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오늘의 뉴스픽]최초의 K모델 만든 과학자와 이젠 친해지고 싶어

통합검색

[오늘의 뉴스픽]최초의 K모델 만든 과학자와 이젠 친해지고 싶어

2020.10.30 11:39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과 관련된 인물을 꼽으라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작 실제 설립을 주도하고 초대 소장에 이어 과학기술처(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까지 지낸 최형섭 박사를 아는 사람은 과학계에서도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 박사는 경제개발이란 말조차 낯설던 시기 미래를 위해서는 기술개발이 중요하다는 소신을 펴왔고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연구가 아니라 기업에 필요한 연구를 해야 한다”며 엄격한 기준에 따라 50여 명을 선발해 초기 KIST를 꾸렸습니다. 처음에는 ‘필요한 연구’를 위해 연구자를 데려왔지만, 일본 이화학연구소(리켄)의 성공 비결이 뛰어난 연구환경과 연구자의 재량권에 있다고 보고 이를 KIST에 이식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단위연구실 별로 자율적으로 연구실을 운영하고 기초에서 응용까지 자유롭게 연구하되 결과는 기업과 연계시켰습니다. 이런 KIST는 설립 초기 국가 '싱크탱크' 역할을 하면서 기계공업이나 중화학공업 육성 방안 등' 산업정책 연구 과제를 수행했고, 나중에 국민차 '포니' 생산과 포항제철 설립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고 최형섭이 주도한 한국형 발전모델은 여러 국제기구 및 개발도상국에서 관심을 두는 일종의 ‘한국형 발전모델’로 귀결됐습니다. 아마도 지금 쓰는 K-팝, K-방역보다 훨씬 앞선 최초의 K-모델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최 박사의 이런 노력은 그간 설립 당시 국가를 통치한 박 전 대통령의 빛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또 최 박사와 함께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초창기 역할과 책임을 보여준 50명의 과학자와 그 외 행정원들의 숨은 노력은 더더욱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정말 어디 저런 성과가 리더 혼자만의 지도력과 실력에서 나왔겠습니까. 

 

최형섭 박사를 연구해온 최형섭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최 박사가 설정한 한국의 발전 경험은 박정희라는 ‘계몽된’ 정치 지도자의 지원 아래 강력한 정부가 과학기술 진흥에 필요한 여러 기관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전략산업 발전에 필요한 기술을 선진국으로부터 도입하거나 개발하는 방식”이라고 규정합니다. 그리고 KIST에 대한 발전적인 모델 발굴을 위해 “지금까지 평가 방식을 버리고 그 과정에서 ‘선택적으로 망각’한 것들, 예를 들어 반도체 산업의 성공 이야기에서 박 대통령의 혜안과 이병철 회장의 결단 외에 중하위직 기술자들과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를 발굴할 수 있다면 ‘발전’이라는 일방적 개념이 아닌 보다 풍부한 ‘한국의 경험’을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합니다. 

 

서울 성북구 KIST 본관 옆 잔디밭에는 설립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KIST 출신의 원로 연구자들이 뜻을 모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세운 동상이라고 합니다. 설립자의 딸이 대통령인 시절에 세워지다 보니 원로 연구자들의 마음과는 다르게 외부에서 이를 비판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개발독재에 비판적 시선을 가진 사람이라면, 또 KIST 설립이 대통령 혼자만의 결단에서 이뤄지지 않았다는 시선을 가진 사람이라면 지금 동상에 가치를 두기 어렵습니다. 

 

지금 모습이 아니라 처음부터 설립을 주도한 최 박사와 이를 후원한 당시 한국과 미국 대통령이 함께 손을 잡은 모습으로 동상을 세웠다면 어땠을까요. 독재자로 평가하는 비판적인 시선도 그 ‘단단한 연대’를 찢어놓긴 어렵지 않았을까요.


 

관련 태그 뉴스

태그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2 + 6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