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기존 렌즈 두께의 1000분의 1 수준으로 얇은 초박막 렌즈를 만들 수 있는 광학 소자를 개발했다. 무엇보다 이 광학 소자는 가시광선에서도 투명도를 유지한다. 포스텍은 7일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 등 연구팀이 가시광선에서도 투명한 비정질 실리콘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1월 29일자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빛은 굴절률이 높을수록 많이 휘어지기 때문에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용 디스플레이를 개발할 때 굴절률이 높은 물질을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굴절률 물질은 빛 흡수율이 높고 투과율이 떨어져 이를 디스플레이 소재로 사용하면 성능이 떨어졌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굴절률이 낮고 투과율이 높거나, 굴절률이 높고 투과율이 낮은 소재가 주로 사용돼 가벼우면서도 효율이 높은 광학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에서 많이 사용하는 플라스마화학기상증착방식(PECVD)을 이용해 온도, 압력, 플라스마 세기, 수소 비율 등의 조건을 변화하면서 실리콘 증착 시 이들 조건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실리콘 원자 사이에 수소 원자를 삽입해 실리콘 원자 간 규칙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냈고, 이를 통해 굴절률이 높으면서도 투과율까지 높은 비정질 실리콘 원자 구조를 알아냈다. 또 기존 실리콘으로는 조절할 수 없었던 빨강, 초록, 파랑 등의 빛을 원하는 방향으로 회절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실험 결과 가시광선에서 파장대에 따라 투과 효율이 최대 75%로 나타났다. 45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에서는 42%였지만, 532nm 대역에서는 62%로 증가했고, 635nm에서는 75%를 보였다. 가시광선은 대개 380~790nm 파장인 빛을 말한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하면 홀로그램 디바이스를 기존의 1000분의 1 두께로 만들 수 있고, 열적외선 카메라에 주로 사용되던 비정질 실리콘을 가시광선용 광소자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눈에 보이는 모든 빛을 제어할 수 있는 광학 소자를 발견한 셈”이라며 “모든 색을 조절할 수 있는 광학 소자를 싼값에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향후 가상·증강현실, 홀로그램 기술의 상용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