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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로켓 사용제한 풀렸다지만 로켓 쏠 하늘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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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로켓 사용제한 풀렸다지만 로켓 쏠 하늘이 없네

2020.08.03 13:00
로켓 발사 허가 등 규제벽 높아..로켓 연구자들 시험 발사 허가 까다로워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고체 로켓 부스터 실험. 위키피디아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고체 로켓 부스터 실험. 위키피디아 제공

한국과 미국이 이달 28일 우주발사체(로켓)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하는 내용을 담은 새 ‘미사일 지침’에 합의했다. 한국이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백곰’ 개발에 성공한 뒤 이듬해인 1979년 지침이 처음 만들어진 이후 40년만에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풀린 것이다. 우주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에 따라 국내에서는 고체연료를 사용한 다양한 우주 발사체 개발과 생산이 가능해져 스페이스X와 로켓랩 같은 민간우주기업 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고체로켓, 제작 간단하고 효율도 좋아

천리안2B호가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아리안스페이스의 우주발사체 아리안5ECA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되고 있다. 공동취재단-아리안스페이스 제공
천리안2B호가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아리안스페이스의 우주발사체 '아리안5ECA'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되고 있다. 공동취재단-아리안스페이스 제공

우주 발사체는 인공위성이나 우주망원경, 탐사선을 우주 궤도에 실어나르는 유일한 운송수단이다. 발사체의 추진 엔진만 따로 로켓으로 부르기도 한다. 로켓 엔진은 지구 대기권과 우주를 비행하는 추진력을 내는 발사체 핵심 기술이다. 연료와 산화제를 엔진 내부에서 태울 때 나오는 고온·고압의 가스가 분출하는 힘으로 몇백 kg에서 몇 t에 달하는 탑재체를 우주로 실어나른다.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 우주개발 선진국이 개발한 우주발사체는 연료 종류에 따라 액체로켓과 고체로켓으로 나뉜다. 고체로켓은 액체로켓보다 구조가 간단해 제작하기 쉽고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저렴하다. 강경인 한국연구재단 우주기술단장은 "고체로켓은 액체로켓보다 연료 공급장치와 발사대 지상설비가 단순하고 선체가 가볍기 때문에 효율이 좋다”며 “제작비용도 액체로켓의 약 10분의 1 정도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발사 과정이 단순하다는 점도 고체로켓의 장점이다. 액체로켓은 산화제인 액체산소와 연료를 쓰는데 극저온 상태를 유지한채 발사 수일 전부터 주입해야 한다. 액체로켓은 연료 주입에 시간이 걸려 첩보위성의 눈을 피하기 어려워 군사용으로는 사용하기 어렵다. 반면 고체로켓은 언제든 발사가 가능해 군용 미사일 기술로 많이 사용돼 왔다. 강 단장은 "만에 하나 발사가 연기되면 액체로켓은 안전을 위해 주입된 연료를 다시 뽑아내야 하지만 고체로켓은 연료를 넣은 상태로 보관이 가능하다"며 "발사 대기 시간이 짧고 연료가 장착된 로켓 보관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액체로켓도 장점이 많다. 필요할 때 엔진을 켜고 끌 수 있어 로켓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정지궤도 위성이나 달 궤도선을 쏘아올릴 때 사용하는 대형 우주발사체의 경우 제어가 쉬운 액체로켓을 주로 쓰고 고체로켓을 부스터(보조용 로켓)나 상단의 추력을 높이는 데 사용한다. 


현재 유럽과 일본, 인도, 중국은 고체로켓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본이 2013년 첫 발사에 성공한 3단 로켓 ‘입실론’과 중국의 '창정 11호'가 모두 고체로켓을 쓰지만 대다수 국가들은 혼합형 발사체를 활용한다. 1단과 3단은 고체로켓, 2단과 4단은 액체로켓을 쓰는 인도 발사체 PSLV가 대표적이다. 유럽우주국(ESA)의 우주발사체 '아리안', 일본의 'H2'도 고체로켓을 부스터로 활용한다. 


