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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바이러스를 뜯어고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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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바이러스를 뜯어고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을까

2020.09.17 11:33
옌리멍 전 홍콩대 연구원이 공개한 논문 프리프린트 논란을 보며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노란색)에 심하게 감염돼 사멸에 이르고 있는 세포(붉은색)의 전자현미경 사진이다. NIAID 제공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노란색)에 심하게 감염돼 사멸에 이르고 있는 세포(붉은색)의 전자현미경 사진이다. NIAID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가 자연계에서 유래된 바이러스가 아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라는 주장은 사태가 시작된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특히 이달 14일 옌리멍 전 홍콩대 연구원이 공개한 논문 프리프린트는 이런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근거에 기반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자연계에서 유래된 바이러스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그는 3가지의 주장에 근거해 이 바이러스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①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2015년과 2017년에 박쥐에서 유래한 발견된 'ZC45'와 'ZXC21' 바이러스와 매우 흡사하다.'

 

② 이 바이러스에서 세포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수용체(ACE2)와 상호작용하는 단백질인 스파이크 단백질은 박쥐에서 유래한 ZC45/ZXC21과 전체적으로 비슷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ACE2와 결합하는 부위인 수용체결합부위(RBD) 도메인에는 ZX45/ZXC21에 없는 삽입 서열이 있다. 이 서열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을 유발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와 비슷하다. 

 

③ RBD 도메인의 근처에는 유전자 조작에 흔히 사용하는  제한효소(Restriction Enzyme)가 자를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며, 이것은 유전자 조작으로 RBD 도메인을 교환해 만들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주장은 얼마나 근거가 있는 것일까. 일단 현재까지 자연계에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가장 비슷한 것은 RaTG13이라는 박쥐에서 분류한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전체 유전체의 DNA 서열이 96.1%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일치한다(유전체의 염기서열 100글자 중에서 96글자가 비슷하다는 의미다). 그 다음의 비슷한 바이러스는 역시 박쥐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인 RmYN02로, DNA 서열 일치도가 93.3%이다.

 

그런데 가장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비슷한 바이러스인 RaTG13에 대해서는 옌 연구원은 정확한 이유를 들지 않은 채 이 바이러스는 실체가 불확실하다는 주장을 한다. RmYN02 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 다음으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비슷한 바이러스가 옌 연구원이 예를 든 ZC45/ZXC21 바이러스다. 이들은 약 87%의 상동성을 가졌다. 그 외에 천산갑에서 2017년, 2019년에 발견된 바이러스 역시 85% 정도의 상동성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높은 상동성을 가지고 있지만 바이러스간의 차이가 모든 부위에서 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바이러스간의 차이를 비교한 2020년 5월의 쉬웨이펑 박사팀이 국제학술지 '커런트바이올로지'에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바이러스의 유전자 별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얼마나 흡사한지를 알 수 있다. 

 

커런트바이올로지 제공
커런트바이올로지 제공

가장 상동성이 높은 부분은 'E' 유전자이며, 전체적으로 이 유전자는 위의 예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가장 거리가 먼 바이러스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전체적으로 78.9%의 상동성을 가진)에서도 93.5%의 상동성을 지닌다. 반면에 바이러스의 수용체와 상호작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S유전자는 가장 상동성이 떨어지며, 특히 수용체와 직접적으로 결합하는 부분인 RBD 도메인은 핵산 서열 기준으로는 약 60~70%(전체적으로 96% 의 상동성을 가지는 RaTG13 바이러스에서도 85.3%)로,  아미노산 기준으로는 이보다 좀 더 높은 62~97.4% 의 상동성을 가진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RBD 부분이 왜 가장 빈번하게 바뀌는지는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많은 종류의 숙주에서 증식하려면 일단 세포에 침투해야 한다. 이 부분과 숙주 세포의 수용체와의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숙주의 수용체는 모두 다르고, 이를 위해서는 여기에 돌연변이가 많이 일어나서 각각의 환경에서 최적의 환경을 보이는 바이러스가 선발되는 것이다.  즉, 진화에서의 선택압이 가장 높은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그러나  RBD 부분처럼 돌연변이가 많이 일어나는 부분에서도 핵산의 변이가 다 아미노산 변화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돌연변이가 유발되어도 아미노산의 변화를 유발하지 않는 '동의 돌연변이(synonymous mutation)'가 아미노산을 바꾸는 '비동의 돌연변이'보다도 더 많다.

