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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충격적인 뉴스를 SNS에 공유하기 전에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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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충격적인 뉴스를 SNS에 공유하기 전에 잠깐만

2020.10.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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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은 항상 존재했다. 거대 제약사와 의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일부러 저렴한 치료제를 숨기고 비싼 항암제를 팔고 있다든가, 또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밀고있는 음모론이 조금 달라서 미국에서는 중국이 미국 화석연료 산업을 무너트리기 위해 지어낸 거짓말이라는 음모론이 있고 반대로 중국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공장 가동을 멈추려고 지어낸 거짓말이라는 음모론이 있다.

 

이들 음모론은 사람들로 하여금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잘못된 결정, 예컨대 환자로 하여금 의료전문가들의 조언을 따르지 않게 하거나 일상 생활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신경쓰지 않고 살게 하는 등 현명하지 못한 결정을 내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미 충분히 해롭다. 그럼에도 요즘 더더욱 이들 음모론의 해로움이 강조되는 이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종류의 음모론이 더 빨리 확산되는 현상이 자주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대선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큐아넌(QAnon) 같이 위험한 음모론을 퍼트려 정치적인 영향력을 휘두르려하는 집단들이 등장하면서 가짜뉴스나 음모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으며 따라서 여느때보다 비판적인 사고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고조되고 있다.

 

물론 실제로 존재하는 음모들도 분명 있다. 자동차 회사에서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해서 보고한 일, 정부가 가난한 흑인들을 대상으로 매독 생체 실험을 한 일, 정부의 민간인 사찰 등 언제나 현실이 상상보다 더 스펙타클하기 때문에 음모론의 규모도 점점 더 스펙타클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스테판 르완도우스키(Stephan Lewandowsky)등의 연구자들에 의하면 실제 음모를 파헤치는 것과 음모론 사이에는 여전히 큰 차이점이 있으며, 음모론적 사고방식은 실제 음모를 파헤치는 데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르완도우스키 등에 의하면 음모를 파헤치는데 효과적인 접근은 해당 정보가 옳을 수도 있지만 틀릴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에서 시작된다. 이후 가급적 많은 객관적인 “증거”들을 확보한다. 증거 수집에 있어 자신의 구미에 맞거나 특정 사고를 강화하는 것들만 체리피킹 하지 않는다. 마지막 단계는 수집된 증거들을 통해 일관되고 논리적인 설명을 찾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공식적인 설명과 일관적으로 어긋나는 부분을 발견해서 거짓을 밝히고 진실을 파헤치는 식이다.


이와 달리 음모론적 사고방식은 우선 “공식적인 설명이 무조건 틀리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해당 전문가 집단, 정부, 정치적 이념이 다른 집단 등이 하는 말은 무조건 틀리고 여기에는 반드시 어떤 ‘악한 의도’나 꿍꿍이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에서 출발하다. 증거 수집 단계에서도 이미 굳게 형성된 기존의 믿음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골라 취합하고 이들 증거를 확대해석한다. 이후 일관된 설명을 찾는 단계에서도 일관성, 논리성, 체계성 등을 별로 중시하지 않는다.


예컨대 기후 변화에 대한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은 ‘기후 변화를 제대로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과 ‘기온이 올라가기는 커녕 되려 낮아지고 있다’는 상반된 주장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공식적인 설명이 틀렸다는 확신이 사고 과정을 지배하는 탓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적인 주장이라면 어떤 것이든지 믿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합리적 의심이나 비판적 사고방식과 다르게 음모론에는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진실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따라서 학자들은 음모론을 접하면 우선 해당 주장이 합리적 의심에서 시작되었는지, 아니면 밑도 끝도 없는 불신이 모든 것의 시작은 아닌지 살펴보길 권한다. 또한 설명 과정에서 서로 상반되는 주장이 함께 나타나지는 않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컨대 코로나 바이러스의 존재가 거짓이라고 믿는 동시에 특정 단체가 인위적으로 바이러스를 창조해냈다고 믿거나, 믿는 자들은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지만 바이러스 테러를 당해서 감염되었다고 주장하는 등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믿음들이 뒤죽박죽 혼재하는지 살펴볼 수 있겠다.


또한 음모론자들은 자신들을 전문가나 주류 미디어에 의해 박해받는 피해자로 포장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기들끼리 공유하는 출처 불명의 뉴스를 제외한 다른 모든 뉴스는 ‘가짜 뉴스’라거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악의 무리에 의해 속고 있다는 사고방식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서 충격적이어보이는 내용을 담은 포스트를 보면 공유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①   해당 뉴스를 전달하는 매체가 널리 알려진 익숙한 매체인가?
②   해당 뉴스 내용이 신뢰할만하다고 생각되는가?
③    내용을 기술하는 방식이 논리적이고 전문적인가?
④   특정 정치적 목적을 바탕으로 쓰여진 내용은 아닌가?

 

재미있어 보여서 공유 버튼 하나 눌렀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잘못된 정보나 음모론의 전파자가 되어버릴 수 있는 세상이다. 무조건적인 의심과 근거 없는 상상보다는 합리적인 의심과 증거 중심의 논리적 사고력이 여느때보다 소중하다.

 

※참고자료

Lewandowski, S., & Cook, J. (2020). The Conspiracy Theory Handbook. Center for Climate Change Communication. Fairfax: George Mason Univ.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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