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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 슬기롭고 과학적인 전통킥보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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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 슬기롭고 과학적인 전통킥보드 생활

2020.10.24 06: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낮아진 진입장벽...올해 말부턴 만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슝~’ 오전 9시, 여느 때처럼 학교로 뚜벅뚜벅 걸어가는데 무언가 귓가를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느낌적인 느낌만으로도 행인이나 차는 아닌 걸 대번 알 수 있었다. 이내 눈에 보이는 전동 킥보드의 뒷모습. 위험할 뻔했다는 걱정과 함께, 나도 빨리 가고 싶다는 부러움이 솟는다. 요즘 저거 많이 타고 다니던데…, 나도 한번 타볼까.

 

세그웨이, 전동 킥보드, 전동휠 등 개인형 이동장치가 처음 도로에 나타났을 때는 단순 관심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섣불리 구매하기에는 가격도 수십~수백 만원 대로 비쌌고 타는 방법도 낯설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리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는 모습이 결코 어색하지 않다. 에코백을 맨 대학생부터 정장 차림의 중년까지 타는 사람도 다양하다. 2018년 시작된 공유서비스가 구매라는 진입장벽을 없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4월 전동 킥보드 공유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월간 사용자는 2만7294명이었는데, 불과 1년만인 2020년 4월에는 무려 6배(21만4451명)나 증가했다. 올해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서울시 대중교통 이용객 수가 3월보다 약 6% 줄었을 때, 주요 전동 킥보드 앱 사용자는 오히려 70% 이상 늘었다. 요즘은 약속을 ‘킥세권(킥보드+역세권의 신조어)’에서 잡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동아사이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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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킥보드 공유서비스에 가입하면 도로 곳곳에 놓인 전동 킥보드를 언제든 탈 수 있고, 목적지 근처에 간단히 주차할 수 있다. 국내에서 전동 킥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 회사부터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 대기업까지 20개가 넘는다. 


전동 킥보드의 진입장벽은 연말부터 더 낮아질 전망이다. 올해 6월 행정안전부에서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만 16세 이상의 운전면허 또는 원동기면허 소지자만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있다. 바뀐 법안은 12월 10일부터 시행된다. 


행정안전부는 전동 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의 정의부터 법적으로 재규정했다. 그동안 개인형 이동장치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있었다. 국내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소형 엔진(125cc 미만)이나 전동기로 움직이는 자전거를 일컫는다. 스쿠터와 같은 소형 오토바이가 여기에 속한다. 


이것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어서 법적으로 인도나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없다. 전동 킥보드나 전동휠도 이 기준대로라면 사실 차로에서만 달려야 한다. 하지만 최고 속도가 시속 20~30km인 개인형 이동장치가 차량과 함께 차로를 달리면 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원동기장치자전거 중에서 최고속도가 시속 25km 미만이고 총중량 30kg 미만인 것을 개인형 이동장치로 정의했다. 앞으로 개인형 이동장치는 자전거도로로 통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인도는 여전히 법적으로는 이용할 수 없다.

 

 

 

교체형 배터리 핵심은 안전성


# 오후 2시, 하굣길은 전동 킥보드와 함께 하는 중이다. 시원하고 쾌적한 바람에 좋아하는 것도 잠시, 배터리가 없어 정보표시창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주차장까지 가려면 끌고 가야겠는데….

 

개인형 이동장치의 가장 큰 장점은 이동 편의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다른 탈 것들에 비해 크기가 작아 주행하거나 보관하기도 쉬울뿐더러, 가벼워서 휴대하기도 편하다. 개인형 이동장치가 최소한의 부품들로 구성된 덕분이다.


개인형 이동장치는 일반적으로 차체-조향장치-모터-제어기-클러스터-배터리팩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현재 가장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부품은 배터리팩이다. 


하일정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 사무국장은 “과거 개인형 이동장치를 레저용으로 사용할 때는 속도나 등판능력 향상에 관심이 높았지만 오늘날엔 배터리팩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며 “공유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교환형 배터리팩에 대한 요구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충전은 개인형 이동장치의 큰 골칫거리다. 자신의 이동장치를 집이나 주차장까지 끌고와 유선으로 연결해 충전해야 한다. 전동 킥보드 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배터리가 방전돼 거리에서 멈춰버린 전동 킥보드를 일일이 옮겨 충전하고 다시 가져다 놓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 충전지처럼 교체해 쓸 수 있는 배터리팩이 있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교체형 배터리를 만들 때 핵심은 안전성이다. 전동 킥보드에 탑재된 대용량의 리튬이온배터리는 과잉 충전됐을 때 종종 폭발하거나 화재를 일으킨다. 따라서 대용량 배터리팩의 전압과 전류, 온도 등을 모니터링해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Battery Management System)이 중요하다. 


