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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픽]잘 포장된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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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픽]잘 포장된 차별

2020.11.19 10:41

얼마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젊은 비정규직 과학자를 지원한다며 발표한 ‘세종과학펠로우십’이 예상외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지원제도를 신설하면서 기존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과학자가 모두 신청할 수 있었던 사업의 지원대상에서 비정규직을 제외한 것이 발단입니다. 여기에 신설된 세종과학펠로십의 지원 금액이 정규직만 신청할 수 있게 된 우수신진연구 사업보다 평균 2000만원이 적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차별적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동아사이언스에 보통과학자 시리즈를 기고하는 김우재 하얼빈공대 생명과학연구센터 교수는 “결국 세종과학펠로우십이라는 제도는 비정규직 과학자에게 아주 적은 연구비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정규직 과학자의 다른 밥그릇을 보호하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정부가 대놓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구원을 차별하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과연 공정을 이야기하는 문재인 정부의 철학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합니다. 과기정통부는 세종과학펠로십을 신설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젊은 과학자에 대한 전체 지원 건수를 늘렸습니다. 하지만 좋은 취지 사업도 되돌아보고 행여 부족한 점은 없는지, 부작용과 허점은 없는지 숙고해야 하는 게 오늘날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숙명입니다. 학문을 탐구하는 과학의 세계에서 정규직 연구와 비정규직 연구에 대한 차별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비정규직 연구자에 대한 차별적 요소에 대한 문제 제기는 충분히 일리 있어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잘 포장된 차별입니다.

 

사실 과학기술계 비정규직 차별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정권은 5년마다 바뀌었지만 비정규직 연구원들을 대량 양산한 채 방치하거나 정규직화를 명문으로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일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이번 정부는 공정한 사회를 내세우고 과기계 정규직화를 내세웠지만 그 취지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차별이 일어났습니다. 출연연 비정규직 연구자를 정규직화하면서 별도의 새 직함을 만들어 연구소를 그만둘 때까지 기존의 정규직 출신 연구원들과 다른 직함을 쓰도록 내버려둔 일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세심하지 못한 정책은 결과적으로 현장의 연구 역량 약화와 노노 갈등만 남깁니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대학의 연구원 처우 문제는 여전히 해결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서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 9월 퓨리서치센터는 전 세계 20개국 군인과 정부, 과학자, 언론의 신뢰도를 묻는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한 일이 있습니다. 이 조사에서 전 세계 평균은 과학자를 군인만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과학자에 대한 신뢰도가 언론 신뢰도와 함께 20개국에서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것은 이 업계 종사자로서 왜 그런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지만 한국 사회에서 과학자에 대한 신뢰도가 왜 이 정도로 떨어졌는지 안타깝습니다. 문제는 과학자 사회에 대한  불신은 과학자 사회에서 가장 불안정하고 보장받지 못한 삶을 사는 이들의 상태를 어렵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과학자 사회에 대한 불신은 비정규직 연구자, 젊은 과학자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요구와 목소리를 더욱 약화시키고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후배 과학자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금도 지적합니다. 또 직접적인 처우 개선을 요구하지 않는 중견, 원로 연구자들도 젊은 연구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공감합니다. 하지만 생각과 공감만으로는 변화를 이끌 수 없습니다. 차별을 이겨내고 어려운 시간을 극복한 사람들의 구체적이고 적극적이며, 노골적인 행동만이 점점 정교해지며 그럴싸하게 포장된 차별을 해소하고 과학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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