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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보험회사 대표에 오른 수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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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보험회사 대표에 오른 수학도

2020.09.12 09:00
송영록 메트라이프생명 대표
촬영 AZA/남윤중
남윤중 제공

질병이나 상해 보험 가입을 위한 정보를 찾다보면 한번쯤은 궁금증이 생긴다. 천차만별인 보험상품은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며 가입자마다 달라지기도 하는 보험료가 어떻게 결정되는지다. 보상의 정도나 보험상품의 특성에 따라 내야 하는 보험료가 달라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같은 보험상품이라고 해도 연령이나 질병 이력 등 피보험자의 상황도 보험료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되기도 한다. 자동차 보험은 값비싼 차량이 아닌데도 보험료가 비싼 경우가 많다. 

 

"보험 상품은 복잡한 연립방정식 문제를 푼 결과입니다. 보험 가입자들에게 지급할 보험금을 예상한 뒤 역으로 각 가입자에게 받을 보험료를 계산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이 보험상품인 셈입니다. 수학이 없다면 보험상품을 만들 수 없고 기업은 상품이 있어야 존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이 없었다면 보험회사가 존재할 수가 없어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어느덧 필수가 돼버린 보험에 대해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만난 송영록 메트라이프생명 대표는 "수학은 보험의 출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한 송 대표는 10년간 회계사로 일하다가 2007년 메트라이프생명에 합류한 뒤 2018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회사 경영을 오랜 기간 한 탓에 수학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송 대표는 수학과 인간에 대한 관심을 유독 강조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수학이 없으면 보험도 없다


보험회사가 하는 일 중에 수학이 필요한 분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송 대표는 망설임없이 '수학이 전부'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펜을 들고 노트에 수학 기호와 그래프를 그리며 구체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송 대표에 따르면 보험 상품은 복잡한 연립방정식 문제를 푼 결과다. 질병에 걸렸을 때 치료비를 주는 보험을 예로 들었다. 


사람은 나이와 과거 질병에 걸렸던 경험 등에 따라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이 달라진다. 따라서 모든 고객에게 같은 가격으로 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는 없다. 질병에 걸릴 위험이 낮은 고객에게는 적은 보험료를, 높은 고객에게는 좀 더 많은 보험료를 받아야 한다. 나이와 질병 이력 등을 고려해 해당 고객에게 맞는 적절한 보험료를 계산해야 한다. 


우선 보험회사는 고객의 기대수명과 현재 나이, 각 질병에 걸릴 확률, 물가 상승률, 은행 이자율 등을 변수로 하는 복잡한 연립방정식을 풀어서 앞으로 고객들에게 지급할 보험금를 미리 예상하고 그 돈을 현재가치로 환산한다. 그런 뒤 보험회사가 보유한 돈과 비교해 안정적으로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회사를 운영하려면 보험 상품을 얼마에 팔아야 하는지를 계산한다. 

 

송 대표는 "이런 업무를 ‘계리(計理)’라고 하는데 이익의 많고 적음을 계산한다는 뜻"이라며 "수학과 통계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주로 계리 업무를 맡는데 보험회사의 대표 중에는 계리 담당자 출신이 많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도입도 ‘수학’이 핵심

 

메트라이프 제공
메트라이프 제공

보험 산업은 18세기에 시작된 전통적인 산업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보험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험을 뜻하는 영어 단어 ‘인슈어런스’와 기술을 뜻하는 영어단어 ‘테크놀로지’의 합성어인 ‘인슈어테크’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송 대표는 보험 산업에 인슈어테크를 도입하는 데도 수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는 수학으로 설계된 기술이며 빅데이터 분석의 기초는 수학이기 때문이다. 기본 원리가 되는 수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기술을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보험 상품 자체가 수식을 만들어 계산한 결과물인데, 거기에 수학적인 도구인 AI와 빅데이터를 접목하려면 반드시 수학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게 송 대표의 생각이다.

