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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쳐 쓰자, 과학용어](2)생명과학자·의과학자 "전문용어가 소통에 가장 큰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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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쳐 쓰자, 과학용어](2)생명과학자·의과학자 "전문용어가 소통에 가장 큰 걸림돌"

2020.10.13 18:27
브릭 1193명 조사

응답자 94%는 대중과 소통 필요성 공감

절반 이상이 2년간 대중 소통 경험 전혀 없어

"전문 용어 설명이 가장 큰 어려움"

 

 

내년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은 27조2000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국방기술 등을 제외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개발에 투입하는 R&D 예산은  8조6883억 원이다. 지난해보다 9.5% 증가했다. 한 해에만 수 조 원의 예산이 과학기술에 투자되는 것이다. 

 

이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정부 예산을 받은 과학자들은 열심히 연구하는 연구자의 본분에 충실해야 할뿐만 아니라 연구에서 나온 성과를 대중에게 설명하고 소통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동아사이언스와 국어문화원연합회가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브릭)와 함께 생명과학자·의과학자 1193명을 대상으로 '과학기술용어에 대한 과기인 인식조사'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생명과학 분야 과학자들이 대중과 소통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과학자와 대중 사이의 언어적 장벽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 용어를 대중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브릭은 국내 최대 생명과학자와 의학자들로 이뤄진 온라인 커뮤니티로 2005년 황우석 사태 폭로의 진원지로도 유명하다. 설문조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지난 9월 23일부터 28일까지 6일간 브릭 회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 "프라이머(primer) 대중에게 설명 어려워"

 

이들은 대중과 소통할 때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요인으로 언어적 장벽을 꼽았다. 설문조사 참가자 1193명 중 542명이 대중과 소통할 때 언어적 장벽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이는 전체의 약 45%에 해당한다. 

 

한 응답자는 "(유전자 물질을 이용해 바이러스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찾는 기술인) 'Primer'는 '프라이머'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시발체'로도 쓰인다"며 "생명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대중에게 이 개념을 제대로 설명하기는 몹시 어렵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똑같은 근육에 대해서 '척측수슨굴근' '자쪽손목굽힙근' 'flexor carpi ulnaris muscle' 등 과학자들마다 다른 용어로 부른다"며 "전문 용어일수록 용어가 통일되지 않으면 대중과의 소통도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대중과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는 점도 과학자와 대중의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혔다. 1193명 가운데 264명(22%)이 이런 물리적 장벽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어서 203명(17%)은 대중이 과학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는 '심리적 장벽'을 소통이 어려운 요인으로, 184명(15%)은 연령대에 맞춰 적절한 설명을 하기 어렵다는 '교육적 장벽'을 어려움의 이유라고 응답했다. 

 

● "대중과 소통 필요"하지만..."2년 간 대중과 소통 경험 없어"

 

생명과학 분야 과학자들은 대중과 소통의 필요성에는 크게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이 생명과학 관련 내용을 대중과 소통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 참가자 1193명 중 1127명이 생명과학 관련 내용을 대중과 소통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매우 그렇다’가 661명, ‘그렇다’가 466명으로, 이는 전체 설문 참가자의 94%에 해당한다. 10명 중 9명이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고 답한 셈이다. 

 

하지만 현실과의 괴리는 컸다. 최근 2년간 생명과학 관련 내용으로 대중과 소통한 경험이 있는 과학자들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 참가자 1193명 가운데 567명(48%)만이 최근 2년간 대중과 소통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연구성과 소개가 262명(46%)으로 가장 많았고, 대중강연이 113명(20%)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626명(52%)은 대중과의 소통 경험이 최근 2년 내에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답했다. 대중과의 소통의 필요성을 10명 중 9명이 느끼고 있지만, 실제로 최근 2년 간 대중과 소통한 경험은 10명 중 5명에 불과한 것이다. 

 

특히 생명과학 분야 과학자 10명 가운데 6명이 생명과학 관련 내용을 대중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가 11%(128명), '그렇다'가 47%(561명)로 조사됐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58%(689명)가 대중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그렇지 않다' 또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7%(83명)에 불과했다.

 

생명과학을 포함해 과학 전 분야에서 국내 과학자와 대중 사이의 소통 수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513명은 ‘낮다’, 107명은 ‘매우 낮다’고 답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2%(620명)가 대중과의 소통 수준이 낮다고 평가했다. '높다(97명)’와 ‘매우 높다(15명)’로 답한 비율은 전체의 9%(112명)에 머물렀다.

 

● "한글과 영어 동시 표기" "오해 없도록 원 용어 사용"

 

 

 

생명과학 분야 과학자들이 기사 등 대중이 접하는 매체에서 생명과학 용어가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602명이 ‘보통’이라고 답했다. 전체의 50%에 해당한다. ‘매우 그렇다’ 혹은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은 20%(227명), ‘전혀 그렇지 않다’ 혹은 ‘그렇지 않다’라고 답한 비율은 29%(355명)로 조사됐다. 

 

이들에게 생명과학 용어 표기에 대한 의견을 묻자 500명에 가까운 참가자가 한글과 원래 용어를 동시에 표기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가령 'DNA'처럼 이미 영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용어의 경우 전체의 42%(497명)가 한글과 영어를 동시에 표기하는 게 적절하다고 답했다. 한 응답자는 "용어 변경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며 "오히려 전문가와 대중의 소통에 불필요한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한글로 바꾸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원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답변도 나왔다. 전체의 36%에 해당하는 424명이 원 용어 사용을 주장했다. 한 응답자는 "과거 영어를 번역한 일본어가 다시 한국어로 번역돼 표기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표현들이 아직도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현재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영문식 표기로 통일하는 것이 서로간의 소통에 용이할 듯 하다"고 답했다.  

 

256명(21%)은 상황에 따라 혼용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모든 용어를 한글로 바꿔야 한다는 답변은 16명에 불과했다. 한 응답자는 "단백질 수송체에 해당하는 단백질들은 대중이 보기에 이름이 비슷해서 같은 물질로 생각하기 쉽다"며 "이런 용어만이라도 헷갈리지 않게 조정된다면 대중과 소통이 훨씬 쉬울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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