●민간 우주발사체 연구개발 활성화 기대

2013년 1월 30일 오후 4시 정각, 나로호가 발사되는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013년 1월 30일 오후 4시 정각, 나로호가 발사되는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미 미사일 지침은 그간 세 차례 개정됐다. 고체로켓의 사거리와 탑재체 중량은 세 차례에 걸쳐 변경됐지만 추력 제한은 초당 100만 파운드로 줄곧 제한됐다. 이는 500kg 무게의 물체를 고도 300km 운반할 때 필요한 힘으로 2001년 지침을 첫 개정할 때 뒀던 기준이다. 


2013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한국 최초 발사체인 나로호 상단에도 고체로켓을 사용했지만 미사일 지침에 따라 8t급 추력을 내는데 그쳤다. 2017년에 이뤄진 개정에서도 고체로켓의 사거리를 800km로 정했으나 우주발사체용 추력 개정은 없었다. 


이번 지침 개정으로 고체로켓을 이용한 소형 발사체 연구개발(R&D)은 물론 민간 우주산업 및 생태계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박수경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이달 29일 열린 브리핑에서 "소형 위성 수요가 늘어나며 형성되고 있는 민간의 소형 발사체 시장 진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 단장은 "우주분야 스타트업 기업이나 고체 연료를 활용한 연구용 발사체를 개발하는 연구자에게는 연구 기회가 확대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제작이 단순하고 저렴한 고체로켓의 민간 개발이 활발하다. 중국의 경우 국영기업인 항천과학공업그룹에서 분사해 나온 스타트업 아이스페이스와 엑스페이스, 갤럭틱에너지가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 스타트업 아드라노스는 발사시 나오는 유해 성분을 줄인 고체로켓을 개발해 올해 2월 100만 달러(약 12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다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한국은 과학로켓을 한 번 발사하는데도 힘이 드는 환경이다. 남북의 군사 대치로 인해 공역 사용에 한계가 많다는 이유도 있지만 과학로켓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100km 이하 사거리를 가진 연구용 과학로켓(사운딩로켓)을 발사하는 데도 수많은 허가가 필요하다. 발사 부지 승인은 물론 국토교통부 항공교통본부와 한미 공군에게 공역 사용 승인을 요청해야 한다. 지난 2018년 전북 새만금에서 발사한 우리새2호도 설계상 도달 가능한 고도가 3㎞에 이르지만 공역 사용허가를 고도 1㎞밖에 받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로켓 연구자들은 엔진에 연료를 평소 때보다 적게 넣는 방식으로 상승 고도를 제한하거나 공역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해 시험발사를 할 수 없거나 해외에서 발사장을 찾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로켓 인재 양성과 기업 육성 등을 목표로 과학로켓연구센터가 추진됐지만 예비타당성 검토를 넘지 못했다.

 

반면 우주 개발에 적극 나서는 해외는 저비용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것과 별도로 대학과 민간의 과학로켓 발사를 지원하고 있다. 우주개발에서 활약할 발사체와 주변 시스템의 핵심 기술을 습득한 고급 엔지니어를 양성하고 우주 기술의 기초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미국만 해도 대학생과 대학원생이 참여하는 민간 사운딩로켓 대회가 활성화돼 있다. 미국항공우주국은 고다드우주센터 주관 하에 사운딩로켓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로켓 관련단체 및 대학에 발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1959년부터 2012년까지 약 2900회 발사가 이뤄졌으며 발사성공률은 약 95%, 임무성공률은 약 86%에 이른다. 일본 역시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주도로 연구용 소형로켓 발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기술은 일본 기업에도 이전돼 민간 소형우주발사체 기업 IHI에어로스페이스와 인터스텔라테크놀로지가 탄생하기도 했다.


민간 스타트업으로 국내 첫 소형 우주로켓 발사를 준비중인 신동윤 페리지항공우주 대표는 "민간 기업의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며 "민간의 고체로켓 R&D와 발사체 인허가는 다른 문제기 때문에 인허가 규제 등을 재검토하는 논의가 촉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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