 

단백질의 아미노산 중에서 돌연변이가 생기면 바이러스가 생존에 문제가 생기는 중요한 부분일 경우 돌연변이가 생겨서 아미노산이 바뀌는 경우는 최소화되고 대부분의 핵산의 변이는 동의 돌연변이가 된다. 아미노산이 바뀌면 생존에 불리해지기 때문에 제거되는 '정화 선택Purifying selection)'이 일어나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대부분의 유전자는 유전자가 바뀌면 바이러스의 기능에 필요한 단백질에 망가지기 때문에 비동의 돌연변이보다 동의 돌연변이가 훨씬 많다. 

 

그러나 이 비율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바로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직접 수용체와 결합하는 영역이다. 이 부분은 바로 숙주에 결합하여 증식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한다. 숙주가 박쥐인 바이러스와 인간에서 활발히 증식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이 부분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수용체에 좀 더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삽입 서열이 들어가는 것 역시 흔히 있는 일이다.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 유전자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많이 관찰된다. 

 

더욱이 이같은 삽입 서열은 인간 유래가 아닌 다른 바이러스에서는 전혀 관찰이 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천산갑 유래의 바이러스들은 전체적으로는 박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보다는 좀 차이가 있지만,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매우 유사한 삽입 서열이 존재한다. 2017년과 2019년에 독립적으로 천산갑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에서 옌 연구원이 박쥐 바이러스에서는 없는 서열이 있는 것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이 서열은 박쥐  RaTG13에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는 이 바이러스가 존재하면 자신의 '인공 조작' 이론이 무너지기 때문에, 이 바이러스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천산갑에서 발견돼 다른 연구진에 의해 서열이 결정된 바이러스도 조작된 것인지 의문시된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에도 어느정도 비슷한 삽입 서열이 있지만, 그 서열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있는 삽입 서열과 일부 특징만을 공유할뿐 상당히 다르다. 더욱이 이 서열이 ACE2와 결합하기 위해서는 특징적인 단백질 구조를 가져야 한다. 상당히 다른 서열을 가지면서도  비슷한 구조를 유지한 서열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은 단백질 공학적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다른 '조작' 의 증거라고 그가 주장하는 것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다른 부위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는 단백질 분해효소인 퓨린에 의해 잘릴 수 있는 4개의 아미노산의 삽입 서열이 있고, 다른 바이러스에 존재하지 않는 서열이 있는 것이 수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나중에 발견된 RmYN02 바이러스에 역시 비슷한 부위에 삽입 서열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바이러스에 존재할 수 없는 서열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재미있는 것은 RmYN02는 ACE2 결합 부위의 삽입 서열이 존재하지 않고, 이 부분에서는 ZC45, ZXC21와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이 바이러스 역시 옌 연구원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원본'이라고 주장하는 ZC45, ZXC21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비슷하다. 그가 이 바이러스의 존재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이것 역시 믿을 수 없는 조작의 결과라고 주장할까.

 

또 하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이러한 바이러스 간의 차이가 S 유전자 이외에도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가장 가까운 바이러스인 RaTG13 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약 4% 의 핵산 서열 차이가 있다. 3만 개 염기의 코로나바이러스 게놈의 크기를 생각하면 약 1000염기 이상이다. 약 13% 정도의 핵산 서열 차이가 있는 ZX45, ZXC21 과 같은 바이러스의 경우 2000 염기 이상의 차이가 있다. 이 변화는 S 유전자 이외에도 바이러스 유전체의 모든 부분에 흩어져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아미노산을 바꾸지 않는 동의 돌연변이이고, 비동의 돌연변이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아미노산이 바뀌는 것이라도 이것이 어떤 생물학적인 차이를 유발하는지는 잘 모른다. 

