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팀이 소리를 증폭시키는 귓속 기관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작은 목소리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음성인식 센서를 개발했다.
이건재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은 공진 현상을 이용해 소리를 증폭시키는 수 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 분의 1m) 두께의 달팽이관 속 기저막을 모사해 ‘공진형 유연 압전 음성 센서’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사람의 귀가 작은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이유는 달팽이관에 있는 사다리꼴 기저막이 ‘공진 현상’을 일으켜 소리를 증폭하기 때문이다. 공진 현상은 물체가 자신의 고유진동수를 가진 소리와 만나면 자연적으로 진동해 소리를 증폭시키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이 기저막을 본 따 만든 얇고 유연한 무기물 소재의 인공막을 이용해 소리를 증폭한 후 이를 전기 신호로 생성하는 공진형 유연 압전 음성 센서를 만들었다. 이 인공막은 소리의 진동수의 따라 특정 영역이 공진을 일으켜 하나의 막으로도 여러 진동수의 소리를 증폭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이미 2019년 세계 최초의 공진형 유연 압전 음성 센서를 개발했지만 센서의 크기가 스마트폰에 넣을 수 있을 만큼 작지 않아 상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초박형 미세 박막 공정으로 센서의 크기를 기존 센서 크기의 70%인 가로세로 1cm 크기로 만들고 공진 주파수와 대역폭을 조절해 성능을 높였다.
연구팀은 이 센서를 인공지능 스피커에 장착해 인식률을 시험했다. 그 결과 기존 음성인식 센서가 달린 인공지능 스피커가 목소리를 50번 중 10번 잘못 인식할 때 연구팀이 만든 센서를 쓰면 데이터 학습량에 따라 목소리를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50번 중 1~4번이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음성인식 센서는 이미 이 교수가 창업한 기업인 프로닉스 사를 통해 2020년 세계 가전박람회(CES)에서 공개했고 현재 프로닉스 미국 지사를 통해 실리콘밸리의 여러 IT 기업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교수는 "공진을 일으키는 유연한 무기물 막을 만드는 기술과 막의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기술은 전 세계에서도 독보적인 기술"이라며 "상용화를 위한 대량 생산 공정도 곧 완성돼 조만간 실생활에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인터넷판 2월 12일자에 실렸다.
※공진형 유연 압전 음성 센서의 원리를 나타낸 동영상. 이건재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