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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의 미래]⑿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 세계에서 연금술 같은 소재혁명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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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의 미래]⑿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 세계에서 연금술 같은 소재혁명이 시작된다

2021.02.03 14:00
최시영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
최시영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은 소재의 구조를 들여다보는 첨단 분석기술을 개발했다. 투과전자현미경에 기계학습이라는 소프트웨어적 기법을 더했다. 남윤중 제공
최시영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은 소재의 구조를 들여다보는 첨단 분석기술을 개발했다. 투과전자현미경에 기계학습이라는 소프트웨어적 기법을 더했다. 남윤중 제공

연금술은 납, 구리 같은 값싼 물질을 금과 같은 값비싼 귀금속으로 바꾸려던 주술적 성격의 시도였다. 고대 알렉산드리아에서 시작해 이슬람 세계에서 확립된 뒤 퍼져 중세 유럽에서 성행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에 기반을 둔 연금술은 모든 물질이 물과 불, 흙, 공기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 원소들만 적절히 조합하면 여러 물질들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 근대 과학의 선구자 아이작 뉴턴 조차도 17세기 연금술에 빠져 수 많은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술의 시도들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구리를 금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사례는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새로운 물질들이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최시영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한때 비과학이라고 불리던 연금술이 21세기에는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 입자인 원자의 구조 정보에 대한 이해만 확실하다면 연금술이 추구하던 마법 같은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원자 구조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많다”며 “아주 미세하고 작은 원자 구조의 차이가 물질의 종류를 바꿔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는 물질의 기본적 구성 단위로 하나의 핵과 이를 둘러싼 여러 개의 전자로 구성돼 있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져 있는데,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가 몇 개인지에 따라 원자의 성질이 달라진다. 구조도 마찬가지다.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의 배치에 따라 원자 성질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금은 노란색에 가깝다. 하지만 미세한 가루로 만들수록 푸른 색과 붉은 색으로 바뀐다. 색깔 뿐 아니라 전기 전도도 등 여러 특징도 변하게 된다. 


아직까지 원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최 교수는 “어떤 원자에서 전자를 빼버리면 물질의 종류가 바뀌어 버린다”며 “전자가 빠지면 원자의 결합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새로운 물질 내부의 구조들은 아직 수수께끼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남윤중 제공
남윤중 제공

최 교수 연구팀은 이런 수수께끼들을 풀어내는 첨단 분석기술을 개발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와 전자의 속 구조까지 관찰해 물질의 본질을 꿰뚫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기본적으로 투과전자현미경을 활용한다. 투과전자현미경은 고전압의 전자빔을 물질에 투과시켜 내부 구조를 수십만 배 이상 확대해 관찰할 수 있는 첨단 장비다. 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수준의 분해능을 가지고 있어 원자 수준에서 정교하게 관측할 수 있다.


연구팀은 투과전자현미경에 소프트웨어 기법을 더해 분해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인공지능(AI)의 하나인 기계학습 모델을 도입해 원자의 구조 정보 분석의 정확도를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투과전자현미경이 보증하는 분해능 수준이 50 피코미터(pm·1pm는 1조분의 1m)라면 소프트웨어 기법으로 10 피코미터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신기능성 소재의 특성을 해석하는 데 접목했다. 신기능성 소재에는 서로 다른 소재를 접합해 만든 이종 소재가 많은데, 이들 소재들끼리 접합된 면에서 발생하는 응력이나 구조 변이 등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성에 대한 이해만 가능하다면 소재 제어는 물론 새로운 소재 설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계 수준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설립한 10개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기반 미래소재연구단 사업에 참여하면서 원자 및 소재 분석 연구에 더욱 탄력을 받았다. 


연구팀은 강한 스핀홀 효과를 가진 ‘Mn3GaN’이라는 소재 구조를 분석했다.  스핀홀 효과는 회전하는 전자들이 반도체를 통과하며 경로를 따라가는 현상을 뜻한다. 이 효과가 강할수록 더 정확하게 회전하는 전자들의 경로를 조절할 수 있다. Mn3GaN는 전자의 경로를 세밀하게 제어해 점점 소형화되는 반도체의 성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굉장히 전력이 적게 드는 것도 큰 장점이다.


문제는 Mn3GaN의 구조가 매우 난해해 제작이 어려웠다는 점이다. 정확한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만큼 스핀홀 효과도 떨어진다. 연구팀은 개발된 분석기술을 기용해 Mn3GaN의 구조를 밝히는데 성공했다. 밝혀낸 구조를 가지고 완벽한 구조의 Mn3GaN를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관련 연구결과는 지난해 7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됐다.  

 

이외에도 훌륭한 광전자 성질로 태양전지와 발광소자의 미래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의 산화물인 CaTi03를 분석해, 관련 연구결과를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공개하기도 했다. 

 

남윤중 제공
남윤중 제공

연구팀은 사업단 내의 융합연구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탄소 소재 기반의 배터리 음극 소재와 산화물 기반의 배터리 양극 소재 등의 다양한 소재 연구팀과 협력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사업단에 꼭 필요한 기초연구에 해당한다. 다른 연구팀과 협업하며 기초연구를 수행 중이다.  


최 교수는 “원자와 소재를 분석하는 일은 과학에선 아주 기초적인 연구에 속한다”며 “짧아도 5년 길면 10~20년 정도의 연구가 필요한 호흡이 긴 연구 분야”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일본은 국가핵심 전략 사업으로 분석 연구를 지원하고, 미국과 유럽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라며 “국내에서는 2019년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세 이후 분석 쪽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다시금 후순위로 밀려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와 전자를 관찰해 소재의 본질을 꿰뚫고, 눈에 보일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 내는 연구 분야”라며 “성과로 이어지기 전까지 시간이 필요한 기초연구라는 사회적 인식이 쌓였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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