 

그가 주장하는 것처럼 ZX45, ZXC21과 같은 바이러스로부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만들려면 S유전자, 혹은 RBD 유전자 이외에도 바이러스 유전자 전체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돌연변이 (이들의 대부분은 동의 돌연변이)를 만들어야 한다. 즉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로 보기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기존에 알려진 바이러스에 비해서 너무나 다른 바이러스다. 그리고 그 차이는 바이러스의 유전체 전체에 나타난다. ZX45, ZXC21 로부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만들려면 바이러스 유전체 전체를 합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상의 상황을 생각해 보자. 어떤 매드사이언티스트가 자연계에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분리해 이를 뜯어고쳐 인간에게 감염력이 더 높은, 혹은  병원성이 높은 바이러스를 만들어서 생물학 테러 같은 것을 일으키고 싶다고 해보자.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바이러스 유전체를 인공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술 자체는 존재한다. RNA 형태로 된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그대로 DNA 로 만들고, 플라스미드 벡터에 넣고, 시험관에서 RNA를 만들고, 이를 세포에 감염시킨다.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기술이다. 바이러스의 어떤 부분이 감염이나 병원성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기 위해 인위적인 돌연변이체를 만드는 것이다. 

 

만약 자연계의 바이러스에 돌연변이를 주거나 감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RBD 도메인을 바뀌치기를 한다고 하자. 이런 행위 자체는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그 외의 부분은 원래의 바이러스와 완전히 동일해야 한다. 그러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옌 연구원이 '원본' 이라고 주장하는 ZX45, ZXC21의 경우, 감염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는 다른 부분에는 수천 개의 염기서열 차이가 존재한다. 만약 진짜로 유전자 조작이 일어났다면 해당하는 바이러스는 RBD 도메인 부분만 다르고 다른 부분은 똑같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7a 유전자의 경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ZX45는 염기서열 수준에서 88.5%, 단백질 수준에서는 94.2% 의 상동성이 있다(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염기서열 수준의 변화보다 단백질 수준에서의 변화가 작다. 즉 염기서열 수준의 변화의 상당수는 단백질의 변화를 야기하지 않는 상동 돌연변이이기 때문이다). 이외에 거의 모든 유전자에서 이 정도 수준의 변화가 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 부분에 이렇게 많은 변화가 있다는 사실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인공적으로 만든 바이러스로 볼 수 없는 이유다. 보기에는 너무나도 여러 부분에서 조금씩 다른 것이다. 돌연변이가 단백질의 기능과 바이러스의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을 완벽히 예측하는 것은 매우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생명공학자들은 꼭 필요한 부분만을 고치려고 한다.

 

옌리멍 전 홍콩대 의대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존재를 중국 정부가 사전에 알았다는 주장을 펴왔다. 최근 옌 연구원은 이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과학계는 가능성이 매우 낮은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루즈 위민 영상 캡쳐
옌리멍 전 홍콩대 의대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존재를 중국 정부가 사전에 알았다는 주장을 펴왔다. 최근 옌 연구원은 이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과학계는 가능성이 매우 낮은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루즈 위민 영상 캡쳐

옌 연구원이 또 다른 유전자 조작의 근거로 드는 RBD 도메인 근처 제한효소 인식 서열(CGGCGG)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사실 특정한 서열, 즉 고작 6개밖에 안되는 염기서열은 여러가지 유전체에 확률적으로 분포한다. 6개 서열로 된 염기서열은 4096 염기에 한번 정도는 나올 수 있다(물론 이는 염기서열을 구성하는 A,C,G,T의 비율이 같다는 가정이 있을 경우이며, 실제로 염기서열의 조성에 따라 그 빈도는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제한효소는 현재까지 수백 종이 알려져 있다. 연구자가 관심있는 유전체 부위의 몇백 염기 이내에 틀림없이 어떤 제한효소가 인식하는 자리가 하나쯤은 있다는 뜻이다.

 

지금과 같이 13%의 서열을 바꿔여 하는 상황에서는 어차피 유전체를 작은 조각으로 합성해서 짜맞추어야 한다. 이 경우에는 제한효소를 사용할 필요도 없이 '깁슨 어셈블리'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제한효소를 쓸 필요도 없는데 왜 굳이 이런 서열을 인위적으로 넣어 뒀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사실 게놈 전체 서열이 완벽히 다른 바이러스라고 해도 우리가 목표로 하는 서열이 있다면 그 서열을 가진 바이러스를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옌 연구원은 원래 바이러스 서열의 13%를 바꿔서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끔은 아미노산이 바뀌지 않더라도 핵산의 서열 변화로 바이러스 단백질과 RNA의 구조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존재한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합성 미생물' 은 어디까지나 기존에 알려진 유전자를 그대로 사용하되 생존에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유전자는 삭제하는 식으로 만들어졌다. 가령 책으로 따진다면 책 내용을 그대로 복사한 후,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챕터를 통째로 삭제하여 편집본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번 옌 연구원의 주장은 문장 자체를 뜯어고치고, 아주 많은 경우 동의어를 사용해 전체 텍스트의 13%를 바꾼 책과 비슷하다. 책의 설계 내용을 완벽히 이해한다면 이것은 가능할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자연계에 전혀 없는 유전 정보를 이용해 인공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고, 그저 자연계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의 내용을 겨우 읽고 한두 글자를 고치는 수준에 불과하다. 유전체의 텍스트를 이해하는 수준으로 본다면 결국 인간의 현재 수준은 초등학교 2~3학년 정도, 겨우 한글을 떼고 쉬운 단어를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과연 초등학교 2~3학년 어린이가 세익스피어의 소설 내용 중 13% 를 바꾸어서 현재 알려진 세익스피어의 소설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소설로 '개작' 할 수 있을까.

