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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쓴 글씨가 천재 만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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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쓴 글씨가 천재 만든다고?

2014.04.02 18:00

  인쇄 매체에서 주로 쓰이는 글씨체는 주로 ‘명조체’나 ‘고딕체’, ‘굴림체’다. 쉽고 빠르게 읽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출판 및 언론계는 독자들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서체를 연구하고 있는데, 최근 가독성이 낮은 서체가 독자들의 집중력과 암기력을 도리어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미국 UCLA 경영대학원 대니 오펜하이머 교수팀은 18~40세의 28명을 대상으로 서체의 가독성과 암기력의 관계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우선 희귀한 생물 3종의 이름과 각각의 생김새를 묘사한 7가지 특징이 적힌 목록을 준비했다. 몇 개의 목록은 가독성이 높은 '에어리얼(Arial)'이나 '타임뉴로만(Times New Roman)'으로, 나머지는 가독성이 낮은 '코믹 산(Comic Sans)'과 '보도니(Bodoni)'로 작성했다. 그 다음 실험참가자들에게 90초 동안 각각의 목록을 암기하도록 하고, 15분 동안 암기와 무관한 행동을 하도록 했다.

 

  15분이 지난 뒤 연구진은 실험대상자들에게 각 생물의 특징을 묻는 형식으로 암기수준을 점검한 결과, 예상과 달리 가독성이 낮은 서체로 기록된 목록들에 대해 더 잘 기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독성이 높은 서체로 작성한 목록으로 암기한 경우 정답률이 10명 중 7명을 조금 넘는 비율에 불과했지만, 가독성이 낮아 읽기 어려운 서체를 본 경우 정답률이 86.2%에 달했던 것.

 

  이 같은 현상은 실제 교육 현장에서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영어와 역사, 물리학 등 다양한 과목과 서로 다른 난이도의 수업을 듣는 222명의 학생에게 해튼슈와일러(Haettenschweiler), 모노타입 코시바(Monotype Corsiva), 코믹 산 등으로 작성한 학습교재를 배포한 뒤 난이도나 암기수준 등을 점검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가독성이 떨어지는 서체로 공부했을 때 읽는 시간은 좀 더 걸렸지만, 집중도는 높아져 수업 후 더 많은 내용을 기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연구결과는 뇌과학적으로도 증명되기도 했다. 프랑스 국립 고등교육기관인 파리 콜레주드프랑스의 스타니슬라스 데하네 교수팀은 가독성이 높은 서체와 낮은 서체를 읽는 사람의 뇌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한 결과, 가독성이 높은 서체를 읽는 경우 문장을 연속적인 단어의 흐름으로 인식해 글자 수준에서 인지하지 않는 반면, 가독성이 낮은 서체를 읽는 경우 한 글자씩 뇌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독성이 낮은 서체의 텍스트를 읽을 경우  집중력과 암기력이 발휘될 때 쓰이는 뇌 부위인 ‘후두정엽’이 활성화 됐다.

 

  이건호 조선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후두정엽은 주로 공간지각능력과 연관됐다고 알려져 있는 정수리쪽에 위치한 뇌 영역으로, 복잡한 한자처럼 익숙하지 문자를 보면 정보가 담긴 글자라기보다는 모양을 먼저 인식해 후두정엽이 활성화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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