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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픽] 꿈조차 꾸기 어려운 국감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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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픽] 꿈조차 꾸기 어려운 국감 현실

2020.10.21 13:46

21일 이른 아침 지구에서 3억3400km 떨어진 소행성 베누에선 멋진 '터치다운'이 있었습니다. 지름 500m밖에 안 되는 작은 소행성 주변을 돌던 시내버스보다도 작은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베누에 3.4m 거리까지 근접해 표면 자갈과 모래를 들어 올리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오시리스-렉스는 베누에 약 10초간 팔을 쭉 뻗어 샘플을 채취했는데 이 모습은 18분30초 시차를 두고 지구로 생중계됐습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오시리스-렉스의 활약을 담은 이 영상을 실시간으로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있고 인터넷이 되는 지구 모든 지역에선 누구나 이 멋진 장면을 지켜볼 수 있었을 겁니다. 이보다 앞서 일본도 지난해 7월 탐사선 하야부사2가 소행성 류구에서 샘플을 채취하는 영상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태양과 지구 거리의 2배가 넘는 먼 우주에서 벌어진 곳에서 이 멋진 일이 벌어지기 불과 몇 시간 전 한국에선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습니다. 납세자인 국민이 낸 혈세가 얼마나 잘 쓰이고 있고 국가 우주개발의 방향이 잘 진행되는지 관리·감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올해 항우연 국감은 여러가지 시급한 점검사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주개발 정책의 문제를 짚고 연구자들에게 필요한 환경이 무엇인지를 짚는 정책 국감으로부터 멀어진 인상을 줬습니다.

 

예정보다 다시 늦어지고 있는 달 탐사 사업과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점검, 다른 해외국가들이 도입하는 민관 협력 우주개발 모델에 대한 검토, 고체로켓 제한해제에 따른 국내 우주산업 정책 방향 등에 대한 질의보다는 원장 부인의 출신학교를 묻는 말에서 촉발된 엉뚱한 보수-진보 논란, 원장의 원내 폭행 사건에 집중된 모습입니다.

 

그냥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보면 국회가 국감 때만 지적하거나 국감 전후 폭로 식으로 쏟아냈던 문제점들을 국감 때만이 아니라 연중 감시하고 보완하는 장치를 마련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회가 평소 전문성을 가지고 우주정책이 일관되게 진행되도록 지켜주고 감시했더라면 한국의 우주개발 사업이 지금처럼 ‘연기’나 ‘차질’로만 점철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기관장 부인의 출신학교를 물은 야당 의원의 질문 의도는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기관장의 인사는 엄정해야 합니다. 능력 있는 인물이 발탁되어야 합니다. 학연 혈연은 끊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기관장 인사가 있을 때마다 해당 인사의 배경에 가족과 권력층과의 관련성에 관한 의혹이 제기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제대로 파헤치지도 못하고 의혹이나 ‘설’로만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 국회는 무엇을 하다가 기관장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이슈가 산적한 국감 현장에서 가족 이야기를 끌어들인 걸까요. 그리고 수조원이 투입되고 있고 문제가 산적한 우주개발 사업을 점검하는 일보다 중요한 이슈일까요.

 

개인과 가족을 포함하는 문제가 과학기술 정책에 영향을 줬다면 국감 이슈로 다룰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만 의혹 제기로서 가족 문제라면 남은 일정 동안 정책 현안을 더 짚어주는 국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주에 대한 열망과 동경을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과 같은 외국 기관과 기업들을 통해 대리 충족하는데도 지쳐갑니다. 한국에도 미국과 일본 과학자들처럼 소행성 탐사를 꿈꾸고 준비하는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초소형 위성을 만들고, 로켓 엔진을 만드는 청년들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그 열정이 실현되길 바라는 납세자들을 위해서라도 '이제 제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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