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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 지형도, 15년 내로 드라마틱한 변화 일어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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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 지형도, 15년 내로 드라마틱한 변화 일어날 것"

2020.10.17 02:51
스반테 린드크비스트 교수가 이달 16일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 ′줌′을 통해 KAIST 글로벌리더십센터 주최 강연에 참석한 모습이다. 줌 캡쳐
스반테 린드크비스트 교수가 이달 16일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 '줌'을 통해 KAIST 글로벌리더십센터 주최 강연에 참석한 모습이다. 줌 캡쳐

“한국이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요? 시간 때문이죠. 절 믿으세요. 15년 내로 노벨상 수상자 지형도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노벨상을 선정하는 기관 중 하나인 스웨덴 왕립과학한림원장을 지낸 스반테 린드크비스트 교수는 이달 16일 KAIST 글로벌리더십센터가 KAIST 내 석사과정생들을 대상으로 주최한 특별강연에 참여해 이같이 말했다. 스웨덴 왕립과학한림원은 노벨상 6개 분야 중 물리학상과 화학상, 경제학상 등 3개 분야 수상자를 결정하는 기관이다.

 

린드크비스트 교수는 과학기술사 분야를 연 것으로 평가받는 학자다.  1998년부터 2009년까지 12년간 초대 노벨박물관장을 지내며 노벨상 역사에 관한 전문가로 꼽힌다. 스웨덴에서 2010년부터 8년간 왕실 비서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2011년에는 KAIST에서 명예과학기술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노벨상 수상자 선정 과정에도 참여했던 린드크비스트 교수는 “노벨상은 컴퍼티션(경쟁)이 아니다”며 “‘우리가 이겼다’고 외치는 경기와 달리 경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상을 받기 위해 경기에 등록할 수 없는 만큼 과학에 헌신하면서 야망을 유지하면 되지 상을 받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노벨상을 올림픽에도 비유했다. 린드크비스트 교수는 “국제적 행사로 군대를 배제하는 등 비슷한 현상이 올림픽과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며 “하지만 개인에게 상을 주고 메달 수를 세며 국가가 경쟁하는 것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올림픽처럼 국가별 순위를 보면 노벨 과학자 수상의 대부분은 유럽과 미국에 몰려 있다. 노벨상이 처음 제정된 1900년대 초반에는 초창기에는 상이 주로 유럽에 집중됐지만 1960년 이후에는 노벨상을 미국과 유럽이 양분하고 있다.

 

린드크비스트 교수는 “유럽에서 연구한 사람들이 미국으로 건너가며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노벨상이 국가의 명망을 보여주는 게 아닌 이유”라고 말했다. 학자가 속한 국가만의 능력으로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린드크비스트 교수는 이러한 지형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50년 후에는 이러한 지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며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한국, 동남아, 남미 등 다양한 곳에 연구센터가 차려지며 노벨상도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린드크비스트 교수는 노벨상을 받은 이들의 공통점도 정리해 소개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위장 질환의 원인임을 증명해 200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배리 마셜의 일화에서는 용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린드크비스트 교수는 “배리 마셜은 헬리코박터를 마신 후 항셍제를 먹음으로써 연구를 증명했다”며 “그전엔 모두 믿지 않았던 가설을 용기로 증명해 의학상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즐거움 또한 필요한 덕목이라고 소개했다. 린드크비스트 교수는 “너무 심각해지지 말라”고 수차례 강조하며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을 예로 들었다. 유머와 익살로 유명한 파인만은 봉고 드럼을 치는게 취미기도 했다. 카페에서 장난으로 접시를 던지는 것을 보다 접시 속 로고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양자 전자역학의 물리학 일화를 발견한 이야기가 유명하다.

 

인생의 스승을 어린 시절 만난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린드크비스트 교수는 “너무 많은 예가 있다”며 올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개발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소개했다. 린드크비스트 교수는 “다우드나 교수는 하와이에서 미스 웡이라는 화학 교사에게 엄청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며 “1명의 고등학교 교사가 사람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학 분야에서 업적을 이루는 데는 창의적 환경이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린드크비스트 교수는 창의적 환경을 이루는 요소로 사람들을 모을 것, 소통하고 네트워크를 갖출 것, 정기적 만남이 아닌 건물 밖이든 카페든 다양한 곳에서 비정기적 만남을 가질 것, 자유도를 가지면서도 경쟁과 압박이 유지될 것 등을 꼽았다. 린드크비스트 교수는 “야자나무는 무게가 있어야 자란다는 라틴어 속담이 있다”며 “KAIST도 압박을 받으면서도 자유를 가지고 노는 것도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날 강연에 참여한 KAIST 대학원생들은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인공지능(AI)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린드크비스트 교수는 “그렇다. 왜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한국이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시간 때문”이라며 “날 믿어 달라. 15년 내로 지형도가 드라마틱하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상과 노벨상처럼 과학 분야에 주는 상들의 권위가 변할까라는 질문에 린드크비스트 교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미국의 대선, 팬데믹, 세계의 전쟁 등 뉴스를 보면 수많은 비극이 일어난다”며 “그렇지만 그 중에도 과학과 문학, 평화와 같은 주제의 권위는 계속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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