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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발 아래에 '땅 속 탄소 저장고'가 있다...새롭게 주목 받는 지하 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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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발 아래에 '땅 속 탄소 저장고'가 있다...새롭게 주목 받는 지하 탄소

2020.09.28 06:00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 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의 모습니다. 급격한 도시화를 겪은 지역의 지하에는 그 동안 존재를 잊고 있던 다량의 탄소가 매장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동아일보 DB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 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의 모습니다. 급격한 도시화를 겪은 지역의 지하에는 그 동안 존재를 잊고 있던 다량의 탄소가 매장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동아일보 DB

배지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조경학전공 연구원은 2016년 서울 강남의 재건축 현장을 지나다 호기심에 걸음을 멈췄다. 드릴로 지하를 뚫는 과정에서 수m 깊이 땅속 토양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을 본 것이다. 도심의 땅 속에 사는 생명체에서 유래한 탄소(유기탄소) 농도를 통해 지하 생태계 순환을 연구하는 배 연구원은 좀처럼 드물게 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세계적으로 도시 지하 1m 이상의 깊은 토양의 탄소 농도를 측정한 연구는 거의 없다.


배 연구원은 공사 담당자를 설득한 끝에 얻어낸 토양 시료에서 탄소 농도를 분석하고 크게 실망했다. 결과가 이상했다. 1~3m의 깊이 땅 속에 난데없이 대단히 높은 유기탄소 농도가 측정됐다. 다른 지역도 비슷했다. 류영렬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조경학전공 교수는 “통상적으로 도시에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포장된 층(불투수층) 아래는 그 동안 탄소가 없는 사실상 ‘죽은 층’이라 여겨왔다”며 “이번 시료 연구를 통해 의외로 이곳에 유기탄소가 놀랄 만큼 풍부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아무도 주목 않던 강남 서초 지하, ‘잊혀진 탄소 저장고’


기후변화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대표적 온실기체인 탄소를 제거할 방법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땅 속에 탄소를 흡수시켜 묻는 탄소포집저장기술(CCS)은 지금도 대표적인 제거 기술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미 세계 곳곳에는 자연적으로 탄소를 다량으로 머금고 있는 곳이 많다. 특히 지하는 천연 탄소 저장고나 마찬가지다. 북극 지역의 영구동토층과 각종 퇴적물이 쌓인 비옥한 해안습지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대도시가 그 동안 인류가 몰랐던 커다란 탄소 저장고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류 교수와 배 연구원은 2016~2018년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총 세 곳에서 52개의 시추 시료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이들 지역이 50년 전 도시 개발이 이뤄지기 전 다량의 유기탄소를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혔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경관 및 도시계획’ 12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도시생태 건강성 증진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인 곳(불투수층) 아래 29곳과 아스팔트로 덮이지 않은 곳 23곳의 지하 시료를 깊이 별로 비교했다. 연구 결과 지하 1m까지는 아스팔트로 덮이지 않은 곳의 유기탄소가 덮인 곳의 세 배가 넘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스팔트로 덮지 않는 지역은 광합성의 산물과 지표에서 스며 들어간 생물의 잔해가 있을 테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자 지표가 아스팔트로 덮인 곳과 덮이지 않은 곳의 유기탄소 농도 차이가 거의 없었다. 특히 지하 1~3m 깊이에서 탄소 농도가 급속도로 높아졌다. 작은 식탁 만한 면적인 가로세로 1m 땅에 탄소가 평균 10kg 이상 들어 있었다.

 

배지환 서울대 연구원이 2017년 서울 강남 일대 재개발지역에서 시료를 채취한 모습이다. 배지환 연구원 제공
배지환 서울대 연구원이 2017년 서울 강남 일대 재개발지역에서 시료를 채취한 모습이다. 배지환 연구원 제공

연구팀은 과거 이 지역이 논이었다는 점에 착안했다. 과거 항공위성 영상과 탄소 동위원소 및 질소 동위원소 분석을 한 결과 이 탄소층은 1970년대에 도시 개발이 이뤄지기 전 이곳을 차지하던 논에서 쌓인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배 연구원은 “강남 개발 전인 1975년 서울시 내 경지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23배인 6776ha였다”며 “서울 아래 심토층에 과거 농경활동으로 67만7600t의 유기탄소가 묻혀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느티나무 묘목을 1254만 그루 심어서 약 1.2m 높이의 굵기(흉고직경)가 15cm가 될 때까지 키워야 겨우 흡수할 수 있는 양이다.

 

이번 연구는 도시도 탄소를 충분히 흡수하고 저장할 능력이 있으며 실제 많은 양의 탄소를 땅속에 가둬두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제시했다. 2000년대 초반 기준으로, 전세계에 도시개발 등으로 형성된 불투수층 면적은 58만 제곱킬로미터에 이른다. 프랑스 전체 면적보다 조금 작은 크기다. 류 교수는 “특히 대도시는 삼각주 등 탄소가 풍부한 비옥한 곳에 건설됐다”며 “도시 건설 정책이나 탄소 정책 수립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개발 등으로 심토층 유기탄소를 캐낸 경우 재활용하는 방법으로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 류 교수는 “현재는 도시 지하의 흙을 파 도시 외부로 이동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탄소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며 “적어도 유기탄소가 풍부한 심토는 도시 내에서만 이동하도록 제한하고 재활용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시료를 채취한 세 지역의 1970~198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항공사진이다. 불과 50년이 안 되는 시간 사이에 논에서 도시로 큰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지하에는 과거 농지 시절의 흔적이 유기 탄소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경관및도시계획 논문 캡쳐
연구팀이 시료를 채취한 세 지역의 1970~198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항공사진이다. 불과 50년이 안 되는 시간 사이에 논에서 도시로 큰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지하에는 과거 농지 시절의 흔적이 유기 탄소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경관및도시계획 논문 캡쳐