 

메트라이프생명도 현재 AI와 빅데이터를 도입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기계학습 기법으로 고객의 행동 패턴과 어떤 보험 상품을 선호하는지와 고객이 보험을 해지하지 않고 유지하는 비율 등을 분석하고 있다. 또 블록체인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하기 쉽게 하는 서비스도 개발중이다.  


송 대표는 “수학을 공부한 사람은 다른 어떤 회사보다 보험회사에서 일하기 편할 것”이라며 “보험 상품을 쉽게 이해하고 AI 같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도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건 ‘수학과 사람에 대한 관심’


대구에서 태어난 송 대표는 중학교 시절 버스를 타거나 길을 걸을 때도 머릿속으로 수학 문제를 풀정도로 수학을 좋아했다. 특히 ‘철수’나 ‘영희’가 등장해서 구구절절 서술하는 문제를 x, y, z 같은 미지수를 이용해 단순한 수식으로 만들고 몇 줄의 수식을 적으면서 답을 찾는 과정과 그 답이 맞았을 때의 쾌감이 좋았다고 했다. 


송 대표는 “논리적인 풀이 과정을 거쳐서 답을 찾는 것이 재미있었다”며 “틀려도 여러 번 시도한 끝에 답을 맞히면 그게 참 신기했다”고 말했다.


수학을 좋아했고, 세상이 움직이는 비밀을 알고 싶었던 송 대표의 학창 시절 꿈은 수학으로 세상을 설명하는 이론물리학자였다. 이론물리학자가 되기 위해서 수학과에 진학했지만 너무나 어려운 수학의 벽에 부딪히면서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시 수학과 졸업생의 진로는 크게 세 가지였다. 대학원에 가서 연구하거나, 정보통신기술(IT) 분야로 진출하거나 보험회사에 취직하는 것이었다. 송 대표는 당시에는 주로 밤 늦은 시간에 일했던 컴퓨터 개발자의 삶이 힘들 것 같아서 보험회사에 지원했다. 그런데 막상 일해보니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이었다.


자신에게 잘 맞다고 느낀 이유는 보험이 수학과 인간의 인생에 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보험은 인간의 생로병사를 수학적으로 계산하고, 예측해서 적절한 비용을 받고 어려움이 생겼을 때 도움을 주는 경제제도"라고 말했다. 수학과 자연이 움직이는 원리만큼이나 책 읽기를 통해 인간의 삶에 관심이 많았던 그에게 보험은 딱 맞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는 “수학을 통해 문제를 단순화하는 법과 논리, 풀이법을 배웠다면 책을 통해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배웠다”면서 “보험은 인간의 생로병사가 얽혀 있는 유일한 금융 분야라는 점에서 수학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은 저에게 잘 맞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수학을 좋아한다면 책을 많이 읽기를, 수학만큼이나 사람을 좋아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포용력 있는 사람이 되기를 당부했다.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모든 것을 수학과 연결해 생각하며 다른 사람도 자기 생각을 이해할 거라고 짐작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회사뿐 아니라 어떤 일을 하더라도 수학이 아닌 예술과 인문학 등에 관심을 가지며 다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문학과 사람,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송 대표는 매일 사무실에 놓인 화이트보드를 바라보며 머릿속에 방정식을 세우고, 그래프를 그린다. 송 대표는 “어떤 직업을 택하더라도 수학은 꼭 필요하다”며, “절대 수학을 포기하는 ‘수포자’가 되지는 말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송영록 대표는

1993 코오롱메트생명 계리팀 입사

1994 서울대 수학과 졸업

1997~2007 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근무

2007 메트라이프생명 재무 담당 임원으로 재입사

2016 메트라이프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 임명

2018 메트라이프생명 대표이사 사장 취임

 

※관련기사 

수학동아 9월호 [인터뷰][ “매일 머릿속으로 방정식풀어요!” 송영록 메트라이프생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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