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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과학뉴스가 바이러스의 길을 걷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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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과학뉴스가 바이러스의 길을 걷지 않으려면

2020.09.24 21:01
윤신영 기자
윤신영 기자

인기 없는 반찬 가게가 있다. 음식을 사먹어 보니 맛이 짜고 자극적이다. 인기가 없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자극적이 된 것 같다. 문득 이 집 음식이 짜고 맛없어 인기가 없는 게 아니라 인기가 없으니 짜고 자극적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반찬 가게에 비유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을 보도하는 많은 과학기사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너무 과장되고 자극적인 내용의 기사가 많다.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다. 자극의 구체적인 내용은 계속 바뀐다. 한동안 변이를 통해 전파력이 증가한 바이러스 발견 소식이 대륙을 옮겨 다니며 이어지더니 지난주엔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중국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한 홍콩 출신 연구원의 주장이 대서특필됐다. 다른 나라에서는 잠잠하지만, 한국에서만 대서특필된 내용들이다.


이들에 대한 팩트체크를 본의 아니게 여러 차례 했다. 변이 문제만 해도 사태 초창기부터 수차례에 걸쳐 아직 위험성 있는 변이가 없다고 밝혔다. 바이러스 인공 제조설도 이를 주장한 논문이 논문 게시 사이트에 공개된 다음날 전문가 여러 명의 의견을 토대로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라고 확인했다. 완벽하다고 장담하지는 못해도 사실관계에 가장 가까운 정보에 도달하기 위해 성실하게, 그리고 여러 번 꾸준히 했다.


하지만 팩트체크 기사는 널리 읽히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팩트체크 기사가 나온 날 당당히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기사가 수십 건씩 포털에 도배가 되기도 했다. 일본 도쿄 변종 이야기가 나오더니 말레이시아 변종이 나왔고 인도네시아 변종이 나왔다. 모두 감염력과 전파력이 10배씩 강해졌다고 나왔다. 모두 틀린 내용이었지만 널리 읽혔고 포털의 댓글도 팩트체크 기사보다 훨씬 많이 달렸다. 


지난 주말 오전 이번엔 ‘바늘로 찔러도’ ‘죽지 않는’ 바이러스라는 기사가 언론사에 기사 소스를 제공하는 통신사 발로 등장했다. 살아 있지도 않은 바이러스의 불사를 논하다니 철학적인 기사라고 생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발이고, 근거가 동료평가 전 논문(프리프린트)이라는 데까지 읽고 접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좋은 신문이지만, 코로나19 관련 프리프린트 논문을 발굴해 기사화하는 과정에서는 헛발질을 여러 번 했다.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은 논문이고, 제목도 내용도 너무 이상해 서둘러 기사화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팩트체크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다. 코로나19의 방역을 위해 더 중요하게 다뤄야 할 소식은 널렸다.

 

하지만 잘못 생각했다. 이후 이 기사는 온갖 매체에 거의 똑같은 제목으로 바이러스처럼 복제되며 널리 읽혔다.


미국의사협회지는 7월 13일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과장보도가 많이 나왔다며 비판했다. 한 개의 연구 성과만으로 결론이 난 것처럼 알리는 침소봉대, 연구 한계나 이견은 가리고 성과만 과장하는 취사선택, 충분히 검증받지 않은 내용을 써서 혼란을 가중시키는 교각살우 등의 문제가 코로나19 보도에서 널리 발견됐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발견된 코로나 관련 과장보도는 이들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한 마디로 과한 양념이다.


양념이 강해진 맛없는 반찬가게가 떠오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기가 없다는 것이다. 감염병 유행 상황이 아닌 ‘평시’에 과학기사는 언론사 내부와 독자들의 관심에서 다소 동떨어져 있다. 정갈하게 팩트만 모든 기사는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심심하거나 중요치 않다는 평가를 받으며 살아남지 못한다. 그나마 자극적이기라도 해야 기사화에 성공하고 독자에게도 전달된다. 차분한 사실보다는 폭발력 있는 화제성을 중시하는 이런 선택압 앞에서 극단적으로 화제성과 전파력이 강하도록 진화한 게 지금 널리 유행하는 일부 이상한 코로나 과학기사가 아닐까. 


바이러스학자들 모두가 동의하는 내용이 있다. 극단적으로 독성이 강해진 바이러스는 숙주를 죽이고 결국 자신도 갈 곳을 잃어 몰락한다. 극단적으로 전파력이 강해진 바이러스는 독성이 약해져 유명무실해진다. 과장된 코로나 기사는 이런 길을 걷는 인공 바이러스가 되자고 작정한 것일까. 허황된 뉴스의 사실 관계를 언제까지 되풀이해서 확인해줘야 하냐며 화나고 지친다는 과학자들의 한숨을 들으며 한국 사회에서 과학 보도의 미래가 과연 있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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