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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은 코로나바이러스 '슈퍼전파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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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은 코로나바이러스 '슈퍼전파자'일까

2020.09.15 21:00
美 수학자, 구로콜센터 집단 감염 분석…밀폐로 운영하면 위험, 공기흐름 세게하면 감염 없어
미국 수학자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에어컨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전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사진은 중국 광저우 식당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을 컴퓨터 시뮬레이션했다.
미국 수학자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에어컨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전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사진은 중국 광저우 식당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을 컴퓨터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BJORN BIRNIR 제공

“1단계는 수 일에 걸쳐 개인 사이의 단일 전파가 일어난다. 그리고 2단계로 에어컨 바람을 타고 많은 사람을 감염시키는 기하급수적 전파가 발생한다. 이 두 단계를 통해 에어컨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슈퍼 전파자(super-spreader)가 된다.”


13일 의학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확산에 에어컨과 같은 환기 시스템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수학 모델을 이용해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가 실렸다.

 

분석에 사용된 사례는 중국 광저우 식당과 저장시 버스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 등 총 세 건으로, 그 가운데 하나는 올해 3월 초 서울 구로콜센터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이다. 

 

○ 에어컨 바람 타고 코로나바이러스 퍼져   

 

중국 광저우 질병통제예방센터 연구팀은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컨을 틀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신종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 7월호에 공개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컨을 틀었을 때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결과가 공개된건 처음이다. 


연구팀은 1월 26일~2월 10일 광저우의 한 음식점에서 같은 시간대에 서로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한 세 가족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감염된 이유를 역학 조사한 결과 에어컨 바람이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에 따르면 올해 1월 23일 우한에서 광저우로 여행 온 A 가족(4명)은 다음날인 1월 24일 광저우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당시 A 가족이 앉은 테이블 양쪽 옆 테이블에서는 다른 두 가족 B와 C가 각각 밥을 먹고 있었다.

 

이날 A 가족 중 한 명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2월 5일까지 A 가족의 나머지 4명 전원과 B 가족 3명, C 가족 2명 등 총 1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와 B 가족이 식당에서 함께 머문 시간은 총 53분, A 가족과 C 가족이 식당에서 겹친 시간은 총 73분이었다. A 가족이 식사한 당일 이 식당에는 83명의 손님이 찾았지만, 이 가운데 A 가족과 시간대가 겹치지 않은 73명은 코로나19에 음성을 나타냈다. 식당 직원 8명도 음성이었다.  


서로 다른 테이블에서 접촉도 하지 않았는데 B와 C 가족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감염된 이유는 뭘까. 연구팀은 식당 건물이 창문이 전혀 없는 밀폐된 공간이었고, 이 상태에서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에어컨은 C 가족이 앉아있던 테이블 바로 옆에 설치돼 있었고, A~C 가족은 모두 에어컨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결국 에어컨 바람이 바이러스를 전파한 매개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홍역 바이러스, 결핵균, 수두나 두창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그리고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도 히터나 환기 장치, 에어컨 등 공조 시스템을 통해 전파된다는 사실을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도 공조 시스템을 통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미국 오레곤대 연구진은 병원 내 공조 시스템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RNA를 검출했다는 내용을 ‘메드아카이브’ 6월 28일자에 싣기도 했다.  


또 미국감염병학회가 발간하는 ‘임상감염병(Clinical Infectious Diseases)’ 7월 6일자에는 일반적으로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는) 실내에서 5μm(마이크로미터·μm는 100만 분의 1m)의 침방울이 최대 수십 m까지 이동하는 만큼 코로나19의 공기 전파를 막기 위해 공조 시스템을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실렸다. 이 연구는 2004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 협력센터로 있는 국제공기질및건강연구소(ILAQH) 연구팀이 진행한 것으로, 권고 사항으로 게재됐다.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구로콜센터 공조 시스템, 3배 강력했더라면 집단 감염 막았을 것


이번에 발표된 연구는 비욘 비르니르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UC샌타바버라) 교수가 진행했다. 수학자인 비르니르 교수는 라그랑주 유체 역학을 기반으로 바이러스가 포함된 침방울과 에어로졸이 특정 공간에서 어떻게 퍼지는지 컴퓨터를 이용해 시뮬레이션했다. 


비르니르 교수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교신저자로 참여해 국제학술지 ‘신종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 4월 23일자에 발표한 구로콜센터 집단 감염 분석 논문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구로콜센터에는 초기에 2~3명이 감염되는 1단계 전염이 발생했고, 1~2일 뒤 2단계 전염이 매우 빠른 속도로 다수에게 일어나 집단 감염으로 번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구로콜센터 집단 감염이 발생한 건물 11층 내에서도 1호실에서 감염자가 집중적으로 나온 데 대해 1호실에서 퇴근 시간 무렵 침방울의 농도가 위험한 수준으로 치솟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르니르 교수는 “침방울의 농도는 공조 시스템의 성능과 관련이 있다”며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컨이 가동될 경우 15분 이내에 침방울의 농도가 동일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에어컨을 포함해 공조 시스템을 적절히 운영하면 오히려 집단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비르미르 교수는 논문에서 “콜센터의 공기 흐름이 3배 강력했더라면 집단 감염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비르미르 교수는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경우 1단계 전염률을 대폭 낮출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2단계 감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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