●또다른 탄소 저장고 해안습지가 줄고 있다


인류의 도시 건설은 지구의 퇴적물 양상을 바꿨다. 육지의 강은 주변의 퇴적물(흙)을 실어나르며 많은 유기물을 함께 흘려보낸다. 이들은 범람원이나 갯벌, 삼각주 등 퇴적지형을 형성하며 쌓인다. 자연이 만든 지형이지만, 인류가 정착생활을 하고 도시를 형성하면서 이런 순환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개간과 산림 파괴로 육지 침식이 늘었고 퇴적물 유입도 늘었다. 2020년 학술지 ‘사이언스 불리틴’에 따르면, 특히 남미 지역에서 2000~2010년 사이에 퇴적물이 크게 늘었다. 


해안습지는 막대한 양의 탄소를 저장하는 저장고다. 특히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급격히 높아지면 저장되는 탄소량이 급격히 늘 가능성도 있다. 2019년 호주 울롱공대 연구팀이 전세계 354곳의 해안습지를 시추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급격한 해수면 상승을 겪은 곳은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20cm 깊이의 퇴적층 속 탄소저장량이 1.7~3.7배 많았다. 연구팀은 “습지에 탄소가 갇히는 속도가 두 배로 늘면 매년 500만t의 탄소가 추가로 땅속에 저장되는 효과를 불러온다”며 “대기 중 탄소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탄소 500만t은 자동차 100만대가 내뿜는 탄소량으로 느티나무 9250만 그루를 심어야 제거할 수 있다.


문제는 강 곳곳에 지어진 댐과 제방은 퇴적물의 속도를 늦추고 양을 줄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8월 사이언스에 따르면, 전세계 193대 강에서 퇴적된 퇴적물의 양은 약 21% 감소했다. 특히 황허나 양쯔강, 인더스 강 등 아시아 지역의 강에서는 퇴적물의 양이 극단적으로 줄었다. 그 결과 범람원이나 갯벌의 형성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북극권 땅 속엔 막대한 탄소가 방출중…땅 속 탄소가 불씨 숨겼다 들불·산불 재확산


지하에 저장된 탄소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북극권 지하다. 강력한 지하 탄소 저장고였던 북극권 역시 인류 활동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 국제 대기오염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올해 북극권에서 1~8월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2억4400만t이다. 이집트나 말레이시아 등 국가가 한 해 내뿜는 이산화탄소 양을 뛰어넘는다. 역대 최악이었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들불과 산불로 배출된 탄소량은 1억8100만t이었다. 이미 지난해 기록을 35% 뛰어넘었다.

 

지난 7월 시베리아의 숲을 태우고 있는 산불의 모습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한국의 1.3배 면적에 해당하는 1900만 헥타르가 올해 산불로 탔다. 최근 유난히 북극권 산불이 잦은 이유로 지하 토탄층에 남아 있던 전 해 산불 및 들불의 불씨가 이듬해 다시 타오르는 잔존산불이 거론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지난 7월 시베리아의 숲을 태우고 있는 산불의 모습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한국의 1.3배 면적에 해당하는 1900만 헥타르가 올해 산불로 탔다. 최근 유난히 북극권 산불이 잦은 이유로 지하 토탄층에 남아 있던 전 해 산불 및 들불의 불씨가 이듬해 다시 타오르는 '잔존산불'이 거론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이 같은 연쇄적 들불과 산불의 원인으로 '좀비산불'이 주목 받고 있다. 잔존산불이라고도 불리는 들불, 산불로, 전 해에 발생한 산불이나 들불이 꺼진 뒤 지하에 유기탄소가 가득한 토탄층에 미약하게 살아 남아 있던 불씨가 재확산하며 발생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연구소는 “러시아 북극에서 올해 발생한 들불의 절반이 이런 잔존산불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잔존산불은 전 해 타던 산불이 잦아든 뒤 지하 토탄층을 태우며 타들어가다 결국 지하수가 있는 층(대수층)까지 모두 태운 뒤 다시 지표로 솟아올라 이듬해 봄에 지표를 뚫고 인근 지역 식생을 태운다. 여기에 6월부터 시베리아에 닥친 기록적인 열파로 대지가 건조해지면서 불이 더 확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로시 피티트 NASA 고다드연구소 연구원은 “산불에 의해 토탄층 상부가 타면 영구동토층 깊이가 깊어지고 산소가 더 공급되면서 아래 토탄층을 태우게 된다”고 말했다. 이곳의 토탄층은 1만5000년 전부터 쌓여왔다. 페티트 연구원은 “불타는 과정에서 동토층 아래 매장됐던 메탄을 방출한다”며 “이산화탄소보다 기후변화를 더 많이 유발하는 물질인 만큼 지구 온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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