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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세먼지의 습격, 법이 제일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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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25일 18:00 프린트하기

전준범 기자
전준범 기자

  최근 자신을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에 건설되고 있는 우남퍼스트빌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라고 밝힌 K씨한테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지난 6일 게재된 본지 단독 기사(임대주택 거주자 '초미세먼지' 더 마신다)를 보고 보내온 메일이다. 

 

  해당 기사는 사회취약계층이 주로 거주하는 장기임대주택단지에 설치되는 자연환기설비용 필터가 일반 분양주택단지에 설치되는 기계환기설비용 필터보다 성능이 취약해 초미세먼지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한 것이다.

 

  그런데 K씨는 임대아파트뿐 아니라 일반 분양아파트 입주민도 초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K씨에 따르면 현재 삼송지구에 건설 중인 이 아파트는 임대주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비용절감을 위해 집집마다 자연환기설비를 설치하고 있다. 입주예정자협의회가 환기설비의 취약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본사와 현장 관계자로부터 "취약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이미 30% 이상 공정이 진행된 상태에서 기계환기설비로 변경하긴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는 게 K씨의 설명이다.  

 

  상황을 여기까지만 보면 비난의 화살을 건설사로 겨누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건설사가 법을 어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입자 포집율이 뛰어난 고효율 필터가 장착된 기계환기설비는 국토교통부의 건강친화형주택 건설기준에 따라 1000세대 이상 대단지에만 적용된다. K씨가 입주할 아파트단지는 660여 세대이니 건설사로서는 굳이 고가의 기계환기설비를 택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 법은 올해 5월부터 500세대 이상으로 강화될 예정이지만, 어쨌든 건설사는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할 근거가 있는 셈이다.

 

  또 K씨는 "제조업체에서 제출한 환기량 성적서를 보면 거실과 주방 환기량이 법적 기준치인 시간당 0.7회를 밑도는 0.29~0.32회로 나왔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법을 내세우면 할 말이 없어진다. 1000세대 이하의 경우 단위세대 전체에 대한 환기량만 따질 뿐 각 실에 대한 환기량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야속하긴 해도 비용 절감이 이익 증가로 직결되는 영리집단이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이윤을 남기려고 한 행위를 무턱대고 비난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법 자체에 있다. 당장 올해 5월부터 500세대 이상으로 규정이 강화된다 하더라도 그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나 500세대 이하 아파트단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초미세먼지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환기설비가 부착된 집에서 생활해야 한다. 

 

  500세대, 1000세대 등으로 구분한 기준도 애매하다. 우리나라 주택 건설·공급을 주도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답변이 가관이다. "잘 모르겠습니다."

 

  봄에 접어들면서 불청객 황사와 함께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연일 터져나온다.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μm·1μm는 10만분의 1m) 이하인 초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워낙 작아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들어오면 곧장 폐포까지 침투해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초미세먼지를 적게 마실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환기설비에 대한 규정과 기준을 정해놓은 주택 건설 관련법은 그저 '탁상공론'에 불과할 뿐이다. 적어도 세대 규모나 임대·분양 여부에 관계없이 최상의 환기설비를 설치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허점투성이 법의 테두리에서 '교묘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애매한' 양민들이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bb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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