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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데이'가 체험학습 '점수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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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14일 18:00 프린트하기

 

  “이 행사장엔 작년에도 왔어요. 프로그램들도 대부분 보던 것들이네요. 하지만 이만큼 손쉽게 체험활동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곳도 없어요.”

 

  13일 일요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립중앙과학관이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가장 큰 행사라며 내 놓은 ‘봄 사이언스데이’가 한창이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대학 동아리, 기업체 등 90여 곳이 참가해 체험 행사를 열고 있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이렇게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행사장 곳곳을 살펴보니 기자의 이런 생각은 착각이었다. 무인기(드론) 날리기 행사 등 제대로 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물론 있었지만 많은 곳에서 종이접기, 조립품 만들기, 퀴즈게임 등 막상 과학과 크게 관계없는 체험형 행사가 진행됐다. 그럼에도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여 든 이유는 한 가지였다. 체험활동 점수를 벌기 위해서다.

 

  한 출연연 행사에 참여했던 초등학생은 20분 정도 걸려 종이로 만든 조립품을 만들었고, 가지고 있던 서류에 도장 하나를 받았다. 이 도장을 학교에 내면 ‘현장체험학습’을 1시간 했다는 근거 서류가 된다고 했다. 최대 5개까지 도장을 받을 수 있으니 5시간 체험학습을 했다는 근거가 생기는 것이다. 현장학습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우리 아이가 남보다 1점이라도 더 받길 원하는 부모들은 아이 손을 이끌고 과학관을 찾은 것이다.

 

  최근 2~3년 간 과학의 달 행사는 계속 열리고 있지만 큰 의미를 찾기 어렵다. 출연연은 미래부 등 상급부서에서 ‘시키니까’ 마지못해 행사에 참여하고, 지지부진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체험학습 점수를 제공한다. 마지못해 참여한 출연연이나 대학, 그리고 어린이용 장난감과 실험용 교구를 홍보하기 위해 나온 중소기업업체로 가득 찬 ‘벼룩시장’의 모습에 가깝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대로 된 과학계 행사가 될 리 만무하다. 시민 대상의 과학 행사는 꼭 ‘봄 사이언스 데이’ 행사 뿐 아니다. 여름 사이언스페스티벌과 대한민국 과학축전, 가을 사이언스데이 등을 포함해 해마다 서너 건 이상의 행사가 열린다.

 

  한 출연연 홍보부서장은 “매년 홍보비는 정해져 있는데 각종 행사에 한 번 참여하려면 적게는 수 백만 원, 전문업체를 끼면 수 천만 원이 들어간다”며 “1년에도 서너번씩 행사 참여 요구가 이어지다 보니 새로운 전시참여 도구를 개발할 여력이 없어서 같은 도구를 10년째 다시 사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과학축제가 정말 ‘과학행사’다워지려면 과학을 전달하고, 과학 그 자체로 흥미 있는 제대로 된 전시, 체험 행사가 돼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정부와 출연연, 대학이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난립하는 과학행사를 축소하고 정말 볼거리가 있는 행사를 제대로 기획하는 일도 중요하다.

 

  또 과학기술진흥기금을 전시 및 행정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배치해 기관들을 돕고, 좋은 행사기획을 제안한 기관을 우대하는 유인책도 필요하다.

 

  우리 청소년들이 과학적 흥미와 사고를 기를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는 일이 이리도 어려운 일일까. 백번 양보해서 적어도 과학이 아닌 철학적 개념인 ‘5행(五行) 퀴즈쇼’를 풀고 과학 체험학습 점수를 받아가는 '웃지 못할' 풍경은 이제는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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