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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특허도 맘대로 못내는데 공대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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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13일 18:00 프린트하기

  서울대 공대 A 교수는 올해 중국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에 뛰어들며 특허 사냥에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좌불안석이다.

 

  2년 전 OLED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하고 미국과 EU, 일본 3개국에 특허를 등록했지만 중국에는 특허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허를 담당하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에서 해외출원 국가수를 최대 3개국으로 제한한 규정이 문제였다.

 

  서울대 지식재산권 보호지침은 기본적으로 교수 1인당 특허 출원을 연간 1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연구 실적이 탁월한 교수라도 최대 3건을 넘을 수 없다.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교수가 연구비를 따오면 대학은 15~29%를 간접비로 떼어간다. 간접비의 절반은 산학협력단의 몫인데 정작 특허에 책정된 예산은 30억 원에 불과하다. 국내 특허를 내려면 200만 원, 해외 특허는 2000만 원씩 들어가는데, 서울대에 공대 교수만 320명인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대의 한해 과학기술분야 연구비가 약 4400억원인 것과 비교해도 0.7%에 미치지 못한다.

 

  과거 교수들은 자신의 연구비로 특허를 직접 냈다. 하지만 특허는 소속 기관에서 내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면서 대학에서 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대학의 예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교수가 필요한 때에 특허를 낼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산학협력단 측은 교수가 원한다고 해서 특허를 무한정 내 줄 수는 없다고 항변한다. 교수가 특허를 내겠다고 하면 변리사를 포함한 지식재산관리위원회에서 기술의 등급을 매겨 출원 여부와 특허의 종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에서조차 특허 관련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교수들이 외부 과제를 따오면서 결과물 중 하나로 해외 특허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특허를 최우선으로 처리하다 보면 예산이 금세 동나고 만다는 것이다.

 

  대학 차원을 넘어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규정이 갈등을 빚어낸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교수가 자신의 연구비로 특허를 낼 수 없는 이유는 직접비 항목에 특허료가 없기 때문이다. 오직 대학이 떼어가는 간접비에서 특허료를 지출해야 하는데, 대학이 규정이나 예산 문제를 들고 나오면 교수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공과대학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대통령은 공대가 창조경제의 전진기지가 탈바꿈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그런데 기술사업화의 근간이 되는 특허 관련 규정은 복지부동인 실상이 안타깝다.


이재웅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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