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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종사자 방사선 안전 나몰라라…1년간 엉터리 정보 제공하고도 까맣게 모른 부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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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종사자 방사선 안전 나몰라라…1년간 엉터리 정보 제공하고도 까맣게 모른 부처들

2020.10.06 15:39

우주 방사선 예측 시스템 먹통에 엉터리 정보 제공...국토부·원안위 1년간 몰라 

방사선 태양활동에 따라 최대 10배 증폭...해외선 임신 승무원 특별 관리 

수년간 항공 노동자·언론 우려 불구…시스템 구축해놓고도 관리 제대로 안해 

 

국립전파연구원이 개발한 SAFE 시스템 결과 화면

국립전파연구원이 개발한 SAFE 시스템 결과 화면

비행시간 동안 노출되는 우주 방사선량을 알려주는 ‘항공 우주방사선 예측시스템(SAFE)’이 지난해 5월~7월 원인 불명의 오류를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동안 뉴욕과 런던, 세부, 방콕행 항공편에 대한 피폭선량을 제공하지 못하는 ‘먹통’ 상태였다. 지난해 7월 이후에도 동일 노선에 대한 항공사별 비행경로, 고도, 시간에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 지속적으로 동일한 수치를 나타내 ‘엉터리’ 정보를 제공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SAFE의 우주 방사선량 정보는 자체 시스템을 가진 큰 항공사 대신 규모가 작은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서울, 에어인천,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승무원들의 안전을 위해 제공돼 왔다. 엉터리 정보를 가지고 승무원들의 안전을 관리해온 셈이다. SAFE를 운영하는 국립전파연구원 우주전파센터가 1년 넘는 시간 동안 이를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도 지적된다. 우주전파센터는 지난달 21일에야 부랴부랴 관련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항공사 승무원을 관리하는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방사선 안전을 관리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엉터리 정보가 제공되는 것을 전혀 감지하고 관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와 함께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6일 밝혔다. 

 

우주 방사선, 태양활동에 따라 최대 10배까지 증폭...해외서는 승무원 임신 시 특별 관리


우주 방사선은 자연 방사선의 일종으로 태양활동 등에 의해 지구로 들어오는 방사선을 뜻한다. 우주 방사선의 95% 이상은 지표면에 닿기 전에 지구 대기에 반사되기 때문에 지표면에서는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 하지만 비행기 탑승객과 승무원의 경우 우주방사선량을 마냥 무시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서울에서 미국이나 유럽을 왕복하는 비행기를 탈 경우, 흉부 X선 촬영을 한 번 한 것과 비슷한 0.1밀리시버트(mSv)의 우주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일 비행기에서 근무하는 승무원은 그 피폭량이 점점 누적된다. 항공 승무원의 방사선 피폭량이 원자력발전소 종사자 등 방사능 관련 직군보다 월등히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원전 종사자 평균 피폭량이 0.43mSv인 데 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전체 평균 피폭량은 2.82mSv와 2.79mSv로 조사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를 위한 안전지침’은 승무원의 연간 피폭선량이 6m㏜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연간 20mSv를, 유럽 연합 회원국들은 연간 6mSv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권고들에 따르면 승무원의 연간 피폭선량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항공사들이 사용하는 피폭량 예측 프로그램이 실제 피폭선량보다 적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태양 활동에 따라 피폭선량이 최대 10배까지도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암연구기관(IARC)에 따르면 방사선은 인간에게 암을 유발하고, 기형아등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한항공 전직 승무원이 비행으로 인한 방사선 피폭으로 급성골수성백혈병에 걸렸다며 산업재해를 신청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이 승무원은 지난 5월에 숨을 거뒀다.


유럽조종사협회(ECA)는 임신을 했거나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넘는 승무원들에 대한 주기적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운항사는 임신을 한 승무원이 연간 1mSv의 선량을 초과하지 않도록하는 효과적인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넘는 경우 의료 후속 조치는 의무다. 1973년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에서 처음 제기된 이 원칙은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한 낮게(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ALARA·알라라)’ 원칙에 따라 그 시점부터라도 개인 피폭량을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해야 한다. 

 

먹통에 엉터리 정보...파행의 연속인 SAFE 시스템

 

항공사 승무원이 우주 방사선에 노출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이미 수년새 항공사 노동자와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등 언론을 통해 지적돼 왔다.

 
국립전파연구원은 지난 2015년 일반인도 쉽게 피폭선량을 알 수 있게 SAFE 시스템을 구축했다. 비행기 탑승 시 노출되는 우주 방사선량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비행편명, 탑승 날짜 등을 입력하면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CARI-6’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NAIRAS’가 예측한 방사선 피폭량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약 8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조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5~7월 SAFE 시스템은 먹통이 됐다. 해당 항공편에 대한 검색이 불가하다. 윤종연 국립전파연구원 우주전파센터 연구사는 이와 관련해 “해당 기간동안 SAFE 시스템의 서비스가 정상적이지 않아 피폭량 제공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원인은 불명확하나 동 기간 동안 SAFE 시스템의 하드디스크 손상 및 복구가 이뤄졌다”고 답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지속적으로 동일한 수치를 나타내는 ‘엉터리’ 정보를 제공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동일 노선에 대한 항공사별 비행경로, 고도, 시간에 차이가 있어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윤 연구사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분석모델이 업데이트 돼 자료 링크 경로 등이 변겅됐으나 SAFE 시스템에 적용되지 않았다”며 “올 9월 이를 발견해 SAFE 홈페이지에 이를 공지하고 해당 항공사에 통보했으며 현재 NASA와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SAFE 시스템의 CARI-6 관련 저장장치 오류도 원인”이라며 “올해 9월 이를 인지해 그 달 21일 복구 완료했으며 누락 자료는 신속히 업데이트 하겠다”고 덧붙였다.

 

항공 승무원의 우주 방사선에 대한 피폭 안전 조치 및 관리를 총괄하는 부처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SAFE가 1년 넘도록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는 동안 아무런 조치 없이 손을 놨다. LCC 항공사들이 잘못된 우주 방사선량 정보를 가지고 승무원들의 안전을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으며, 수 년째 제기되던 우주 방사선량 예측 모델의 신뢰성에 대해 올해서야 첫 회의를 가졌다.

 

더군다나 SAFE의 우주 방사선량 정보를 가지고 항공사 노동자의 안전을 관리해야 했던 LCC 항공사들은 관련 정보에 오류가 있거나 제공이 중단된 지 조차 몰랐다. LCC 항공사들이 SAFE의 우주 방사선량 정보에 근거해 안전을 관리했는지 여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항공사의 피폭량 보고와 실태조사에 대한 소관을 가지고 있는 국토교통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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