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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두 '악당(?)'의 과학적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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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두 '악당(?)'의 과학적 비밀

2014.04.30 18:00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제공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제공

※주의: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 관한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 주인공 스파이더맨은 도시의 안전을 위협하고 그의 목숨을 노리는 두 악당 ‘일렉트로’와 ‘그린고블린’에 맞서 싸운다.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의 친구 해리 오스본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레트로바이러스’로 인해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실험 결과물을 자신의 몸에 주사하고 '그린고블린'으로 변한다.

 

  일렉트로는 스파이더맨을 탄생시킨 생명공학 회사 오스코프사의 한 직원이 실험용 전기뱀장어가 가득한 수조에 사고로 빠지면서 탄생한다. 스파이더맨은 최종 결전에서 자석으로 전기 공격을 막아낸다.

 

  그린고블린을 낳게 한 레트로바이러스는 과연 혈통에 따라 대물림되며 불치병일까. 스파이더맨이 한 것처럼 자석으로 전기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 과학적으로 따져봤다.  

 

● 내생적 레트로바이러스 치료 사실상 불가능


  레트로바이러스란 역전사효소를 이용해 RNA로 된 자신의 유전정보를 DNA로 만들어(역전사) 이를 숙주의 DNA 사이에 끼워 넣음으로써 숙주가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대신 복제하게끔 만드는 바이러스 종류를 말한다. 1981년 최초로 보고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이 종류의 바이러스로 유명하다.


  그런데 해리와 오스본 가문을 괴롭힌 레트로바이러스는 조금 다르다. 오스본 부자의 대화를 엿들어보면 이 바이러스는 아버지 혈통을 따라 꾸준히 유전돼왔으며 이를 막을 방법도, 치료할 방법도 없어 보인다. 대표적인 레트로바이러스 HIV는 출산 당시 산모의 혈내 HIV 농도가 낮으면 아기에게 거의 전염되지 않는다. 즉, 오스본 가문을 괴롭히는 바이러스는 HIV 같은 레트로바이러스와는 다른 종류란 뜻이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내생적 레트로바이러스가 영화 설정처럼 혈통을 따라 전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치명적인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치명적인 '내생적 레트로바이러스' 때문에 괴로워하는 해리 오스본.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제공

  내생적 레트로바이러스는 HIV와는 달리 아예 숙주의 유전자 속에 통합돼 살아가는 바이러스다. 유전자 속에 통합돼 있기 때문에 생식세포를 통해 후손으로 전염된다. 생식세포 속 유전자는 수정란 이후 뇌세포부터 피부세포까지 모든 세포로 전해지기 때문에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성인은 체내 60조 개 모든 세포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가 된다.

 

  정 교수는 “체내 모든 세포에 침투한 내생적 레트로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살아있는 세포의 핵 속에서 바이러스의 유전자만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인간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내생적 레트로바이러스가 아직 보고된 적이 없다는 것.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쥐에서는 유방에 종양을 일으키는 내생적 레트로바이러스가 보고된 바 있다.

 

  정 교수는 “인류가 단순히 운이 좋은 게 아니라 치명적인 내생적 레트로바이러스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개체가 모두 죽어 후대로 전염되지 못한 것”이라 설명했다.


  인간이 가진 DNA 중 8%는 레트로바이러스가 남긴 것이다. 인간이 생명활동에 활용하는 유전자는 5% 안팎이다. 방사선 등의 원인으로 인한 돌연변이 때문에 인간 유전자 속에 잠자고 있던 내생적 레트로바이러스의 유전자가 깨어날 순 없을까.

 

  정 교수는 “오랜 세월 동안 잠자고 있던 내생적 레트로바이러스가 돌연변이로 깨어나는 것보다는 다른 레트로바이러스에 추가적으로 감염되면서 상보적으로 깨어나는 것이 더 현실적인 가정”이라 말했다. 외부로부터 유입된 레트로바이러스가 인간 유전자 속에서 잠자고 있던 레트로바이러스가 만들어내지 못하는 단백질 등을 공급해 깨어날 가능성이 ‘이론적으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전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 스파이더맨에게 번개 공격을 하는 일렉트로.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제공
전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 스파이더맨에게 번개 공격을 하는 일렉트로.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제공

● 자석으로 번개 공격 막을 수 있나


  해리 오스본의 꾐에 빠진 일렉트로는 스파이더맨을 필사적으로 공격한다. 일렉트로의 번개 공격은 스파이더맨의 웹슈터(거미줄 발사기)를 태워버려 스파이더맨을 위험한 상황에 빠트린다. 스파이더맨의 여자친구 그웬 스테이시는 ‘중학교 과학시간에 배운 것’이라며 “자석을 이용해보라”고 충고한다. 과연 자석으로 일렉트로의 번개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


  이정우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플레밍의 왼손법칙을 이용해 번개를 일부 방호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레밍의 왼손법칙이란 전류의 방향과 자기장, 힘의 방향을 나타내는 법칙으로, 자기장을 이용해 전류의 방향을 유도할 수 있다.

 

  즉, 웹슈터 안에 넣은 자석의 자기장으로 접근해 오는 번개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수만 볼트가 넘는 고압의 번개를 작은 자석 하나로 막아내는 것은 영화적인 허구다.


  정순신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웹슈터 주변을 코일로 감아 갑작스런 고압전류로부터 회로를 지키는 방법도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번개 정도의 막대한 고압전류를 막으려면 코일의 길이와 무게 또한 커져야 한다.


  정 연구원은 “영화인 만큼 대략적인 과학의 원리만 차용한 것으로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면 영화의 재미를 놓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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