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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최고 슈퍼컴보다 2~3배 빠른 '엑사급'슈퍼컴 내년 첫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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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최고 슈퍼컴보다 2~3배 빠른 '엑사급'슈퍼컴 내년 첫 등장

2020.09.22 15:36
美·中·日·유럽 개발 경쟁 본격화...'한국 슈퍼컴 심포지움'에서 현황 공개
일본의 슈퍼컴퓨터 후가쿠의 모습. 일본이화학연구소 제공
일본의 슈퍼컴퓨터 '후가쿠'의 모습. 일본이화학연구소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과 기후변화 등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코로나바이러스 단백질 특성 파악 등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연구를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43개 연구기관과 기업이 참여한 ‘코로나19 고성능컴퓨팅(COVID-19 HPC) 컨소시움’이 슈퍼컴퓨터 연상 시간을 대여해 주며 87개 연구를 지원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역시 이 컨소시움에 참여하는 한편, 별도로 2만여 개 기존 약물 가운데 코로나19에 새롭게 적용할 수 있는 후보물질을 추리는 작업에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을 활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존 최강의 슈퍼컴퓨터 성능을 최소 몇 배 뛰어넘는 차세대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22일 KISTI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EU)은 각각 차세대 ‘엑사플롭스(EF)급’ 슈퍼컴퓨터 개발을 선언한 상태다. 엑사는 100경을 의미하는 단위로 1EF급 슈퍼컴퓨터는 1초에 100경 번의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에너지부(DOE) 산하 국립연구소가 주촉이 돼 최소 세 개의 엑사급 슈퍼컴퓨터를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먼저 오크리지국립연구소가 내년 엑사급 슈퍼컴퓨터 ‘프론티어’를 개발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개발이 완료된다면 공식적으로 엑사급 속도를 지닌 첫 슈퍼컴퓨터가 될 전망이다. 이어 로렌르리버모어국립연구소가 ‘엘카피탄’을, 아르곤국립연구소가 ‘오로라’를 각각 2022년 개발할 계획이다.


톈허-2를 개발해 2013~2016년 슈퍼컴퓨터 1위를 차지하는 등 미국과 최고 자리를 다투던 중국 역시 2022년 첫 엑사급 슈퍼컴퓨터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선웨이가 ‘선웨이 엑사스케일’을, 중국국방과기대가 ‘톈허-3’를, 중국 기업 수곤이 ‘슈강’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미중 사이의 갈등으로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계획이 미뤄질 가능성도 높다.


일본은 올해 6월 최고 슈퍼컴퓨터 자리에 오른 일본이화학연구소(리켄)의 ‘후가쿠(위 사진)’가 사실상 엑사급 성능을 낸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가쿠는 415페타플롭스(PF, 1PF는 1초에 1000조 번의 연산을 하는 속도)의 속도를 내 아직 공식적으로는 엑사급이 아니다. 1EF는 1000PF다. 황순욱 KISTI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은 “하지만 응용 문제 해결시 일본의 기존 슈퍼컴퓨터이자 10PF급 성능을 보였던 ‘케이’의 100배 이상의 성능을 보이는 만큼 사실상 엑사급이라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외에 유럽연합이 2024년경 개발을 목표로 2018년 ‘유럽프로세서이니셔티브(EPI)’를 출범시켰다. 또 자체적으로 저전력 프로세서(CPU)를 2023년까지 개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의 엑사급 슈퍼컴퓨터 개발 동향을 정리했다. 빠르면 2021년부터 엑사급 컴퓨터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KISTI 제공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의 엑사급 슈퍼컴퓨터 개발 동향을 정리했다. 빠르면 2021년부터 엑사급 컴퓨터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KISTI 제공

●한국은 미-중-일 계산 성능의 3%대 수준

 

한국은 엑사급 슈퍼컴퓨터 개발 계획이 없다. 염민선 KISTI 슈퍼컴퓨팅응용센터장은  “개발 능력은 충분히 있는 만큼 국가정책적으로 결정하면 단시간 내에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슈퍼컴퓨터는 산업기술 경쟁력에 큰 역할을 해온 만큼 국가 전체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로드맵을 세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경제성 고려가 필요하다”며 “일본의 후가쿠의 경우 개발에만 1조5000억 원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막대한 재원을 투자해 개발하더라도 기존 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해 수출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이를 감안할 수 있을지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최고의 슈퍼컴퓨터는 KISTI가 2018년 12월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슈퍼컴 5호기 누리온이다. 25.7PF의 성능으로 개통 당시 세계 11위, 올해 6월 기준으로 세계 17위의 속도를 보이고 있다. 1위인 후가쿠의 20분의 1 수준이다. 1등과의 성능 격차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5~7년으로 평가된다. 상위 500위의 슈퍼컴퓨터 가운데 3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성능을 모두 더하면 미국과 중국, 일본의 3~3.6% 수준에 불과하다.


비록 슈퍼컴 순위는 낮지만, 활용도는 매우 높다. 서비스 시작 이후 이달 중순까지 22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163개 연구기관과 기업에서 3037명이 437만 건의 작업을 누리온으로 수행했다. 서비스 제공시간의 39% 이상을 거대한 문제를 푸는 데 써서 대형 연구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반도체 집적도를 1000배 이상 높일 소재 이론을 밝힌 연구와 수소 대량생산을 위한 새로운 촉매 개발 연구, 간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억제물질 개발 등 다양한 연구 성과도 냈다. 그 외에 기초과학연구원(IBS)가 보유한 슈퍼컴퓨터 '알레프'는 한국의 장마 원인을 밝히는 연구와 초기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밝힌 고기후 및 고인류학 연구,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원인을 밝히는 고인류학 연구 등 다양한 주제의 연구를 수행했다.

 

국가 연구용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본원에서 시범 가동 중인 모습. - KISTI 제공
국가 연구용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본원에서 시범 가동 중인 모습. - KISTI 제공

●전세계 슈퍼컴 강국 연구진 '한국 슈퍼컴퓨팅 심포지움'에서 현황 공개

 

한편 KISTI는 누리온의 성과를 공유하고 엑사급 슈퍼컴퓨터의 개발 현황을 현지 연구자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는 ‘2020 한국 슈퍼컴퓨팅 콘퍼런스’를 23~24일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 EU의 엑사급 컴퓨터 개발 계획과 양자컴퓨팅 연구 현황, 고성능컴퓨팅 인프라 기술 등 다양한 강연과 포럼이 개최된다. 


황 본부장은 “눈앞에 다가온 엑사급 시대를 맞이해 슈퍼컴퓨팅 초강국인 미국과 일본, 중국의 개발 동향과 활용 방안을 잘 파악하고 긴밀한 국제협약을 통해 한국도 새로운 슈퍼컴퓨팅 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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