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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서 탄생한 ‘인공모유’ 분유시장 지각변동 일으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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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서 탄생한 ‘인공모유’ 분유시장 지각변동 일으킬까

2020.09.19 09:00
식품스타트업 ‘바이오밀크’·‘터틀트리’ 인공 모유 상용화 추진
GIB 제공
GIB 제공

갓 출산한 산모의 모유에는 산모의 면역성분과 미생물,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 신생아의 면역력을 높이고 균형잡힌 영양소 공급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모유 수유가 권장되고 있지만 막상 상당수 산모들은 모유 수유에 어려움을 겪는다. 모유가 잘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직장에 복귀하면 모유 수유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경우도 있다. 젖소에서 나오는 우유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조제 분유가 대체한다. 

 

모유 수유가 어려운 영유아를 위한 다른 옵션이 있다면 어떨까. 실험실에서 인공 모유를 제조하는 것이다. 2019년 설립된 2개의 초기 스트타업이 이같은 흥미진진한 도전에 나섰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소재 ‘바이오밀크(Biomilq)’와 싱가포르 소재 ‘터틀트리(TurtleTree)’가 주인공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두 스타트업은 지난 6월 나란히 초기 투자를 받으며 과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바이오밀크는 지난 6월 350만달러(약 40억원)의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 중에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벤처회사도 포함됐다. 터틀트리도 지난 6월 320만달러(약 37억원)의 초기 투자를 받았는데 주요 투자자 중 한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 알왈리드 빈 탈랄의 벤처투자회사다. 

 

이들 신생 스타트업은 바이오 반응기를 통해 인간의 유방 세포에서 젖산을 유도해 인공적으로 제조된 모유가 유아용 조제분유보다 더 영양가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미첼 에거 바이오밀크 공동 창업자 겸 CEO는 “궁극적인 목표는 모유와 가까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완벽히 같을 순 없지만 ‘인공 모유’ 가능성 있다”

 

실험실에서 만드는 우유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육류와 유사한 개념이다. 배양육 개발회사들이 동물 세포를 배양해 이를 먹을 수 있도록 제품화한다면 모유 개발회사는 인간의 유선 세포를 건강하게 유지시켜 유아에 먹일 수 있는 모유를 분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두 스타트업은 실험실에서 생산한 모유가 인간의 모유와 완전히 동일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모유에는 유아가 감염병이나 알레르기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항체, 유아의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미생물 등이 포함돼 있지만 실험실에서 만드는 모유에는 이들이 없다. 

 

하지만 바이오밀크와 터틀트리는 모유에서 발견되는 수천종의 성분이 포함된 모유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단백질과 지방, 모유 올리고당(HMOs), 아이의 면역시스템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복합당 등이 포함된다. 아직 시제품은 나오지 않았으며 실험실 단계에서 연구중이다. 펭루 린 터틀트리 공동 설립자 겸 CEO는 “실험실에서 현재까지 만들어진 제품을 보면 시각적으로도 영양적으로도 모유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바이오밀크는 성인 유방의 관과 소엽에서 주로 발견되는 상피세포로 연구를 시작했다. 터틀트리는 줄기세포를 유방 세포로 분화 성장시켜 실험을 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영양분과 비타민, 수유 호르몬이 포함된 액체를 세포 배양 배지에 투입시키는 방식으로 세포를 성장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다. 필요없는 세포와 배지, 폐기물이 생산되는 우유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바이오 반응기 시스템도 갖췄다. 

 

에거 바이오밀크 CEO는 “지금까지 테스트 결과 실험실에서 배양된 유선 세포는 대다수 포유류 동물에서 발견되는 당인 젖당을 생산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추가 테스트를 통해 다른 성분들도 확인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바이오엔지니어링 기술로 탄생한 미생물에 의해 핵심 모유 올리고당(HMOs) 성분이 추가되면 젖소에서 나오는 우유로 만들어지는 조제 분유를 뛰어넘는 최선의 인공 모유가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다. 

 

세포 배양을 위한 뱃지에서 배양된 유선 세포를 통해 젖산을 유도한다는 개념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과학자들은 포유동물 및 인간 유방 상피세포로 이뤄진 3차원(3D) 클러스터와 젖샘 자극 호르몬을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유선과 관련된 생물학 연구가 목적으로 산업적으로 모유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브루스 저먼 캘리포니아대 식품건강연구소장은 “지금까지 아무도 이 기술을 생산 시스템에 적용하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말했다. 모유 연구를 수행한 저먼 소장은 바이오밀크에 무료로 자문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실험 결과를 보면 카제인과 젖당 등 일부 우유 단백질이 인공적으로 생산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엄밀히 우유라고 정의할 수 있는 모든 영양소가 포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알레시아 제인 트위커 케임브리지대 수유 및 유선 생물학자는 “유선 세포가 수천 종의 다양한 영양 성분을 어떻게 만드는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터틀트리는 유아용 조제 분유 제조업체에 기술을 이전하는 게 비전이다. 바이오밀크는 임산부에서 아이가 태어나기 전 임산부의 유방 세포를 추출한 뒤 그 유방 세포에서 모유를 생산할 수 있는지 여부를 탐색하고 있다. 

 

한계와 논란

 

두 스타트업 모두 제품의 상용화가 목표다. 그러나 세포 배양 배지와 바이오 반응기 등 시스템을 갖추는 데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상용화된 조제 분유 가격만큼 값싸게 공급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 터틀트리는 초기 약 170달러(약 19만원)에 1리터를 생산했지만 현재 이를 35달러(약 4만원)까지 낮췄다. 유아용 조제 분유 1리터의 가격은 미국에서 약 8달러(약 1만원)다.  

 

두 스타트업은 아직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브루스 저먼 캘리포니아대 식품건강연구소장은 “현재 가장 어려운 생물학적 문제 중 하나를 극복한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회사 연구에는 한계도 있다. 모유의 면역학적 특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유 수유는 산모와 연관돼 있으며 개별 수유 기간 동안 심지어 하루에도 몇차례씩 구성성분이 변한다. 또 모유 수유가 산모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인공 모유는 이같은 이점이 없다. 

 

상업 생산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실험실에서 배양된 유선 세포가 얼마나 오래 인공 모유를 생산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많은 산모들이 모유 수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제품이 상용화해 모유 수유를 시도하는 여성들이 줄어들 경우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식품 허가 관련 규제 당국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바이오밀크는 현재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제품 출시 계획은 아직 없다. 터틀트리는 2021년 중반까지 기술 라이선스를 이전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모유수유지원 관련 시민단체들은 “모유 수유가 어려운 영유아를 위한 고품질 모유 대체물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모유 수유를 원하는 여성을 지원하는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며 “자연산 모유의 이점을 인공 모유가 실험실에서 완벽하게 복제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두 스타트업은 “모유 수유가 가능하지 않은 산모를 위한 최선의 옵션을 제공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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