 

기술적으로 목표로 하는 서열이 주어진다면 그 서열과 동일한 바이러스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기존에 있는  바이러스의 서열을 뜯어고쳐서 약 96~87%의 염기 상동성을 가진 미지의 서열을 가진 바이러스를 만들고, 이것이 보다 감염이 잘 되는 새로운 성질을 갖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론 바이러스를 '조작' 하는 방법은 현대 유전공학적인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현대 유전공학이 대두되기 전부터 바이러스를 '조작'해 왔다: 약독화 백신이다. 구강으로 섭취하는 소아마비 백신과 같은 상당수의 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다. 이를 만드는 방법은 바이러스를 자신이 병을 일으키는 숙주와는 조금 다른 환경에서 매우 오래 키우는 것이다. 바이러스를 오래 키우다 보면 돌연변이가 누적돼 성질이 변한다. 병을 일으키는 숙주와 다른 환경에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기에 적응하는데 유리한 돌연변이가 축적되고, 이러한 돌연변이는 원래의 병원성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이 대표적인 것이 1950년대 알버트 사빈 개발한 경구 투여 소아마비 백신이다.

 

그렇다면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인공적으로 매우 오래 배양되어서 얻어진 생백신은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2002년 발표된 '바이러스학 저널' 논문은 매우 독성이 강한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마호니 스트레인(Mahoney Strain)을 오랫동안 계대배양해서 만들어진 약독화 바이러스(생백신)의 염기서열 차이를 분석했다. 마호니 스트레인과 약독화 바이러스는 핵산 기준으로는 54개가 다르고 20개의 아미노산이 바뀌었는데, 약독화에 관여하는 아미노산 변화는 딱 2개였다. 

 

