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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알고 있다. 감염병이 낳은 증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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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알고 있다. 감염병이 낳은 증오를"

2020.07.30 21: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현황이 담긴 미국 지도를 가리키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현황이 담긴 미국 지도를 가리키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대유행 과정에서 미국 내 아시아계 인종 증오 범죄가 속출하고 범죄 위협으로 인한 정신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섀년 하퍼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조교수와 안젤라 가버 콜로라도대 교수 연구팀은 유례없는 공중 보건 위기 속에서 아시아계 인종 증오 범죄 사례와 감염병과의 연관을 역사적으로 분석한 논문을 미국형사사법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연방수사국(FBI) 범죄보고서(UCR), 미국 국가범죄희생자조사(NCVS)를 토대로 인종 증오와 연관된 범죄 추이를 분석했다. 범죄는 언어적 괴롭힘과 물리적·신체적 폭력 등이 모두 포함됐다. 

 

5년 단위로 UCR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평균 증오 범죄가 9314건 발생했다. 67%는 인종이나 소수민족 증오와 연관됐으며 이 중에서 아시아계 증오 범죄는 4.1%로 나타났다. 반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매년 평균 증오 범죄는 7690건으로 다소 줄었다. 인종이나 소수민족 증오와 연관된 범죄는 59.6%, 이 중 아시아계 증오 범죄는 3.8%였다. 

 

이같은 아시아계 증오 범죄 감소 추세는 2018년에 두드러진다. 연구진은 2018년 인구 10만명 이상의 80개 도시의 범죄 사례를 분석한 결과 증오와 관련된 범죄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추세는 수치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NCVS에서도 유사한 패턴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한 2020년의 UCR과 NCVS 통계가 2021년 말 공개될 예정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대폭 늘어났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 근거로 올해 상반기에 미국 내에서 일어난 아시아계 미국인 증오 범죄 사례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5일 뉴욕 브루클린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이 한 남자로부터 염산 테러를 당해 얼굴과 손에 2도 화성을 입은 사건, 3월 14일 텍사스주에서 미얀마에서 온 가족이 공격당한 사건 등이 꼽혔다. 미얀마 가족의 경우 범죄자는 코로나19 감염이 두려워서 범행을 하게 됐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에서 드러난 범죄 양상과 매체 보도 등에서 나타난 것처럼 감소 추세를 보이던 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코로나19로 대폭 늘어났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연구진은 또다른 근거로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정신건강 치료를 받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실제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미국 내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이들이 22% 늘어난 가운데 아시아계 미국인은 39%나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감염병 유행이 미국 내 인종 및 소수민족 증오 범죄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역사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1800년대 중반 아메리카 대륙에서의 이른바 ‘골드러시’ 기간 동안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처음으로 미국에 왔을 때부터 괴롭힘과 폭력이 존재했다고 밝혔다. 개인 차원의 인종 차별과 외국인 증오 현상은 결국 1882년 제정된 ‘중국배제법’과 같은 제도를 양산했다. 주거지역 분리 정책에 의해 중국계 미국인들은 1800년대 후반부터 미국 각 도심에 차이나타운을 형성했고 백인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는 20세기 초반까지도 지속됐다. 2차 세계대전 동안 미국 정부의 일본인 강제 수용소가 대표적인 사례다. 연구진에 따르면 1965년 이민법이 시행됐고 동아시아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오면서 ‘소수민족’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진화했다. 

 

미국이 이민자 국가로 발전하면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은 역사적으로 감염병 관련 차별과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다.

 

연구진은 또 코로나19 감염병이 아시아계 미국인이 희생양이 된 첫 공중 보건 위기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190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감염병 ‘선페스트’ 사례에서 보건 당국은 차이나타운 거주 중국인들을 격리시켰고 2000년대 초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유행했을 때도 동아시아인들은 전세계적으로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섀넌 하퍼 교수는 “코로나19는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가 확산할 수 있도록 했다”며 “대다수가 자신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처럼 보이거나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 등 비난할 대상을 찾기 때문이며 아시아계 혐오 범죄는 팬데믹 기간 중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하퍼 교수는 또 “정치인들이 ‘중국 바이러스’와 같은 경멸적인 용어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은 질병과 인종을 연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중국을 비난하면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을 불러일으켜 ‘증오 범죄’를 양산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불행히도 외국인 혐오증이 폭발적으로 집중되는 시기는 전염병이 발발했던 때”라며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은 자신의 국가, 종교, 민족정 정체성 외부의 집단을 비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감염병은 두려움을 키우고 두려움이 편견을 만든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염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종과 민족에 대한 증오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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