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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부터 북극곰까지 15년간 게놈클럽 회원 240명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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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부터 북극곰까지 15년간 게놈클럽 회원 240명 넘어

2014.05.09 03:00

   벼와 감자, 포도에 토마토, 생쥐, 소, 침팬지, 북극곰…. 도무지 공통점을 찾아보기 힘든 이들에게 유일한 공통분모가 있다. 이들의 게놈(유전체)이 완전히 해독된 ‘게놈 클럽’ 회원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DNA 염기서열은 모두 밝혀져 유전체 지도가 완성됐다.


   2000년 애기장대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15년간 게놈 클럽에 가입한 회원수는 242종이다. 이중 가장 최근에 해독된 북극곰을 포함해 동물이 144종, 식물이 98종을 차지한다. 사람도 2001년 게놈 클럽에 가입했다. 과학자들이 앞 다퉈 동식물의 게놈을 해독하는 이유는 게놈이 여러 모로 쓸모가 많기 때문이다.

북극곰의 게놈 속에는 심혈관계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단서가 숨어 있다.  - 극지연구소 제공
북극곰의 게놈 속에는 심혈관계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단서가 숨어 있다.  - 극지연구소 제공


 

 

 

 

 

 

 

 

 

 

 

 

 

 

 

 

 

 

 

 

●북극곰에서 심혈관계 치료제 개발 실마리

 

   체중의 절반이 지방인 북극곰은 의학적인 관점에서는 비만이다. 먹잇감으로도 지방 함량이 높은 바다표범을 즐긴다. 하지만 비만일 때 발생하기 쉬운 심혈관계 질환에는 잘 걸리지 않는다. 미 UC버클리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최근 북극곰의 게놈을 분석해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만드는 유전자(APOB)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북극곰이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지방이 피부 아래 에만 쌓일 뿐 혈관을 막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유전자를 이용하면 사람의 심혈관계 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깊은 바다에 살면서 폐로 호흡하는 고래는 늘 산소부족에 시달린다. 산소가 부족하면 세포에 활성산소가 많이 생겨 노화가 빨리 진행된다. 하지만 국내 연구진이 지난해 밍크고래의 게놈을 해독한 결과 활성산소 생성을 막는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박종화 게놈연구재단 이사장은 “활성산소를 없애는 글루타티온을 만드는 유전자와 항산화 단백질인 햅토글로빈을 만드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났음을 확인했다”면서 “이런 정보가 사람의 노화와 질병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 밝혀진 퉁소상어의 게놈에서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의 단초가 나왔다. 퉁소상어는 류머티즘 등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2차 면역 기능이 없는데도 생존하는 데 문제가 없다.


●수확량 40% 늘린 쌀, 병충해 강한 감자

 

   식물 게놈은 기아 해결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하루 2400명이 굶어 죽는다. 2002년 해독된 쌀 게놈에서는 저온과 가뭄 등 스트레스에 저항성을 가진 유전자가 발굴돼 생산량을 40%가량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2009년 옥수수, 2010년 밀에 이어 2011년에는 감자 게놈도 해독이 완료됐고, 여기서 잎마름병 저항유전자인 R1, R2 등 병충해에 강한 유전자가 800개나 발굴됐다.


   올해 초에는 최도일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교수팀이 고추 게놈을 해독해 매운맛의 비밀을 밝혀내기도 했다. 매운맛은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이 만들어내는데, 캡사이신을 합성하는 유전자를 찾아낸 것이다. 이 유전자는 고추의 태좌(고추씨를 고정시키는 노란 부분)에서만 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팀은 토마토의 게놈도 해독해 토마토의 색을 결정하는 유전자 PSY1, 2와 에틸렌을 합성해 토마토를 빨리 무르게 하는 유전자(ACS2) 등을 발견했다. 최 교수는 “전 세계 토마토 교역 규모는 연간 10조 원에 이른다”면서 “게놈 정보를 이용하면 고품질 토마토 품종을 개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발 기간과 비용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토마토 게놈 해독에는 미국, 영국, 중국 등 14개국이 참여했다. 


●DNA에 새겨진 진화의 흔적

  

   게놈에는 생물 진화의 흔적도 남아 있다. 중생대 물고기와 닮아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실러캔스의 게놈에서는 중생대 어류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실러캔스의 게놈을 해독한 결과 다른 어류에 비해 진화 속도가 매우 느렸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는 실러캔스에 중생대 어류의 게놈의 잘 보존돼 있다는 뜻도 된다. 실러캔스는 낮에는 바다 밑 동굴 아래에서 쉬다가 밤이 되면 뭍으로 나와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았는데, 이런 생활양식 덕분에 다른 어류와 경쟁할 필요가 없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조류에서 포유류로 진화하는 ‘미싱링크(잃어버린 연결 고리)’는 오리너구리의 게놈에서 발견됐다. 오리너구리는 포유류인 비버와 생김새가 닮았고 젖을 분비한다. 하지만 조류인 오리처럼 알을 낳고 발에는 물갈퀴도 달렸다. 오리너구리의 게놈에서는 이런 조류와 포유류의 형질이 모두 나타났다.


   독일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의 뼈 화석에서 DNA를 추출해 지난 2010년 게놈 지도를 완성했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 사는 현생 인류에게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일부 섞여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의 먼 조상 중에 네안데르탈인이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 결과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는 종이 달라 교배가 불가능하다는 기존 학설이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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