다만 전동 킥보드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에 넣기 위해선 부피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배터리관리시스템 역시 필수적인 기능인 보호회로만 탑재해 배터리가 방전 또는 과열 상태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해 11월 국내 전동 킥보드 공유서비스 업체 ‘고고씽(현 알파카)’은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교체형 배터리가 탑재된 킥보드를 출시했다. 이어서 올해 5월엔 또 다른 업체 ‘씽씽’이 배터리관리시스템을 개발하는 피플웍스와 협력해 국산 기술로 교체형 배터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배터리셀은 LG화학의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했다.


하 사무국장은 “(교체형 배터리팩을) 공유서비스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상태를 중앙관제센터로 전송할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다”며 “공유서비스용 개인형 이동장치에 통신 모듈을 탑재하고 무선통신과 연동하는 방식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 낮은 턱에도 전복 위험... 횡단보도에서는 내려서 끌어야

 

#‘더그덕’. 
와…,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전동 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 인도로 올라가려는 순간, 몇 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턱에 앞바퀴가 턱 걸렸다. 그대로 땅바닥에 헤딩할 뻔…. 

 

전동 킥보드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사고도 급격히 늘었다. 김응철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교수팀이 도로교통공단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 교통사고는 2017년(251건)에 비해 2018년(480건)에 2배 가까이 늘었다. doi: 10.7470/jkst.2020.38.3.232


사고 원인은 굉장히 다양했다. 김 교수팀이 위 자료에서 사고 특성이 명확하지 않은 사고를 제외한 707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가 차량과 충돌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80.06%). 이어서 사람과 부딪힌 경우(13.01%), 단독으로 넘어지거나 충돌한 경우(6.93%)로 나타났다. 개인형 이동장치가 현재의 법에 맞게 차로로 달리기엔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올해 말부터 전동 킥보드도 자전거도로로 달릴 수 있다. 주행 안전성은 실험으로 확인했다. 도로교통공단은 자전거도로와 같은 조건의 도로를 구성하고 대표적인 개인형 이동장치 네 가지(전동 외륜보드, 전동 이륜보드, 전동 킥보드, 전동 이륜평행차)의 주행을 평가해 2018년 발표했다(개인형 이동수단 자전거도로 이용 안전성 평가 연구). 각각의 정지거리, 최소 회전반경, 장애물 회피, 턱 넘기, 경사 구간 주행 등 5가지를 측정해 자전거와 비교했다. 


그 결과, 전동 이륜보드를 제외한 나머지 개인형 이동장치는 자전거와 함께 통행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정지거리의 경우 천천히 달릴 땐 자전거의 정지거리가 더 길고, 빨리 달릴 땐 개인형 이동장치가 더 길었다. 하지만 개인형 이동장치의 정지거리가 자전거도로 지침상 기준값의 절반 수준이라 문제가 되진 않았다. 최소 회전반경 역시 문제가 없었다. 개인형 이동장치의 회전반경은 자전거보다 작았는데 자전거도로 지침상 기준값의 3분의 2 이하 수준으로 나타나 정상 범위에 들어갔다.


단, 전동 이륜보드는 주행속도가 낮아 자전거나 다른 장치가 추월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또 경사를 오르내리거나, 1~2cm 높이의 턱을 넘을 때 불안한 주행을 많이 보였다.


도로의 작은 턱은 다른 개인형 이동장치에도 심각한 장애물이다. 하 사무국장은 “가장 많이 이용되는 전동 킥보드의 바퀴는 직경이 8~10인치(20~25cm)로 작은 편”이라며 “(바퀴 크기가 20인치가 넘는 자전거에게는) 문제되지 않았던 조그만 돌출부위나 굴곡에도 넘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동 킥보드는 무게중심이 쉽게 이동해서 주행 중 넘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노창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스마트모빌리티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전동 킥보드의 주행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노 수석연구원은 전동 킥보드 주행 영상을 촬영하고 동작분석시스템을 이용해 전복 가능성을 측정했다. 그리그 그 값을 다양한 이동수단 및 방법(자동차, 장애인 이동기기, 로봇, 자전거, 보행)과 비교했다. 결과는, 전동 킥보드가 압도적으로 넘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동 킥보드는 주행 중 무게중심이 많이 흔들렸다.


하 사무국장은 “작은 돌출이나 굴곡에도 시속 5~8km 이하로 감속하고 횡단보도는 반드시 내려서 끌고 건너야 한다”며 “안전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하고, 브레이크와 등화장치(전조등, 방향지시등 등)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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