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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촌평]'강제집콕' 아이들, 그리고 세대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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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촌평]'강제집콕' 아이들, 그리고 세대갈등

2020.08.25 17:4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학기를 '비정상적'으로 보낸 중2 아들이 지난 18일과 19일 모처럼 등교했다. 방학 같지 않은 여름방학을 보낸 아들의 2학기 첫 등교였다. 학교에 다녀온 아들은 모처럼 친구들과 만나 즐거웠다고 했다. 

 

온라인 비대면 수업에 지친 아들은 과학 수업 시간에 직접 실험을 할 수 있었고 학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수학 선생님과 그동안 못다한 얘기도 나눌 수 있었던 게 좋았다고 했다. 계속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학교 생활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학교 가기 싫어했던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아들의 이같은 반응은 놀라웠다. 한참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시기에 듣도 보도 못한 바이러스로 강제 ‘집콕’을 몇 개월간 했으니 오죽했을까 싶다.

 

아들에게는 이같은 즐거움도 잠시였다.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교육부는 결국 25일 수도권 유초중고에 대해 26일부터 9월 11일까지 사실상 등교를 금지한 전면 원격 수업 결정을 내렸다. 황금같은 이틀을 학교에서 보내고 돌아와 다음 등교일을 달력에서 확인했던 아들에겐 가혹한 결정이다. 게다가 9월 11일 이후 등교가 가능할지도 지금으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평범해야 하는 일상을 평범하게 누리지 못하는 현 상황에 대한 감춰진 불만은 최근 미디어에서 끊이지 않고 나오는 사랑제일교회나 광복절 집회 참석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아니 왜 저 어른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각한 시기에 마스크도 안쓰고 저렇게 예배하고 모인 거야? 왜 우리가 저 어른들 때문에 피해를 봐야 해?”라는 분노 어린 말에 해줄 말이 없었다. 

 

유초중고에 다니는 아동·청소년을 자녀로 둔 많은 이들이 비슷한 상황을 한번쯤 경험해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자 불현듯 ‘아차’ 싶었다. 현재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지만 청소년들은 분별없는 행동으로 대규모 확산을 초래한 기성세대, 어른들에게 몹시 화가 났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 이전의 시대와 코로나 이후 시대는 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흔히 ‘언택트’로 표현되는 비대면 업무가 일상화할 것이고 이같은 비대면 비즈니스는 각종 산업은 물론 서비스 업종 형태까지 바꿔놓을 수 있는 파괴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론 과학기술계는 벌써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관련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의 한국형 디지털 뉴딜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도 간과할 수 없을 것 같다. 코로나로 야기된 갈등이다. 중학생 아들의 눈에 비친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와 같은 세대갈등은 물론, 대구 신천지 집단감염으로 유발된 한국 사회에 이미 내재화된 지역 갈등,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으로 드러난 젊은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반감, 코로나로 드러난 종교계 실상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갈등은 코로나 국면이 진정되더라도 오랜 기간 동안 회자될 것이다. 

 

실제로 각 지자체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취한 뒤 마스크를 턱까지만 착용한 기성세대에게 마스크 착용해달라고 요구하자 오히려 험한 꼴을 보게 되는 경우가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세대를 불문하고 코로나로 인한 피로감이 누적된 탓이다. 더군다나 일부 교인들이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안써도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는다’거나 ‘특정 교회가 바이러스 테러를 받았다’는 주장을 펴면서 과학을 무시하는 비과학적 신념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게 된다.

 

학교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아동·청소년들에게 2020년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사상 초유의 해로 남을지, 2학기에는 그나마 등교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어른들 때문에 1년 내내 학교도 제대로 못갔다는 기억으로 남을지는 기성세대에게 달렸다. 가뜩이나 아이들에게 이미 ‘꼰대’로 규정되고 있는 기성세대에게 남은 일은 더 이상 상식에 벗어나는 행동으로 방역에 어려움을 가중시키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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