원을 제공하며 어업투명성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어로 활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증거와 데이터에 기반해 현상을 진단하는 과정이 국제적인 문제 해결에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밝히셨습니다만 그렇다 해도 무허가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을 과연 중국 정부가 규제할지 의심스럽습니다. 이 기술을 이용해 국내나 북한, 일본 등이 중국 선박을 단속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이번 연구로 드러난 불법 조업의 책임 관계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지역내 관련 국가들의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합니다. 위성 데이터로는 탐지된 어선들이 정부의 허가를 받은 어선들인지 밝혀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는 여러 차례 유엔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북한 수역에서의 조업 활동이 일어난다면 법과 규제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글로벌어업감시는 암흑선단을 포함한 어선 모니터링에 관한 신뢰할 수 있고, 중립적이며, 과학에 기반한 데이터를 제공하며 이를 필요로 하는 정부 기관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징어와 같이 국가간 경계선을 넘나드는 어종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려면 국가간 협력과 지역내 정보 공유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역내 국가들이 데이터와 과학적 접근을 바탕으로 지역 어업을 협력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길 기대합니다.
 

위는 북한 동해에서 활동하는 중국 오징어잡이배다. 50m가 넘는 크기에 조명도 매우 많아 밝다. 아래 왼쪽은 중국의 쌍끌이 기선 저인망의 모습이다. 이런 어선 두 척이 짝을 지어 조업을 한다. 길이는 30m 이상이다. 아래 오른쪽은 북한 영세 오징어잡이배다. 길이가 길어야 20m다. 동해어업관리단, 이승호 씨 제공
위는 북한 동해에서 활동하는 중국 오징어잡이배다. 50m가 넘는 크기에 조명도 매우 많아 밝다. 아래 왼쪽은 중국의 쌍끌이 기선 저인망의 모습이다. 이런 어선 두 척이 짝을 지어 조업을 한다. 길이는 30m 이상이다. 아래 오른쪽은 북한 영세 오징어잡이배다. 길이가 길어야 20m다. 동해어업관리단, 이승호 씨 제공

Q. 후속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이번 연구 결과는 어업 관리와 어업 투명성에 있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글로벌어업감시는 다양한 국가들과 어업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및 위성 기술 파트너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로 현 기술을 보완하는 연구들도 진행 중입니다. 비슷한 예로 최근에 소말리아 수역에서 일어난 이란 어선단의 불법 조업은 선박자동식별장치를 중심으로 밝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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