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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 속 '신비의 자원' 상온 초전도 사상 첫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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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 속 '신비의 자원' 상온 초전도 사상 첫 구현

2020.10.15 16:39
미국 연구팀, 15도서 초전도 현상 확인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떠 있는 섬 ‘할렐루야 아일랜드‘. 중력은 약하고 자기장에 의해서 섬이 공중에 뜰 수 있는 것으로 그려졌다.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떠 있는 섬 ‘할렐루야 아일랜드‘. 중력은 약하고 자기장에 의해서 섬이 공중에 뜰 수 있는 것으로 그려졌다.

2009년 개봉한 고전 SF 영화 ‘아바타(사진)’는 인류가 매우 비싸고 귀한 자원 ‘언옵테늄’을 캐러 외계 행성 판도라에 진출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자원은 사람이 살아가는 온도인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상온 초전도체’로, 인류의 삶을 혁신할 매우 중요한 물질로 등장한다.


SF영화에서도 태양계 바깥의 먼 외계 행성에서나 캘 수 있는 물질로 그려질 만큼 ‘꿈의 물질’로 여겨져 온 상온 초전도체가 사상 최초로 개발됐다. 

 

●꿈의 물질 상온 초전도체 첫 성공


랜거 다이어스 미국 로체스터대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약 15도의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을 실험을 통해 발굴해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14일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


초전도체는 물질의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완전 도체’의 특성과, 주변 자기장을 밀쳐내 완전히 상쇄하는 ‘완전 반자성’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는 물질이다. 전기 저항을 줄여 전력 송신의 효율을 높이고 전자제품을 효율화하며 모터 등을 소형화하는 등 전기 및 전자기술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미래 에너지 기술로 꼽히는 핵융합이나 의료영상인 자기공명영상(MRI)도 개선할 수 있다. 자기장을 밀쳐내 자기부상열차 등을 가능케 할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존의 초전도체는 영하 270~영하 수십 도의 극저온 환경에서만 작동이 가능했다. 값비싼 액체 헬륨이나 액체 질소 등을 통한 냉각이 필수고, 구현도 번거로워 응용이 어려웠다. 이에 물리학자들은 초전도체를 일상에서 널리 응용하기 위해 영상의 온도에서 작동하는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5년 이후 황화수소(H3S), 2019년 수소화란타넘(LaH10)을 이용한 초전도체가 등장하면서 구현 온도가 영하 약 20도까지 올라오면서 돌파구가 열렸다. 박두선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기존에도 일부 상온 초전도 현상이 보고됐지만 대부분 신뢰성이 낮아 가짜과학 취급하는 분위기까지 있을 정도로 상온 초전도는 구현하기 어려운 주제였다”며 “하지만 점차 수소를 기반으로 한 물질을 통해 영하 70도, 영하 20도 등으로 온도를 높여온 끝에 이번에 상온 초전도를 현실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초전도체는 액체질소 등으로 온도를 최소 영하 수십 도 이하로 낮춘 상태에서만 구현이 가능했다. 사진은 초전도체 위에 자석을 띄운 실험으로, 초전도체 특유의 반자성 효과(마이스너 효과)로 자석이 공중에 떠 있다. 로체스터 제공
기존의 초전도체는 액체질소 등으로 온도를 최소 영하 수십 도 이하로 낮춘 상태에서만 구현이 가능했다. 사진은 초전도체 위에 자석을 띄운 실험으로, 초전도체 특유의 반자성 효과(마이스너 효과)로 자석이 공중에 떠 있다. 로체스터 제공

●수소 기반 물질로 상온에서도 '전자쌍' 유지...압력 낮추는 후속 연구는 필요


이번 연구는 상온에서 초전도체를 만들 수 있음을 보인 첫 연구다. 연구팀은 지표에서 느끼는 기압의 약 260만 배의 초고압 환경에서 수소와 황, 탄소가 포함된 재료 물질을 다이아몬드 소재에 넣고 빛을 이용해 합성시키는 방법으로 영상 15도의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지닌 물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다이어스 교수는 “상온 초전도체에는 가볍고 결합이 강한 재료가 필요한데 수소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재료”라고 말했다.

 

초전도체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인 BCS이론에 따르면, 원래는 양자역학적 특성 중 하나인 ‘스핀’이 분수 값을 갖는 ‘페르미온’인 전자가 초전도체 내에서 원자의 진동(포논)의 매개에 의해 두 개씩 짝을 이루면서 초전도 현상이 시작된다. 전자 두 개가 쌍을 이룬 유사 입자를 ‘쿠퍼쌍’이라고 하는데, 쿠퍼쌍은 스핀이 정수 값을 갖는 ‘보존’처럼 움직인다.

