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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만능세포, ‘추녀’가 만들었어도 주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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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만능세포, ‘추녀’가 만들었어도 주목했을까

2014.03.18 18:00

 

 

 ‘일본판 황우석’ 미녀 과학자 ‘만능줄기세포 쇼’ 끝
  日 미녀 과학자 ‘만능세포’ 논문 철회할 듯
  줄기세포의 저주…일본 ‘과학 신데렐라’ 추락

 

  만능세포로 불렸던 ‘자극야기 다능성 획득(STAP)세포’가 일장춘몽으로 막을 내렸음을 알리는 국내 언론기사들의 제목이다.

 

   노요리 료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이사장이 이달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STAP 세포 관련 논문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간단한 방법으로 만능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네이처에 발표해 전 세계를 열광시키고 ‘유력한 노벨상 후보’라고까지 떠받들여졌던(?) 오보카타 하루코 책임연구원은 순식간에 ‘일본판 황우석’이 돼 나락으로 떨어졌다.

 

  STAP세포가 발표된 올해 1월 30일부터 지금까지, 이 사건을 다루었던 기사를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언론 보도 대부분이 연구성과 보다는 하루코 박사의 ‘외모’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천재 생물학자’가 ‘미녀인데다가 몸매도 수준급’이라고 표현되기까지 했다. 또 연구성과와는 상관없는 ‘할머니 앞치마를 입고 실험한다’든지 ‘정장을 입고 출근한다’는 특이한 생활 습관까지 주목했다. 심지어는 논문 철회 입장이 나온 시점에서도 ‘미녀 과학자’가 ‘사기꾼’이었다는 조롱반 안타까움반의 내용이 보도의 대부분을 이뤘다.

 

  문제는 이런 내용이 기사의 제목과 내용들로 실제 연구는 온데간데 없어져버린다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우리가 STAP세포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지만, ‘약산성 용액에 담그면 만들어지는 만능세포’라는 것, 논문이 철회된 지금까지도 무엇이 어떻게 조작돼 문제시 됐는지를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오히려 하루코 박사가 앞치마를 입고 연구하는 모습이나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만 더 떠오르지 않나.  

 

  이번에도 언론의 ‘설레발’이 문제였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어떤 위대한’ 연구성과에 대해 해석해 설명하기는 어렵고 번거로우니 과학자의 외모 같은 자극적인 내용만 기사화 시킨 것이다.

 

  만약 언론들이 과학계에서 논문을 세밀히 검토하고, 논문 게재를 허락한 리뷰어들의 의견을 받은 후, 줄기세포 전문가들의 재현실험 과정을 차분하게 기다리기만 했다면, ‘미녀’ 과학자에게 놀아날 일도, RIKEN의 때늦은 ‘셀프감찰결과’ 기자회견을 기다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세분화되면서 일반인이 쉽게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과학이고, 그렇기 때문에 ‘위인’과 ‘영웅’을 만들기 쉬운 게 과학이다.

 

  과학 이슈를 다룰 때 과학자의 외적 조건과 스토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본질을 놓치고 만다. 연구 성과는 더 큰 것처럼 포장되고, 과학자의 외모와 모든 행동이 ‘연구에 대한 집착’과 ‘성실함’으로 바뀌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소 자궁에 손을 집어넣고, 젓가락질을 흉내 내며 난자를 만지작거리는 ‘황우석’을 겪었음에도 우리는 또 다시 ‘30세’ ‘미녀 과학자’의 표절·조작 쇼에 놀아난 것이다.

 

  언론의 조급증 때문에 언제까지 외모의 굿판에서 대중이 놀아나야 하는가. 이제 그만 둘 때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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