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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존슨, 푸틴 당신들 덕분에 깨달았소. 의학교육의 중요성을…올해 엽기노벨상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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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존슨, 푸틴 당신들 덕분에 깨달았소. 의학교육의 중요성을…올해 엽기노벨상 (종합)

2020.09.18 18:04
2020년 이그노벨상에 팬데믹 정치적 악용한 정치지도자 9명 의학교육상

악어에 헬륨 가스 먹여 울음소리 측정 

경제 소득 높을수록 키스 자주해

 

캡션

2020 이그노벨상 수상자가 17일(현지시간) 온라인 생중계로 발표됐다. 2020 이그노벨상 시상식 생중계 캡처

국가별로 소득에 따라 키스 빈도는 어떻게 달라질까. 악어에게 헬륨 가스를 주입하면 어떤 목소리가 나올까. 얼굴에서 나르시시트를 식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뭘까. 살아있는 지렁이에게 고주파를 가하면 어떻게 될까.


이런 황당한 궁금증을 실제 연구로 진행해 답을 찾아낸 과학자들이 ‘괴짜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 올해의 음향학상, 심리학상, 물리학상, 경제학상 수상자로 17일(현지시간) 선정됐다. 올해 30회를 맞는 이그노벨상은 총 10개 분야에서 수상자를 발표했다. 

 

○그래핀으로 노벨상 받은 가임 교수, 이그노벨상 인연으로 시상자로 등장

 

음향학상은 암컷 중국 악어를 헬륨 가스가 채워진 통에 넣고 우렁차게 울게 만든 스테판 레버 오스트리아 빈대 박사 등 연구팀 5명에게 돌아갔다. 이 연구는 2015년 ‘실험생물학 저널’에 실렸다. 

 

레버 박사는 수상 소감에서 “악어와 같은 암컷 파충류는 짝짓기 철에 큰 목소리로 우는데, 이런 발성이 몸집을 과시하기 위한 것인지 궁금해 실험을 고안했다”며 “악어의 성대가 공명을 통해 목소리를 크게 만드는지 확인하기 위해 헬륨 가스가 채워진 통에 악어를 넣었다”고 말했다. 

 

음향학상 시상자로는 이그노벨상과 인연이 있는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가 나섰다. 그는 2010년 그래핀을 발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는데, 노벨상 수상 10년 전인 2000년 개구리를 자기장 속에서 공중에 붕 뜨게 만드는 실험으로 이그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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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학상 시상자로 나선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왼쪽 아래). 그는 2010년 그래핀 발견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기 10년 전 이그노벨상을 받았다. 2020 이그노벨상 시상식 생중계 캡처

눈썹 검사로 나르시시스트를 식별하는 방법을 고안해 2018년 ‘성격학회지(Journal of Personality)’에 발표한 캐나다 토론토대 미란다 지아코민, 니콜라스 룰 박사 등 2명은 심리학상 수상자로 뽑혔다. 

 

이날 룰 박사는 이그노벨상 부상으로 지급되는 10조 짐바브웨 달러 지폐를 자신의 눈썹 위에 붙이고 수상 소감을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룰 박사는 “그간 연구에서 사람들이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나르시시스트인지 판단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우리는 그 판단에 눈썹이 결정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물리학상은 살아있는 지렁이에게 고주파를 가하면 지렁이의 형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실험한 호주 스윈번공대 소속 과학자 2명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올해 ‘사이언티픽 리포트’ 5월 22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잘 늘어나는 피부와 유체 골격을 가진 지렁이에게 특정 주파수의 진동을 가하자 수면 위에 생기는 정상파(패러데이 파동·Faraday wave)가 지렁이의 몸에 생겼다고 밝혔다.  

 

이들은 에탄올로 지렁이를 마취시킨 뒤 얇은 테플론 판 위에 올려놓고 판을 위아래로 진동시켜 지렁이의 몸에서 어떤 파형이 생성되는지 확인했다. 수상자 중 한 명인 이반 막시모프 박사는 “지렁이 생체 실험은 연구 윤리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했다”며 “단지 재미로 실험한 것이 아니라 이 연구 결과를 이용해 향후 신경섬유를 따라 신호가 전달되는 과정을 연구하는 등 생물물리학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크리스토퍼 왓킨스 스코틀랜드 애버테이대 박사팀은 2019년 ‘사이언티픽 리포트’ 4월 30일자에 13개 국가에서 소득이 키스 빈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해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연구팀은 3019명의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경제 수준이 높을수록 키스 빈도가 높고, 키스 빈도가 높을수록 연인이나 부부의 관계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포옹이나 섹스보다 키스가 소득과 상관관계가 5배 더 높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왓킨스 박사는 수상 소감에서 “키스는 병원체 감염의 관점에서는 국민 보건과도 관련된다”며 “13개국 조사에 도움을 준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곤충학상은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리버사이드) 소속 곤충학자였지만 지금은 은퇴한 리처드 베터 박사에게 돌아갔다. 그는 곤충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통해 곤충학자들이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생명체는, 분류학적으로는 곤충에 포함되지 않지만 종종 곤충으로 오해받는 거미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의학상은 미소포니아(Misophinoia·특정한 소리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청각 과민증) 환자 42명을 조사해 이들에게 청각이나 시각적인 자극이 가해지면 즉각적인 분노나 공격적인 감정이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낸 네덜란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이 연구는 ‘플로스 원’ 2013년 1월 23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재료과학상은 인간의 배설물을 얼려서 만든 칼이 잘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메틴 에렌 미국 켄트주립대 인류학부 박사 등 과학자 7명에게 돌아갔다. 에렌 박사는 “이누이트 족은 자신들의 배설물을 얼려 칼을 만들어 동물을 자르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우리가 직접 실험한 결과 예상과 달리 칼이 잘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고고학 과학저널: 리포트’ 2019년 10월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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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그노벨상 시상식은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2020 이그노벨상 시상식 생중계 캡처

