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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검증시스템 완벽하다더니...컴퓨터에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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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검증시스템 완벽하다더니...컴퓨터에 속았다

2014.03.10 18:00

  “우리는 엄밀한 방법으로 몰입해 지식기반의 스프레드시트가 틀렸음을 입증하는 데 노력을 집중할 것이다.”

 

  지난해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품질, 신뢰성, 위험, 보수&안전공학 국제컨퍼런스’에 제출된 논문 ‘TIC:인터넷상거래를 설립하는 방법’의 첫 문장이다. 그러나 이 논문은 과학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는 ‘엉터리 논문’이다.

 

  시릴 라베 프랑스 조지프 푸리에대 수학&컴퓨터과학과 박사는 2008~2013년 30개 학술대회에서 승인된 논문을 분석한 결과 120개 이상이 엉터리 논문이라고 폭로해, 과학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라베 박사는 엉터리 논문 중 16개는 과학학술 전문출판사 ‘스프링거’, 나머지는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 ‘IEEE’에서 출간됐다고도 밝혔다.

 

  이들 엉터리 논문은 ‘SCIgen’이라는 가짜 논문 제작 프로그램이 만든 것. SCIgen은 미국 메사추세츠 공대 연구진이 ‘재미삼아’ 2005년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컴퓨터 관련 용어와 표, 그래프 등을 무작위로 추출해 그럴듯한 엉터리 논문을 만들어 준다.

 

SCIgen으로 만든 엉터리 논문. 논문의 양식을 갖춘데다가 그럴듯한 문장으로 꾸며져 있어 자세히 읽어보지 않으면 엉터리논문임을 알 수 없다.
기자가 직접 SCIgen으로 만든 엉터리 논문. 논문의 양식을 갖춘데다가 그럴듯한 문장으로 꾸며져 있어 자세히 읽어보지 않으면 엉터리논문임을 알 수 없다.

  SCIgen은 재미를 넘어 학술지의 검증시스템을 조롱하고 있다.

 

  라베 박사는 2010년 ‘이케 안트카레’라는 가상의 인물이 쓴 논문 102개의 엉터리 논문을 만들어 구글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21세기 최고 인용 과학자로 만들었고, 미국 사이언스지 기자인 존 보하논은 지난 해 엉터리 논문을 전 세계 저널에 게재 신청해 150개 학술지에서 승인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스프링거와 IEEE는 “즉시 해당 논문을 삭제하고 발행 중인 다른 학술지와 단행본에 대해 전수조사를 할 것”이라며 “논문 저자나 논문 검증 위원과 접촉하며 원인을 분석 중”이라는 답만 내놨다.

 

  라베 박사는 “과학 학술지에서도 ‘스팸’ 논문을 걸러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쉽게 많은 학술지에 게재하려는 연구자와 게재료를 벌려는 출판사 때문에 동료검증법인 ‘피어리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엄영익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수많은 학술대회가 열리는데, 검증 시스템이 치밀하지 못하다고 들었다”며 “우리나라 학술지도 영문 논문지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로 표절여부를 가린 후 심사과정을 거치지만 외국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주의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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