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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한 그릇에 담긴 육아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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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06일 18:00 프린트하기

  출산 후 육아에 매달리며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책 한권 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나마 TV 프로그램이 유일한 문화생활일 수도…. 사실 그렇다. 요즘은 정말 밥 먹을 짬도 없다. 아이의 울부짖음을 뒤로 하고 밥 한 공기를 물에 말아 마시는 게 식사가 된 지 오래. 이런 현실에서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는 한가로운 시간은 그저 꿈같은 일이다.  

 

  정신없는 일상에서도 아빠들의 육아를 다룬 프로그램인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꼭 챙겨본다. 대세는 ‘추블리’ 추사랑 부녀라고 하지만, 쌍둥이네 이야기에 가장 관심이 쏠린다. 비슷한 또래 아이를 기르기 때문일까. 아이가 울 때 어쩔 줄 모르는 이휘재 씨 모습에 공감하기도 하고, 아이 둘을 챙겨야 하는 상황을 보고는 ‘그래도 나는 하나니까’라며 위안을 삼기도 했다.

 

KBS 제공
KBS 제공

  돌도 안 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시각으로 보면 이 프로그램은 눈여겨 볼 것들이 많다. 특히 이유식 먹이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휘재 씨의 쌍둥이가 수저를 겨우 들 무렵이었다. 이휘재 씨는 지인에게 들었다며 아이에게 직접 이유식을 떠먹게 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아이 얼굴이며 옷에 온통 이유식이 묻었다. 게다가 아이가 이유식 그릇을 엎는 바람에 상과 바닥이 이유식 천지가 됐다.

 

  이 장면을 보며 빙그레 미소지을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다. 아이에게 수저로 이유식을 떠먹였다. 물론 반은 입에 들어가고 반은 입 주위 얼굴이 차지했다. 그래서 컵에 넣어 마시게 했더니 빨리, 많이 먹을 수 있어서인지 아이도 기뻐했다. 이휘재 씨만큼 주위를 어지럽히지도 않았다. 아이에게 직접 이유식을 떠먹게 한 이휘재 씨를 보며 왠지 모를 뿌듯함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뿌듯함은 과학 연구 앞에서 좌절됐다. 최근 아이에게 빠르게 이유식을 먹이는 방법이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미국 브링검영대 사회학과 벤 깁스 교수는 4세 이전에 배우는 식습관이 평생의 식습관을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급하게 먹으면 자라서도 밥을 빨리, 많이 먹게 되고 이것이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것.

 

  또 연구팀은 음식을 먹일 때도 아깝다고 남기지 않고 먹이는 것도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했다. 이렇게 음식(분유)을 끝까지 먹이는 경우, 아이가 비만이 될 확률이 36%나 증가한다. 연구팀은 아이 스스로 음식 먹는 속도와 양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적어도 이 연구 결과만 놓고 보면 이휘재 씨가 아이에게 숟가락을 쥐어줬던 게 옳았던 셈이다.

 

  TV에서처럼 아이에게 밥을 먹일 때 말을 걸어 주는 편이 좋다고 한다. 지난 1월 워싱턴대와 코네티컷대 공동연구팀은 말을 많이 걸어 줄수록 아이가 말을 빨리 배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는데, 이때 목소리도 중요하다.

 

  아이는 5개월만 되도 부모의 목소리로 기분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작년 영국 브링험영대 심리학과의 연구 결과다. 아이의 식사 시간에 편안한 목소리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더 기분 좋은 식사 시간이 되지 않을까.

 

  다양한 연구 결과 앞에 고개가 숙여졌다. 참으로 육아란 어려운 법인가 보다. 앞으로 밥 먹일 때 할 말이 없으면 “이건 소고기 국물을 내서 만든 거야” 등 이유식의 제조법이라도 전해줘야 겠다는 다짐과 함께.

 


신선미 기자

vam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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