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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택환 교수 "한국도 노벨상 머지 않아…자율성 보장하고 꾸준히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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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택환 교수 "한국도 노벨상 머지 않아…자율성 보장하고 꾸준히 지원해야"

2020.10.07 19:45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IBS 나노입자연구단장)가 클래리베이트가 선정한 논문 인용 최상위 연구자에 선정됐다. 서울대 제공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IBS 나노입자연구단장)가 클래리베이트가 선정한 논문 인용 최상위 연구자에 선정됐다. 서울대 제공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와 지원이 이어진다면 노벨상에 근접한 과학자가 국내에 계속 나올 것입니다.”

 

국내 최초로 과학 분야 노벨상을 수상할 가능성에 기대를 모았던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는 수상자 발표 직후 오히려 담담했다. 그는 결과를 예상했다는 듯이 “원래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등 학술정보기관이 수상권 후보로 선정한 뒤 여러 해 뒤에야 수상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올해 수상은 애초에 어려웠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클래리베이트가 논문 인용도와 분야에 미친 영향력 등을 평가해 매년 발표하는 ‘우수연구자’ 화학분야에 지난달 말 선정되면서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클래리베이트는 직접 노벨상 후보 선정에 관여하지 않지만, 연구 실적이 우수한 연구자를 선정해 노벨상 수상권에 근접한 학자로 발표한다.

 

역대 세 번째로 클래리베이트의 우수연구자로 선정된 한국인 연구자인 현 교수는 나노입자를 균일하게 합성하는 새로운 방법(승온법)과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대량합성법을 최초로 개발해 현재 널리 사용되는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디스플레이 등의 상용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QLED에는 크기가 2~6nm(나노미터, 1nm는 10억 분의 1,m) 크기의 나노 입자가 들어가고 여기에 자외선을 쪼이면 크기에 따라 다른 파장의 형광이 발생해 디스플레이를 형성한다. 기존에는 이렇게 정교하게 크기를 조절할 수 없어서 뒤죽박죽 섞인 입자에서 필요한 크기를 골라 썼는데, 현 교수는 단번에 일정한 크기로 입자를 생산해 효율성을 1000배 이상 높였다. 

 

그는 특히 자신의 성과가 순수하게 한국에서 한국 연구진과 쌓아올렸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에 부임하면서 박사과정 때 하던 연구 주제를 버리고 새로운 주제를 찾아 당시 막 태동하던 나노입자 합성 연구를 했다. 그는 “이번에 주목 받은 대표 업적인 나노입자 균일 합성법인 ‘승온법’과 이것을 대량합성하는 방법을 제시한 논문이 2001년가 2004년 각각 나왔는데, 모두 순수하게 국내에 있는 제자 및 동료와 완성했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천생 과학자답게 “두 가지 이유에서 올해는 내 차례가 아니었다”라며 자신이 수상하지 못했던 이유를 분석했다. 먼저 작년에 리튬이온배터리를 개발한 연구자들이 노벨상을 수상해 현 교수가 연구하는 재료 또는 응용화학 분야가 연이어 수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또 1980년대에 나노 입자 분야에서 보다 선구적인 연구를 한 연구자가 아직 받지 않았다. 현 교수는 “나노 입자 분야에서는 ‘입자가 성질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양자점 발견으로 증명한 기념비적인 연구를 한 루이스 브루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와 알렉산더 이프로스 미해군연구소 연구원 등이 아직 수상 전이다”라며 “나는 이런 나노 입자를 산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대량 합성하는 방법을 열었으므로, 순서상 그 분들 뒤가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수상권에 든 것만으로도 자신과 한국 과학에 큰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원에 다니던 1980년대 후반만 해도 한국 교수가 화학분야 대표적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ACS)에 논문만 실려도 신문 1면을 장식했다”며 “근데 내가 지금 JACS의 에디터를 11년째 하고 있고 노벨상 수상권에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한국 과학은 기적적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은 아직이지만, 수상권에 든 실적을 낸 학자가 여러 명 등장한 만큼 한국이 조만간 노벨상을 확실히 받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화학과 재료 분야에서 우수한 실적을 보유한 학자가 많으므로 화학에서 첫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아무도 예상 못한 학자가 상을 받는 시기는 아니다”라며 “차곡차곡 연구 레코드(기록)를 쌓아온 사람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수준이 많이 올라갔지만, 더 많은 수상권 후보가 나오게 하려면 한국 과학에 약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과학 강국 독일과 일본은 20세기가 되기 전부터 국가에서 연구비를 지원하고 연구소를 설립해 과학연구에 몰두해 왔다”며 “한국에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제대로 된 기초과학 지원이 시작된 만큼 시작 자체가 비교가 안 되게 늦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늦게나마 이들의 뒤를 좇아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나 일본 이화학연구소와 비슷한 기초연구소인 IBS를 설립했다”며 “이제 9년 됐는데 본래 철학대로 연구자들이 자율성을 갖고 좋은 연구를 꾸준히 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지난해 이뤄진 정부의 IBS 고강도 감사와 예산삭감 등이 연구의 자율성을 해친다고 지속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표시해 왔다. 그는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잘 되는 것은 더 잘 되게 놓아두는 자율성도 필요하다"며 "이런 자율성이 창의성을 발휘하게 해 염원하던 노벨상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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