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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 위 굴렀던 탐사선 "혜성 표면 카푸치노 거품처럼 부드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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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 위 굴렀던 탐사선 "혜성 표면 카푸치노 거품처럼 부드러워"

2020.10.29 18:14
유럽우주국(ESA)의 혜성 착륙선 ′필레′의 상상도다. 필레는 10년간 우주를 비행해 혜성에 내려앉을 예정이었으나 표면에 세 차례 부딪힌 끝에 불시착했다. ESA 제공
유럽우주국(ESA)의 혜성 착륙선 '필레'의 상상도다. 필레는 10년간 우주를 비행해 혜성에 내려앉을 예정이었으나 표면에 세 차례 부딪힌 끝에 불시착했다. ESA 제공

유럽우주국(ESA)의 혜성 착륙선 ‘필레’가 2014년 착륙 과정에서 혜성에 충돌한 흔적이 발견됐다. 필레는 혜성을 탐사하기 위해 표면에 내려앉던 중 두 차례나 튕겨나가며 구른 끝에 불시착해 임무에 실패했는데, 그중 확인되지 않았던 두 번째 충돌지점이 발견된 것이다. 필레는 충돌 과정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4개의 흔적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흔적을 분석해보니 혜성 표면 물질이 카푸치노 거품보다도 부드러울 정도로 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ESA는 2014년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충돌한 필레의 충돌지점을 확인하고 필레가 보내온 자료를 통해 충돌과정을 재구성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이달 28일 발표했다. 로런스 오로크 ESA 유럽우주천문센터 연구원이 주도한 연구결과는 같은 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필레는 ESA가 개발한 인류 최초의 혜성 탐사로봇이다. 2004년 무인 탐사선 ‘로제타’호에 실려 발사된 후 10년간 8억 km를 날아가 67P 혜성에 도착했다. 지름 4km 크기의 67P 혜성은 45억 년 전 태양계에서 튕겨 나가 초기 태양계의 정보를 담고 있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필레는 2014년 로제타호와 분리돼 혜성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표면에 고정할 작살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표면에 그대로 부딪혔다. 필레는 표면에 두 번 튕겨나온 후 햇빛이 닿지 않는 그늘 지역에 불시착했고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네이처 제공
왼쪽 바위 부분에 필레가 두 번째 착륙 과정에서 표면을 머리로 긁어 내부 얼음이 노출된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 끝에 바위 그늘에 불시착한 필레의 모습이 보인다. 네이처 제공

사라진 줄만 알았던 필레는 불시착 7개월 만에 다시 지구에 신호를 보내 살아있음을 알렸다. 다만 태양열로 배터리를 충전하지 못해 탐사 임무를 3일밖에 수행하지 못했다. 이후 ESA는 불시착 2년 만인 2016년 로제타선 임무 종료를 한 달 앞두고 필레가 바위 그늘에 박혀 있는 모습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고무된 연구팀은 필레가 혜성에 두 번째로 충돌한 지점을 찾기로 했다. 필레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혜성 내부에 숨겨진 원시 얼음이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로제타가 과거 보내왔던 영상을 분석하던 연구팀은 필레의 마지막 발견지점에서 30m 떨어진 바위가 빛나는 것을 발견했다. 태양이 바위를 비추자 3.5제곱미터 면적이 주변 환경보다 더 밝게 빛난 것이다. 영상을 분석한 밝은 부분은 혜성 내부의 얼음으로 확인됐다.

 

필레의 두 번째 착륙 과정을 재구성했다. ESA 제공

연구팀은 관측 자료를 토대로 필레가 두 번째 착륙 과정에서 4개 지점에 닿았다고 분석했다. 필레는 바위 경사면에 부딪힌 후 미끄러지듯 표면으로 내려왔다. 이후 필레의 머리 부분으로 바위를 찍어 눌렀다. 바위는 약 25cm 패인 것으로 분석됐다. 머리를 부딪친 후 도는 과정에서 필레의 발 부분이 옆 바위에 걸렸다. 뒤집힌 필레는 바위 윗면을 다시 머리로 누른 후 세 번째 낙하지점으로 날아갔다. 이 과정을 거치는 데 약 2분이 걸렸다.

 

연구팀은 필레의 자기 센서가 움직인 시간과 혜성 표면이 25cm 파이는 데 걸린 시간을 비교해 혜성 표면의 강도를 계산했다. 그 결과 표면의 압축 강도는 약 12파스칼(Pa)로 나타났다. 이는 갓 내린 눈보다도 훨씬 부드러운 정도다.

 

오로크 연구원은 “필레의 움직임 덕분에 우리는 혜성의 내부를 조사하고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고대의 수십억 년 된 얼음과 먼지 혼합물이 카푸치노의 거품처럼 부드럽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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