만약 이런 식으로 바이러스를 배양해서 독성이 약한 것을 찾는 대신 더 감염력이 강한 것을 선발하도록 하여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을까. 무한정으로 시간이 주어지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소아마비 바이러스와 코로나바이러스는 돌연변이율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를 하기는 없다. 단순히 돌연변이 갯수만을 비교한다면 독성이 강한 바이러스를 백신으로 만드는 데 54개의 돌연변이가 필요했다. 그러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ZC45/ZXC21의 변이 차이는 2000개 이상이다. 사빈은 약 5~6년에 걸쳐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반복적으로 배양했다. 이보다 40배가 넘는 돌연변이를 유도하려면 200년이 넘는 세월이 걸릴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많은 양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게놈을 염기서열을, 이를 통하여 사람을 통해서 퍼질 때 이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의 속도로 변화하는지 짐작가능하다. 지금 코로나바이러스가 수천만 명의 사람을 통해서 퍼지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바이러스는 대충 1년에 20~40염기 정도로 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속도로 '사람 중에서' 퍼질 때 약 천개 정도의 돌연변이가 생기려면 50년에서 100년 정도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수천만명의 인간을 대상으로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복제가 활발히 일어날 경우다. 바이러스를 개조하려는 매드사이언티스크가 한정적인 실험동물, 배양세포에서 바이러스를 기르면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1000년 정도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좀 더 빠른 속도로 돌연변이를 얻기 위하여 돌연변이 유도를 하는 화합물이나 X선 같은 것을 쓰는 방법도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실험생물학에서 돌연변이를 얻기 위하여 이러한 것들을 써 왔다. 그러나 이때 얻어지는 돌연변이는 대개 '기능 상실' 돌연변이이다. 즉, 유전자를 망가뜨리는 돌연변이를 얻는 것은 빠르게 할 수 있지만,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삽입 서열처럼 새로운 기능을 이런 돌연변이 유도법으로 얻기 위해서는 기능 상실 돌연변이체를 얻을 때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또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자신의 목적에 맞는 바이러스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서열만으로 바이러스가 인간, 더 나아가 인구 중에서 어떻게 퍼질지 에측할 수 없다. 만약 이런 것이 가능했다면 애초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전세계적으로 퍼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이 바이러스에 대해 현재 알고 있는 특징은 수백만, 수천만 명의 사람이 감염되고, 수십만 명의 의료진이 이를 치료하면서 얻은 지식이다. 그러나 무작위적, 혹은 인공적으로 조작된 바이러스가 어떤 특성을 보일지는 실험을 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세포 수준에서 얼마나 증식을 잘하나 정도는 실험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동물이나 사람, 수많은 사람 속에서의 전파는 알 수 없다.  더구나 이 바이러스가 문제가 되는 것은 많은 감염자들이 무증상이라는 사실이다. 과연 이 특성은 어떻게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아무리 미지의 매드사이언티스트라고 해도 자연계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와 13% 정도 다른 바이러스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버전의 바이러스를 만들고 시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이 매드사이언티스트가 죽기전에 이러한 것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유전공학적인 방법을 사용하든, 엄청나게 오래 배양하면서 돌연변이를 기대하든 이 정도의 유전적인 변화를 인위적으로 사람이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이 동물이나 식물을 육종할 때는 서로 다른 유전 정보를 가진 동물, 식물을 서로 교배하여 유전체의 내용을 뒤섞는 꼼수가 있었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정상적으로는 다른 바이러스간의 유전 정보의 교환이 쉽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서로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한 세포에 감염되는 희귀한 경우에나 가능한 일로, 수백 년에 한두번 일어날 정도의 희귀한 일이다.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진화를 과연 인간의 힘으로 몇 년 안에 빠르게 이룩할 수는 없다.

 

이쯤 되면 아무리 대단한 매드사이언티스트라도 '현타(현실자각타임)'가 몰려올 것이다.

 

"여기는 누구인가 나는 누군가 나는 뭘 하는가" 

 

약독화 바이러스를 만들어 백신을 만든 사람이라면 백신을 만들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이라도 있었지만 그것도 아닌 이러한 가상적인 상황은 도데체 왜 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면서도 쓸데없이 난이도가 높은 작업인 셈이다.  

 

그나마 바이러스 유출의 시나리오로 가장 그럴싸한 것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이전에 동물 등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였는데 연구소에서의 어떤 문제로 바이러스가 유출되는 정도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것이 우한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입증할 자료는 당연히 없다. 그러나 어쨌든 인위적인 바이러스 개조보다는 그나마 조금 일어났을 확률이 높다. 

 

요약을 하면 이렇다.  

 

① 현재까지 알려진 바이러스로부터 유전체의 13%가 다른 바이러스를 만들어서 새로운 생물학적인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② 현재 주장되는 ‘증거’는 이 바이러스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어떤 증거도 될 수 없으며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바이러스에서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정도의 특징이다.


③ 자연계에서 바이러스를 인공적으로 배양하면 변화된 바이러스를 얻을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려도 최소 수십~수백 이 걸릴 것이다. 


④ 차라리 이전에 자연계에서 분리된 바이러스가 연구소에서 사고 등으로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1,2보다는 높다. 물론 이것을 입증하는 증거는 아직까지는 없다.


⑤ 바이러스를 개조해서 우리가 원하는 능력을 만들게 하는 것은 더 어렵다. 생명공학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생명공학 업계인으로 솔직히 감사할 만한 일이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아직 그런 능력이 없다.

 

※필자소개 

남궁석. 고려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생화학 전공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예일대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을 마쳤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충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축산식품생명과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했다. 지금은 Secret Lab of Mad Scientist(SLMS)라는 이름으로 과학 저술 및 과학 관련 컨설팅에 종사하고 있다.  《과학자가 되는 방법》, 《암 정복 연대기》를 썼으며, 공저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이 있다. 과학 지식 교류의 혁신에 관심이 커서 과학자 사이의 수평적 토론 문화 증진을 위한 대안학회 ‘매드 사이언스 페스티벌’을 2년 연속 개최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구조생물학과 동물발생생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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