○ 트럼프, 푸틴, 보우소나르…코로나19 팬데믹 비꼰 의학교육상 수상자로 선정

 

이그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가 격월로 발간하는 잡지 ‘있을 것 같지 않은 연구 회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노벨상을 패러디해 1991년 만들었다. 진지하고 엄숙한 노벨상과 달리 패러디 정신을 살려 ‘웃어라, 그리고 생각하라(Laugh and then think)’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이런 정신은 자유분방한 복장과 유머가 담긴 수상 소감 등 매년 하버드대 샌더스극장에서 개최되는 시상식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런 점을 고려해 올해 의학교육상 수상자로 코로나19에 관련된 인물들이 선정됐다. 코로나19 창궐과 같은 바이러스 대유행에 정치인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비꼬며 의학교육상 수상자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정치 지도자 9명이 호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고, 평소 수상에 자신감을 비쳐왔다.

 

또 평화상은 올해 6월 파키스탄 외교관의 간첩 활동을 이유로 파키스탄 외교관을 쫓아낸 인도와 파키스탄 정부에, 경영상은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에 민사소송을 낸 남성을 암살하도록 청부한 중국의 살인 하청업자 5명에게 돌아갔다. 

 

올해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은 부상으로 노벨상 수상자 사인이 담긴 종이 상장과 10조 짐바브웨 달러를 받았다. 짐바브웨 달러는 2008년 인플레이션율이 2억3100만%를 기록하면서 2009년부터 사용이 중단됐다. 현재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40센트(약 460원) 정도다. 또 수상자들은 올해 주제가 곤충으로 꾸며졌던 만큼 곤충이 인쇄된 대형 종이 주사위도 받았다.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2020 이그 노벨상 

 

음향학상(Acoustic Prize) 
- 선정 이유: 헬륨 가스로 가득 찬 통에서 암컷 중국 악어가 우렁차게 울게 만든 공로’- 수상자: 스테판 레버 등 5명

 

심리학상(Psychology Prize)
- 선정 이유: 눈썹으로 나르시시스트를 식별하는 방법을 발견한 공로
- 수상자: 미란다 지아코민, 니콜라스 룰

 

평화상(Peace Prize)
- 선정 이유: 인도와 파키스탄 외교관들이 한밤중에 서로 벨을 울린 뒤 잡히기 전에 도망간 공로
- 수상자: 인도와 파키스탄 정부


물리학상(Physics Prize)
- 선정 이유: 살아있는 지렁이에게 고주파를 가하면 어떻게 되는지 실험으로 밝혀낸 공로
- 수상자: 이반 막시모프, 안드리이 포토스키

 

경제학상(Economic Prize)
- 선정 이유: 국가별 소득 불균형과 키스 빈도의 관계를 밝혀낸 공로 
- 수상자: 크리스토퍼 왓킨스 등 9명

 

경영상(Management Prize)
- 선정 이유: 살인 청부를 했지만 하청에 하청을 거듭하며 결국 실제로 살인이 일어나지 않은 공로
- 수상자: 살인 청부 의뢰한 중국인 5명

 

곤충학상(Entomology Prize)
- 선정 이유: 곤충학자들이 실제로 거미를 가장 무서워한다는 증거를 모은 공로
- 수상자: 리처드 베터

 

의학상(Medicine Prize)
- 선정 이유: 미소포니아 진단법을 찾아낸 공로
- 수상자: 니엔케 불링크 등 3명

 

의학교육상(Medical Education Prize)
- 선정 이유: 인간의 생사에 과학자나 의사보다 정치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보여준 공로
- 수상자: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정치 지도자 9명

 

재료과학상(Material Science Prize)
- 선정 이유: 인간의 배설물로 만든 칼이 잘 들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공로
- 수상자: 메틴 에렌 등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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