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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만에 설치 해체 가능한 KAIST 이동형 음압병동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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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만에 설치 해체 가능한 KAIST 이동형 음압병동 가보니

2021.01.07 13:00
이동형 음압병동이 6일 서울 노원구 워자력병원종합검진센터 옆 지상 주차장에 구축됐다.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 실린 이송장치와 함께 도착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이동형 음압병동이 6일 서울 노원구 워자력병원종합검진센터 옆 지상 주차장에 구축됐다.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 실린 이송장치와 함께 도착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환자 분 도착했습니다. 음압 병동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지난 6일 서울 노원구 원자력병원종합검진센터 옆 지상주차장에 구축된 ‘이동형 음압병동’ 입구.  전신에 흰 보호복을 입고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실린 이송 장치를 맞았다. 무전기를 들어 내부의 의료진에게 도착을 알리자 “준비됐습니다”라는 답신과 함께 입구의 자동문이 열렸다. 의료진은 재빠르게 이송 장치와 함께 병동 내부로 들어갔다.


음압 병동은 병실 내부의 바이러스가 외부로 퍼지는 것을 차단하는 음압 장치가 설치된 병동이다. 병실 내부의 공기압을 낮춰 바깥 공기만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내부의 공기는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바람이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코로나19를 포함해 결핵, 홍역 등 공기를 매개로 하는 감염병 확산을 막고 중환자를 치료하는 필수시설이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의료진을 따라 농구장 크기의 병동 내부로 들어가자 좌측에 10m 정도의 복도가 펼쳐졌다. 복도에는 15제곱미터의 병실 4개가 각각 연결돼 있었다. 복도와 병실 사이 전실이라 불리는 방이 하나 더 있었는데, 전실 벽면에는 음압장치 안내 화면이 붙어있었다. 전실에는 -6.7 파스칼(Pa), 병실에는 -8.3Pa 수준의 음압이 유지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음압병실 운영기준에 따르면 병실은 전실보다 최소 2.5 Pa 만큼 낮게 유지돼야 한다. 


이 이동형음압병동은 남택진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가 개발했다. 남 교수는 “음압 장치는 최대 -15에서 -20 Pa까지 유지가 가능하다"며 "장치 1대로 병실과 전실의 음압을 모두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압 장치는 음압기 위에 압력을 유지하는 에어펌프와 양압기구가 올라가 있는 형태다.  음압기가 내부 공기를 흡입하고 배출해 음압을 유지하고 양압기는 바깥 공기를 텐트 내 천장에서 아래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쌓아올려진 음압장치는 병동 기둥의 역할도 함께 한다.

 

기도삽관을 시연하는 모습.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기도삽관을 시연하는 모습.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전실과 병실을 가르는 자동문이 한번 더 열리고 의료진과 함께 이송장치에 실린 환자가 도착했다. 의료진의 안내를 받아 환자는 이송장치에서 내려 병상에 앉았다. 병상 주변에는 혈압과 체온 등 환자의 생체 신호를 측정할 장비들이 설치돼 있었다. 만에 하나 중환자와 초중증 환자가 들어올 긴급 상황에 대비해 산소호흡기와 기도삽관 도구들도 눈에 띄었다.  


남 교수는 “병실에는 화장실과 의료진과 환자 간 접촉없이 검체를 채취할 수 있는 의료용 분리벽이 설치돼 있다”며 “면회가 힘든 일반 음압병실과 달리 투명한 창을 통해 면회가 가능해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음압 병실은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할 때마다 부족 사태를 겪었다. 질병관리청의 음압병실 확충사업 지원금액이 병실 1개 구축에 3억5000만원에 이를 만큼 구축비용이 만만치 않다. 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병실 배정을 기다리다 사망한 사람의 수가 10명이다. 지난해 2~3월에 발생한 사망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이 지난달 이후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17일 기준 확진 판정 후 하루 이상 병실을 기다리던 수도권 확진자만 548명에 이른다.


기존 음압병실 외에 추가 확충 방안으로 중국의 야전병원과 같은 조립식 병동이 제시됐다. 하지만 이 역시도 병실 1개당 약 1억 70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남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이동형 병동은 병실 1개당  설치에 약 7500만원이 들어간다”며 “병실 20개 제작에 14일이 들어가고 설치와 해체에 들어가는 소요시간도 5일 이내”라고 말했다. 조립식 병동에 비해 무게도 70%이상 줄일 수 있어 해체 후 보관도 용이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병실 부족 사태에 지난달 서울의료원과 서북병원에 이동형 컨테이너 병동을 설치했다. 남 교수는 “컨테이터는 비용이 많이 드는 중장비를 사용해야 설치해야 한다”며 “철거 후에도 이송이나 보관이 번거롭다”고 말했다. 이어 “컨테이너 병동과 비교해 개발된 병동은 부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조립이 가능하며 병원 내 기존 병상들에 에어텐트와 음압 장치를 설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설치된 이동형 음압병동 외경. KAIST 제공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설치된 이동형 음압병동 외경. KAIST 제공

남 교수팀은 지난 7월 연구를 시작해 개발을 완료하고 지난달 28일부터 한국원자력의학원에 4개 병실을 갖춘 병동을 설치한 후 의료진과 일반인 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증에 들어갔다. 함께 개발에 참여한 조민수 원자력의학원 비상진료부장은 “기존 병원에 연계해 이동형 음압 병동을 설치할 수 있어 시설이나 전산망, 진단검사의학 등의 지원을 받으면서 환자 진료에 최적화된 상태로 운영이 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에어텐트나 음압장치 설치는 자석을 이용해 체결하는 등 일반인도 쉽게 할 수 있다. 다만 전기나 배관 설비 설치에는 관련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남 교수는 “관련 전문가들 없이도 의료진이 직접 설비를 조립할 수 있을 정도로 설비를 발전시킬 계획”이라며 “수요가 있다면 2~3월에도 현재의 모델로 당장 상용화는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산은 과제 협약업체인 신성이엔지에서 맡는다. 6~8개 중환자 병상을 갖춘 이동형 병동의 경우 3~4주 이내 납품이 가능하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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