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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서재]"독서는 내 마음을 다스리는 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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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서재]"독서는 내 마음을 다스리는 테라피"

2020.10.28 21:00
차선신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차선신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가 연구실 한 쪽에 마련된 서재 앞에 서있다.
차선신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가 연구실 한쪽에 마련된 서재 앞에 서 있다.

[편집자주]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버리는 것과 같다”는 속담처럼 과학에서는 과학자 한 사람이 사라지는 것을 두고 학문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과학자 한명 한명이 학문의 다양성을 대표하고 이들이 사라지는 것은 곧 다양성의 상실로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동아사이언스는 과학자들의 은밀한 사적 공간이자 창의성을 발휘하는 공간인 서재를 360도 촬영이 가능한 가상현실(VR)카메라를 들고 들어가봤습니다. 서양의 저택에 있는 거대한 서재를 기대하셨을 분도 있지만 과학자들의 일상 공간인 연구실 한 켠에, 또 집 거실 한 켠에 마련된 소박한 공간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단조롭고 소박한 서가에 꽂혀있는 책에서 연구를 계속할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삶의 활력을 찾는다고 합니다. 다섯 명의 과학자들의 일상과 책 이야기를 VR사진과 동영상으로 소개합니다.

 

차선신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는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생화학자다.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한 후 포스텍 생명과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포항가속기연구소 책임연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을 거쳐 2016년부터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에서 연구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차 교수는 신약표적단백질 연구실에서 질병 치료 약물 개발과 특이 생명 현상의 이해 및 산업적 활용에 기여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2008년 한국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에서 우수강의상, 2010년에는 한국미생물학회에서 주는 KRIBB 학술상을 받았으며 2012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서울 서대문구 이대 캠퍼스에 마련된 차 교수의 연구실 겸 서재에 들어서자 왼쪽에 놓인 서재와 함께 운동기구, 장난감, 단백질 구조 모형, 프로젝터가 눈에 들어왔다. 흔히 ‘과학자’ 하면 떠오르는 차가운 분위기가 아닌 편안한 휴식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서재에도 영어로 쓰인 전공 서적보다 교양서적이 많았고, 좀 전까지 책을 읽은 듯 책상 가운데 책갈피가 꽂힌 책이 놓여있었다. 차 교수는 ‘우연에 관한 책이 많다’는 말로 서재 이야기를 시작했다.  

 

Q.  연구실은 어떤 공간인가


내 연구실은 서재의 역할뿐 아니라 대학원생과 동료 과학자들과의 연구 미팅, 음악 감상, 낮잠을 포함한 휴식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일상의 공간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한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고 멋쩍기도 하다. 

 

Q. 어떤 장르의 책을 주로 모으고 읽고 있나


나에게 책은 ‘의지가 되고 자극을 주는 것’이다. 연구하다 보면 가끔 정신적으로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때 책을 읽고 힘을 얻은 경험이 많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구나’ 혹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같이 책이 그때그때 필요한 메시지를 준다. 


교양 과학 서적과 과학자들의 평전 그리고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 줄 수 있는 책들이 있다. 심지가 곧은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지 심리적으로 흔들릴 때가 종종 있다. 이럴 때 제자리로 돌아가게 해주는 내용이 담긴 책들을 좋아한다. 이런 책들이 거창한 깨달음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성실, 끈기, 의지, 배려, 소통, 삶의 우연성처럼 삶의 기본이 되는 원칙들을 되새기도록 해주는 역할이다. 예를 들어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의 자서전을 읽고 너무 멀리 보지 말고 한 발짝 앞만 보고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Q. 독서의 힘이 연구에 도움이 되나 


물론 책으로부터 정서적 도움뿐만 아니라 지적 자극도 많이 받는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될 때 뭔가 비밀을 알게 된 것 같은 신비로움과 흥분을 경험한다. 교양 과학 서적과 과학자 평전은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 내 전공이 아닌 다른 분야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고, 과거 과학자들의 삶과 사고방식을 보면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많은 연구가 우연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사실들이 연구의 활력을 북돋아 주고 아이디어를 준다.

 

Q. 책을 읽을 때 습관이 있다면


제목이나 책 소개를 보고 마음에 들면 어떤 책이든 읽는 편이다. 또 여러 권을 동시에 읽다가 지겨우면 다른 책을 보는 식이다.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기도 한다.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라는 책은 이틀 만에 세 권을 다 읽었는데 읽는 동안 마치 내가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것 같았다. 
현재는 ‘인류의 운명을 바꾼 약의 탐험가들’, ‘모기’, ‘두려움 없는 조직’,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도쿄대 교수가 제자들에게 주는 쓴소리’라는 책을 돌려가며 읽고 있다.

 

▲360도로 '과학자의 서재'를 볼 수 있습니다

Q. 독서는 '휴식'인가 자기 계발을 위한 '수단'인가

 

둘 모두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순수하게 휴식을 위해 읽고 싶은 순간이 있고, 지적 충만함을 위해 읽고 싶은 순간이 있다. 

 

Q. 제자나 자녀에게 독서를 권하고 있나

 

독서가 필요한 이유를 말해주기보다 재미있는 책을 소개하고 싶다.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어서 읽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책이 있으면 읽을 거로 생각한다. 내가 대학원생이던 시절 학교 근처의 ‘효자 시장’에 ‘깨비 책방’이 있었다. 박사 학위 받을 때쯤 책방 사장님이 내가 만화책 500권을 대여해 읽었다고 말했다. 만화책을 잔뜩 빌려서 주말 내내 읽었던 그 즐거움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내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재미로 만화책을 읽던 습관이 현재의 독서 습관으로 이어졌다.

 

Q. '나를 만든 책' 한 권을 꼽으라고 한다면

 

내 인생을 바꾼 책이라면 학부생 때 읽은 홍세화 작가의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를 고르고 싶다. 1995년 출판됐다. 빠리의 택시 운전사는 독재 정권 시절 작가가 프랑스로 망명해 택시 운전을 하며 겪은 일들과 망명하게 된 이유, 당시 한국 사회의 과제를 담은 작품이다.

 

지금은 우리 사회가 많이 발전해서 이 책의 여파가 그때처럼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가 이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구나!’, ‘다른 사회를 만들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해준 책이다. 

 

차선신 이화여대 교수가 연구실 한쪽에 마련한 서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VR카메라로 차 교수의 서재를 촬영한 모습.
차선신 이화여대 교수가 연구실 한쪽에 마련한 서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VR 카메라로 차 교수의 서재를 촬영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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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실감형기획취재 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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