 

파울리의 배타원리에 따르면, 원래 페르미온은 한 에너지 준위에 하나의 스핀밖에 존재할 수 없다. 반면 보존은 아주 많은 입자가 같은 에너지 준위에 머물러 한 덩어리로 움직일 수 있다. 쿠퍼쌍 역시 원래는 전자 두 개지만, 보존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한 덩어리로 흐른다. 이 현상을 응축이라고 한다. 이 경우, 마치 광장에서 군중이 발을 맞춰 동시에 걷는 경우 진로에 방해가 되는 다른 사람이 없어 이동 속도가 빨라지는 것처럼 전류 역시 흐름에 제약이 사라진다. 전기 저항이 없어지는 것이다.


수소는 이런 쿠퍼쌍을 만들어 초전도 현상을 낳는 데 유리하다. 박 교수는 “수소는 가장 가벼운 물질로 진동에너지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전자 사이를 묶어주는 힘이 강해 상온에서도 초전도 특성을 나타낼 것이라는 추정이 있었다”라며 “다만 수소가 금속이 아닌 부도체라 현실성이 없다는 반론이 있었는데 이번에 실제로 초전도체로 작동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다이어스 교수 역시 “수소를 이용해 만든 금속성 고체는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온도가 높으면서 강력한 전자쌍을 형성할 수 있다”며 “다만 순수한 수소로 금속 고체 상태를 만들려면 압력이 너무 커야 해 수소가 많은 다른 물질을 이용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성공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더 낮은 압력 조건에서 상온 초전도체를 만드는 기술을 연구할 계획이다. 다이어스 교수는 “그 동안 저온의 제약 때문에 실생활에 응용되지 못하던 물질이 이번 연구로 제약을 벗어나 응용의 길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자인 애슈칸 살라마트 미국 네바다대 교수는 “이번 연구로 향후 2억메가와트시(MWh)의 에너지를 손실 없이 전송하는 전력망이나 자기부상열차, 더 빠르고 효율 좋은 디지털 전자기기가 저장기술이 개발될 것”이라며 “현재의 반도체 세상에서 배터리 등이 필요없어지는 초전도 세상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아직 상온 초전도 분야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가 없다. 하지만 관련 연구자들이 모여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BCS이론 만으로 상온 초전도체를 설명할 수 있는지 등 이론과, 다른 상온 초전도 물질을 발굴하는 것처럼 다양한 연구가 시작될 것”이라며 “이번 성과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관련 연구자들이 상온 초전도 연구회를 꾸리기 위해 논의중이다. 비록 후발주자지만 미래를 대비하고 나아가 선도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전도체 발전 과정을 정리한 그래프다. 가로축은 연도이고 세로축은 구현 온도를 절대온도로 기록한 것이다. 1911년 처음 등장한 뒤 점차 온도가 높아지다가 1980년대에 등장한 페로브스카이트 구조 물질을 이용한 고온 초전도체가 여러 차례 온도 혁신을 이뤘다. 최근에는 수소 기반 물질(황화수소, H2S 등)이 비약적인 온도 상승을 이뤘고, 이번에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 역시 황화수소와 탄소를 적절히 활용해 상온 초전도에 사상 처음으로 성공했다. 위키미디어 제공
초전도체 발전 과정을 정리한 그래프다. 가로축은 연도이고 세로축은 구현 온도를 절대온도로 기록한 것이다. 1911년 처음 등장한 뒤 점차 온도가 높아지다가 1980년대에 등장한 페로브스카이트 구조 물질을 이용한 고온 초전도체가 여러 차례 온도 혁신을 이뤘다. 최근에는 수소 기반 물질(황화수소, H2S 등)이 비약적인 온도 상승을 이뤘고, 이번에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 역시 황화수소와 탄소를 적절히 활용해 상온 초전도에 사상 처음으로 성공했다. 위키미디어 제공

●초전도 현상 발견 109년 만에 성공…상온 초전도체 도전 역사


초전도체는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이커 오너스가 엑체헬륨으로 수은을 절대온도 약 4.2도(4.2K, 섭씨 영하 약 269도)까지 낮추는 과정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관측해 처음 발견했다. 이후 납이나 질화니오븀 등 다른 물질을 이용해서도 초전도체가 발견됐지만, 모두 영하 270~230도 부근의 극저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였다.


이후 1980년대에 이보다 수십 도 이상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들이 발견되면서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 개발이 붐을 이뤘다. 극저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초전도체와 구분하기 위해 이들에게 ‘고온 초전도체’라는 이름이 붙었다. 란타넘과 바륨, 산화구리 등이 페로브스카이트라는 독특한 입체 결정구조로 결합한 LBCO가 30K(섭씨 영하 약 240도) 부근에서 처음 초전도 현상을 보였고, 이후 비슷한 물질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150K(섭씨 영하 약 120도)에서도 작동하는 초전도체가 등장했다.


2015년 이후에는 황화수소(H3S)를 이용한 초전도체가 등장하면서 203K(섭씨 영하 약 70도)의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성을 보이는 초전도체가 나왔다. 이어 2019년에는 수소화란타넘(LaH10)을 이용해 250K(섭씨 영하 약 23도)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가 나오면서 곧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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