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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핵실험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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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핵실험은 계속된다

2020.08.07 07:00
미국 네바다에 위치한 국가핵안보국(NNSA)의 핵실험 장소. 위키피디아 제공
미국 네바다에 위치한 국가핵안보국(NNSA)의 핵실험 장소. 위키피디아 제공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최초의 원자폭탄 '리틀보이'는 13킬로톤(kt) 폭발력을 보였다. 다시 사흘 뒤인 8월 9일에는 나가사키에 떨어진 두 번째 원자폭탄 '팻맨'은 폭발력이 21kt에 이르렀다. 이는 각각 TNT 폭약 1만3000t과 2만1000t을 터뜨린 규모와 맞먹는다.  5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보다 폭발력이 5~15배에 이르는 규모다. 

 

유엔은 1996년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피해를 입히는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우주 공간과 대기권, 수중, 지하 등 모든 공간에서 핵실험을 금지하는 ‘핵실험금지조약(CTBT)’을 채택했다. 5대 핵강국인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를 포함해 현재 184개국이 서명한 상태다.

 

하지만 정작 더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핵실험은 조용히 계속 진행되고 있다. 사막과 태평양 등에서 직접 대규모 폭발을 일으키는 핵실험 방식을 쓰지 않을 뿐이다.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각국이 가장 많이 쓰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가상 핵실험이다. 가상 핵실험의 핵심 설비는 슈퍼 컴퓨터다. 노후화된 핵무기를 필요에 따라 다시 개조하는 과정에서 가설 검증과 물성 및 효율을 분석하는 역할을 맡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각국이 보관한 핵탄두에 장착된 원료인 플루토늄도 점차 화학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를 분석하고 예측하는데도 슈퍼 컴퓨터가 쓰인다. 최종적으로는 이렇게 예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핵무기의 성능과 안정성을 점검한다. 높은 성능의 슈퍼 컴퓨터일수록 더 정확한 시뮬레이션 검증결과를 낼 수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이 슈퍼 컴퓨터 성능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핵융합 시설도 중요한 설비로 꼽힌다. 레이저를 이용해 핵융합을 일으키는 기술을 활용하면 핵무기가 폭발하는 순간의 환경을 재현할 수 있다.

 

미국은 1995년부터 매년 약 40억 달러(4조7560억 원)의 연구비를 투자하며 가상 핵실험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프로그램의 이름은 ‘핵무기 관리프로그램(SSP)’으로 핵무기의 성능과 신뢰성, 안정성을 검증하는 게 목적이다. 미국은 1992년 9월부터 모든 핵실험을 중단해왔는데, 이미 보유하고 있던 핵무기를 보수하고 신뢰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미국 국가핵안보국(NNSA) 소속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샌디아국립연구소는 미국의 핵실험을 이끄는 핵심 연구기관이다. 이들 연구소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탄탄한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해 대비 예산이 약 20%가 늘어난 198억 달러(약23조5323억 원)가 반영됐다. 늘어난 예산과 함께 현재 1위 슈퍼 컴퓨터보다 7.5배 빠른 엑사급 슈퍼컴퓨터 ‘엘 카피탄’ 도입을 결정했다. 2022년 도입되면 핵실험 관련 본격적인 3D 시뮬레이션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미국은 1990년대 이후 약 1만개를 웃도는 핵무기를 관리하다 2000년대 중순 그 수가 4000여개로 줄었다. 하지만 이런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잠수함 ‘트라이던트2 D5’의 탄도미사일 탄두를 새로 개량된 탄두인 ‘W76-2’로 교체하는 등 미국 핵전력을 가다듬고 있다. 핵무기 현황을 조사하는 과학자단체인 과학자연맹은 “냉전 이후 세계 핵무기 수는 1986년 약 7만300개에서 2020년대 초 1만3410로 감소했지만 오늘날의 무기가 훨씬 그 파괴력이 크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미국과 동일하게 핵실험을 중단한 1990년 이후부터 슈퍼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 핵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당국자는 지난 2012년 “핵실험 중단 협정이 유지되는 조건 하에서 러시아 군은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 핵실험을 계속해오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핵무기 성능을 확인하고 전략적 핵전력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해 핵무기에 장착된 핵탄두를 대량으로 교체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핵보유국이 가지고 있는 핵탄두 수는 지난해보다 전체적으로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 등 9개 핵 보유국 모두 핵 현대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의 핵 현대화가 두드러져 지상발사와 잠수함발사, 전략핵폭격기 등 3대 핵전력 모두에서 현대화를 이루고 있다”며 “전체 핵탄두 중 배치돼 있는 것은 약 3720기이며, 특히 1800기 가까이는 ‘고도의 작전경계태세’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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